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 이왕의 세자 책봉례를 거행하다
원자(元子) 이왕(李)을 책봉하여 왕세자로 삼으니, 나이 14세였다. 상이 융정전에 나아가 근신(近臣)에게 명하여 교명(敎命)을 내리고 또 죽책(竹冊)을 주었다. 교명문(敎命文)에 이르기를,
"종저(宗儲)가 주창(主鬯)하게 하는 것은 천도에 순응하기 위함이요, 이극(貳極)의 명분을 정하는 것은 국본(國本)을 굳건히 하기 위함이니, 일찍 위서(位序)를 바르게 하고 속히 책봉하여 높여야 마땅하다. 아, 너 원자 이왕은 규장(圭璋)처럼 자품이 빼어나고 기억(岐嶷)처럼 천성이 특출하다. 선천적으로 자질이 아름다워 효도와 우애가 마음에서 우러나오고, 날로 온화하고 문아(文雅)해져 밝은 견식을 스스로 터득했다. 오래 전부터 영특하다고 이름이 나서 상사(上嗣)로 점지되었는데 인(仁)하다는 소문이 펴졌으니, 실로 원량(元良)에 합당하다.
국운이 새롭게 되어 내가 이미 대업(大業)을 이었는데, 인심을 매어두어야 하니, 네가 소양(少陽)의 자리에 올라서야 마땅하다. 세자를 세우는 통규(通規)를 살피건대 위태로운 상황일수록 더욱 중요한 일이니, 이는 진실로 종사를 위하는 막중한 계책에서 나온 것이고 부자간에 감히 사사로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에 너를 명하여 왕세자로 삼는 바이니 너는 열성(列聖)들께서 쌓아 온 국기(國基)를 염두에 두고 오늘날에 부탁하는 의리를 생각하라. 오직 공경에 입각하여 일을 처리하고 검소한 자세로 자신의 몸을 단속하며, 언제나 도타운 덕으로 현인을 높이고 총애하다가 모욕받게 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 시종 학문에 종사하여 교훈에 어긋나지 않게 하고 밤낮으로 참된 마음을 지녀 반드시 예법대로 준행하라.
아, 장자로서 밝은 덕을 지녀 길게 이어 온 아름다운 국조(國祚)를 크게 드러내고, 바닷물처럼 윤택해지고 별빛처럼 빛을 발휘해 영화스럽게 이어받은 경사가 더욱 퍼지게 하라. 그래서 이렇게 교시하니 잘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하였는데, 예조 판서 이정구(李廷龜)가 지은 것이다. 죽책문에 이르기를,
"이르노라. 나라를 굳건히 하는 길은 진정 원량(元良)에게 있으니 이는 대개 명량(明兩)004) 의 의리를 취한 것이고, 주기(主器)는 장자(長子)만한 자가 없으니 실로 저이(儲貳)의 칭호가 합당하다. 이에 비로소 동궁(東宮)으로 세우고 보책(寶冊)을 반포한다.
아, 너 원자(元子) 이왕은 성조(聖祖)의 빼어난 정기를 이어받아 갖가지 복과 신령스런 자질을 타고났다. 온화하고 문아(文雅)한 덕성이 일취 월장하여 학문은 사부(師傅)를 번거롭게 할 것이 없고 선천적인 효도와 우애는 승의(勝衣)005) 때부터 그 덕성이 이미 드러났다. 이미 여염의 병폐와 고통을 갖추 알아 옥송(獄訟)하는 사람이나 구가(謳歌)하는 사람이나 모두 따르게 되었다.
국본(國本)을 굳건히 하는 지극한 계책을 깊이 생각해 보건대 목을 늘이고 고대하는 대중의 심정에 부응해야 마땅하다. 적임자를 얻어 그에게 부탁함으로써 큰 기업을 영구히 도모해 가기를 기약하고, 인자한 현인에게 국체(國體)를 이어가게 함으로써 국가 운명에 대한 책임을 저버리지 않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에 소양(少陽)에 자리를 정하고 상사(上嗣)하는 규정을 좇아 너를 명하여 왕세자로 삼는다.
아, 훈계를 공경히 마음속에 새기고 헌장(憲章)을 삼가 받들어 동정 운위(動靜云爲)를 예(禮)가 아니면 처하지 말고, 좌우 전후에 오직 올바른 것만 보라. 큰 기업은 어려운 것임을 생각하여 언제나 소심(小心)하게 조심해 가고, 하현 춘송(夏絃春誦)을 게을리 하지 말아 삼선(三善)과 사술(四術)에 잘못됨이 없도록 하라. 종묘에 계신 선조들의 제사를 받들어 더욱 선왕의 업적을 빛내고 자손 만대의 큰 복이 잇따르게 하여 큰 국기(國基)를 보존해 가도록 하라. 그래서 이렇게 교시(敎示)하니, 잘 이해했으리라 생각한다."
하였는데, 대제학 김류가 지은 것이다.
- 【태백산사고본】 8책 8권 16장 B면【국편영인본】 33책 675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丙子/冊封元子 爲王世子, 年十四歲也。 上出御隆政殿, 命近臣宣敎, 命又授竹冊。 敎命文曰:
宗儲主鬯, 所以順天經, 貳極定名, 所以固國本, 須位序之早正, 宜典冊之極崇。 咨爾元子 , 秀挺圭璋, 生資岐嶷, 天成粹美, 孝友彰於因心, 日就溫文, 聰哲由於自得, 英譽久屬於上嗣, 仁聞允協於元良。 邦命維新, 予旣纉承大業, 人心所繫, 爾當光踐少陽。 玆惟建置之通規, 在艱危而尤重, 是實 宗社之至計, 非父子之敢私。 玆命爾爲王世子, 爾其念列聖積累之基, 思今日付托之義。 惟立敬以制事, 惟克儉以飭躬, 恒惇德而尙賢, 無啓寵以納侮, 終始典學, 毋替訓辭, 夙夜存誠, 必遵禮範。 於戲! 离明震長, 丕闡綿祚之休, 海潤星輝, 益衍承華之慶。 故玆敎示, 想宜知悉。
禮曹判書李廷龜之文也。 竹冊文若曰:
貞國固在元良, 蓋取明兩之義, 主器莫若長子, 允叶儲貳之稱。 肇建靑宮, 載頒寶冊。 咨爾元子 , 襲聖挺異, 毓祉降靈。 溫文日將, 學不煩於在傅, 孝友天縱, 德已著於勝衣, 旣閭閻疾苦之備諳, 而獄訟謳歌之咸屬。 深惟固本之至計, 宜副延頸之群情, 付托得人, 期永圖乎丕緖, 仁賢繼體, 庶無負於克家。 肆定位於少陽, 乃率典於上嗣, 命爾爲王世子。 於戲! 欽服訓戒, 祗承憲章, 動靜云爲, 非禮勿蹈, 左右前後, 惟正是視。 念大業之艱難, 恒小心而兢惕, 夏絃春誦之匪懈, 三善四術之罔愆。 奉五朝之精禋, 益光先烈, 綿萬葉之純嘏, 用保洪基, 故玆敎示, 想宜知悉。
大提學金瑬之文也。
- 【태백산사고본】 8책 8권 16장 B면【국편영인본】 33책 675면
- 【분류】왕실-종친(宗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