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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실록8권, 인조 3년 2월 25일 갑진 1번째기사 1625년 명 천계(天啓) 5년

죄인 이공을 강원도 간성에 안치하다

죄인 이공강원도 간성군(杆城郡)에 안치하였다.

상이 이공을 내당(內堂)에서 사사로이 보려고 하여 사람을 시켜 불렀으나, 이공이 ‘죄인이라서 감히 대궐 문에 들어갈 수 없다.’ 하고, 끝내 오려고 하지 않았는데, 실은 원한을 품고 독기를 부리느라 그랬던 것이다. 상이 또 사사로이 이공의 아들 해평 도정(海平都正) 이길(李佶)을 불러 흥인당(興仁堂) 별당에서 인견하였다. 상이 공론에 몰린 나머지 부득이 안치하도록 들어 주게 된 뜻을 모두 이르면서 이길을 대하고 눈물을 흘리며 슬픔을 억누르지 못하자 온 궁중이 감동하여 울었다. 이길이 아뢰기를,

"신의 아비가 특별히 귀여워하는 어린 딸이 있는데, 지금 배소(配所)에 데리고 가려하나 공론이 두려워 감히 못하고 있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데리고 가도록 하라. 여론이 조금 가라앉으면 부인도 배소에 가도록 윤허하겠다."

하였다. 상이 또 사사로이 수찰(手札)을 이공에게 보냈는데, 그 글에 이르기를,

"군정을 제대로 저지하지 못하여 일이 이 지경까지 되고 말았소. 앞서 했던 말을 저버린 결과가 되어 부끄럽기만 하여 마음의 갈피를 잡을 수가 없소. 숙부(叔父)가 어떻게 저간의 사정을 아시겠소. 이번에 억지로 따르게 된 것은 조금도 다른 뜻이 없고 실로 온전하게 보호해 드리려는 생각에서였소. 이 어찌 옛날 왕족들이 한 번 가면 돌아오지 못했던 것과 비교할 수 있겠소. 우선은 여론이 조금 진정되기를 기다렸다가 바로 소환하겠소. 숙부는 부디 이 말을 염두에 두고 혹시라도 지나치게 염려하지 마시오. 저 하늘에 맹세코 나는 식언(食言)을 하지 않을 것이오."

하였다. 상이 수찰로 정원에 하교하여 강원 감사에게 전유(傳諭)하게 하기를,

"전 인성군(仁城君)을 군정에 몰린 나머지 부득이 그대로 들어 주어 우선 외방에 안치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왕자로 궁중에서 생장하여 항상 부귀를 누리며 지냈으므로 그의 거처와 음식이 바깥 사람들과는 자연히 달랐다. 따라서 음식을 풍성하게 하지 않거나 거처를 편안히 해 주지 않으면 반드시 하루도 지탱하지 못할 것이다. 질병을 치료하고 간호하는 문제도 깊이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경은 나의 지극한 뜻을 체득하여 충분히 요량하고 분부해서 선처하는 도리를 다하도록 노력하라. 그리고 자주 나가서 살펴 잘하는지의 여부를 검칙하되, 태만하게 하는 관리가 있거든 즉시 계문하여 알리라.

나도 불시에 사람을 보내어 샅샅이 살피게 할 것이다. 이를 어겨 잘못 조처할 경우에는 문책할 것이다. 오래지 않아 내가 소환하려 하니, 일반인과 같이 대우하지 말라. 그리고 외방의 집은 필시 좁고 누추하리라 여겨지니, 관사(官舍)나 공해(公廨) 중에 편하고 좋은 데를 가리어 거처하게 하는 것이 또한 합당할 것이다. 아, 나의 이 말은 폐부에서 나온 것이니 경은 공경히 시행하라. 그리고 어떻게 거행했는지 하나 하나 계문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8책 8권 32장 A면【국편영인본】 33책 683면
  • 【분류】
    왕실-종친(宗親) / 왕실-국왕(國王) / 사법-탄핵(彈劾) / 변란-정변(政變)

    ○甲辰/出置罪人江原道 杆城郡。 上欲私見於內堂, 使人招之, 則對以罪人不敢入闕門, 終不肯來, 其實含怨肆毒而然也。 上又私召之子海平都正 , 引見於興仁別堂。 上具道其迫於公議, 勉從出置之意, 而對涕泣, 悲不自勝, 一宮爲之感泣焉。 曰: "臣父有鍾愛少女, 今欲率往配所, 畏公議不敢耳。" 上曰: "率往可也。 稍待群議之定, 夫人亦當許往配所矣。" 上又私以手札, 送於, 其書曰:

    不能沮遏群情, 事至於此。 慙負前言, 無以爲心。 叔父何以知此間情事耶? 今此勉從之事, 非有一毫他意, 實是欲爲保全之地耳。 此豈古昔王族有去無返之比哉? 姑待稍定, 卽當召還。 叔父須念此言, 愼勿過慮, 蒼蒼在彼, 予不食言。

    上以手札, 下敎政院, 使傳諭江原監司曰:

    "前仁城君迫於群情, 不獲已勉從, 姑令出置矣。 王子生長宮禁, 恒在富貴之中, 其居處飮食, 與外人自別。 若不豐其饌品, 安其起居, 則必難一日支過。 至於疾病調護, 亦所深慮。 卿其體予至意, 十分料理分付, 務盡善處之道, 頻頻進候, 檢飭能否。 如有怠慢官吏, 卽行啓知。 予亦不時遣人廉察, 如有違誤, 當受其責。 不久予且召還, 勿復以尋常之人待之。 且外方廬舍, 想必狹陋, 官舍公廨中, 擇其便好, 使之入處, 亦爲宜當。 噫! 予之此言, 出於肺肝, 卿其欽哉! 擧行形止, 一一啓聞。


    • 【태백산사고본】 8책 8권 32장 A면【국편영인본】 33책 683면
    • 【분류】
      왕실-종친(宗親) / 왕실-국왕(國王) / 사법-탄핵(彈劾) / 변란-정변(政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