헌부가 능원군의 살인 사건에 대해 아뢰다
헌부가 아뢰기를,
"능원군(綾原君) 이보(李俌)가 때려 죽인 사람은 정영신(丁永信)이라는 사람입니다. 듣건대, 이 사람은 본래 의안군(義安君)의 종이었는데 면천(免賤)하여 양인이 된 다음 역관이 된 자로서, 능원군 이보가 말을 잘못한 것을 가지고 지나치게 태장(笞杖)을 가한지 며칠 만에 죽었다고 합니다. 존귀한 가문이라 여염과는 동떨어져 자세한 말을 들을 수 없으니, 유사가 조사하여야만 실상을 알 수 있습니다. 신들이 풍문에만 의거하여 논계하고 명백하게 진달하지 못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비록 궁노(宮奴)라고는 하지만 이미 면천했는데 이보가 어찌 감히 함부로 죽일 수 있겠습니까. 지극히 엄한 법이 있어 조금도 용서할 수 없으니 속히 조사하여 처결하도록 명하소서.
조강하는 날에는 성상께서 일찍 일어나시고 일찍 개문(開門)하니, 입시하는 신하들은 재숙(齋宿)하여 미리 재계하고 자는둥 마는둥 하면서 아침을 기다려, 오직 경건한 예모를 차리고 천청(天聽)이 감동되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나라의 기강이 날로 풀려 태만이 풍습이 되어버렸으므로, 식견이 있는 사대부라 하더라도 폐습에 물들어 자신에 대해 척연하게 각성하지 않으니, 매우 한심한 일입니다.
전 집의 이형원(李馨遠)은 법관인 몸으로서 가장 뒤늦게 대궐에 나와 늦은 시간에야 경연을 열게 하였으니, 늑장을 부려가며 무식한 짓을 한 죄를 단지 체직만 하고 말 수는 없습니다. 되도록 중하게 추고하여 다른 사람들을 경계시키도록 명하소서.
옥당은 양사보다도 그 선발을 더욱 엄중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전 정언 이경석(李景奭)이 막 미원(薇垣)에서 체직되자 바로 옥당에 의망하여 벌을 가한 본의가 없어지게 하였으니, 사체를 알지 못함이 심합니다. 해조의 색낭청을 추고하고, 이 뒤로는 삼사의 관원으로서 잘못이 있어 체직당한 사람은 미미한 잘못이라 하더라도 곧바로 청선(淸選)에 의망하지 말도록 하여 조정의 체면이 중해지게 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아뢴 대로 하라. 능원군 이보는 의안군의 뒤를 이은 아들이고 정영신이란 자는 의안군의 종이다. 선왕조때 정영신이 묘를 잘 지킨 공으로 그 자신에 한하여 신역을 면해주었다고 하니, 이는 능원군의 집 종이 아닌가. 대저 상전과 종 사이는 명분이 지극히 엄격한데 그대들은 배반한 종의 말만 곧이 듣고서 능원군에게 무거운 법을 쓰려고 하니, 진실로 그대들의 뜻을 모르겠다. 해조가 조사하면 자연히 처치할 길이 있을 것이니, 유사로 하여금 되도록 공정하게 조사하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8책 8권 49장 A면【국편영인본】 33책 691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사법-탄핵(彈劾)
○憲府啓曰: "綾原君 俌打殺之人, 丁永信稱名人也, 聞此人本以(義安大君)〔義安君〕 奴子, 免賤爲良, 已行譯官, 而俌以言語之失, 濫加笞杖, 數日內殞斃云。 尊貴之家, 與閭閻懸絶, 其詳不可得聞, 必經有司按覈, 方得其實狀。 臣等只據風聞論之, 而不得明白陳達者此也。 雖曰宮奴, 而旣已免賤, 則俌何敢擅殺之哉? 三尺至嚴, 不容小貸, 亟命覈處, 朝講之日, 聖上宵衣, 開門特早, 凡入侍之臣, 宿齋預戒, 假寐待朝, 惟務積虔禮, 感動天聽, 而國綱日解, 怠慢成風, 雖有識士夫, 恬於弊習, 不自惕悟, 殊可寒心。 前執義李馨遠, 身爲法官, 最後詣闕, 以致日晩開筵, 其稽緩無識之罪, 不當止於只遞其職, 請命從重推考, 以警其餘。 玉堂之視兩司, 其選尤重, 而前正言李景奭, 纔遞薇垣, 便擬玉堂, 殊無加罰之意, 其不識事體甚矣, 請該曹色郞廳推考。 今後三司之官, 凡有所失, 遞其見職者, 雖係微過, 毋敢卽擬淸選, 以重朝廷體面。" 答曰: "依啓。 綾原君 俌, 義安君繼後子。 所謂永信者, 義安君奴子也。 先朝永信以守墓之功, 限己身免役云, 此非綾原之家奴乎? 大抵奴主之間, 名分至嚴, 爾等信聽叛奴之言, 欲施重法於綾原之身, 爾等之意, 實未可曉也。 該曹覈出則自有處置之道, 令攸司從公査覈。"
- 【태백산사고본】 8책 8권 49장 A면【국편영인본】 33책 691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사법-탄핵(彈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