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 이정구가 원자의 책봉에 대해 건의하다
상이 주강에 자정전(資政殿) 무하에서 《논어》를 강하였다. 지사 이정구(李廷龜)가 아뢰기를,
"원자(元子)의 나이가 이미 장성하였으므로 일찍이 책봉하라는 분부가 계셨습니다만 변란을 겪은 뒤라서 아직 겨를이 없었습니다. 신민이 바란 지 오래 되었으니 속히 대례(大禮)를 거행하여 국본(國本)을 중히 하소서."
하니, 상이 이르기를,
"국가에 일이 많으니 조금 물린들 무엇이 해롭겠는가."
하였다. 이정구가 아뢰기를,
"어보(御寶)를 이제 다시 만들어야 할 것인데, 위정이덕(爲政以德)·과거지보(科擧之寶)·선사지보(宣賜之寶) 이 세 가지 보(寶)를 다 은으로 주조해야 합니까? 예전에는 혹 구리로 주조한 일도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선사지보는 구리로 만들어도 된다."
하였다. 이정구가 아뢰기를,
"종묘의 십실(十室)에서 잃어버린 보(寶)도 다시 만들어야 할 것인데 물력이 엄청나 비용이 적지 않습니다. 혹 간략하게 하는 것이 편리하다고도 하나, 해관(該官)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또 악기(樂器)를 만들고 나면 의물(儀物)도 갖추지 않을 수 없을 것인데, 재력이 미치지 못할 걱정이 있을 듯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태묘(太廟)에 관계되는 일이니 간략하게 할 수 없다. 묘당(廟堂)과 의논하여 처리하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책 6권 3장 A면【국편영인본】 33책 615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왕실-종친(宗親) / 왕실-국왕(國王)
○己未/上晝講《論語》于資政殿廡下。 知事李廷龜曰: "元子年已長成, 曾有冊封之敎, 而經變之後, 尙爾未遑, 臣民之顒望久矣。 速行大禮, 以重國本。" 上曰: "國家多事, 差退何妨?" 廷龜曰: "御寶今當改造, 而爲政以德, 科擧之寶, 宣賜之寶, 此三寶, 皆鑄之以銀乎? 古者或有以銅鑄之, 未知如何? 上曰: "宣賜之寶, 雖以銅鑄之, 可也。" 廷龜曰: "宗廟十室見失之寶, 亦當改造, 而物力浩大, 所費不貲。 或云從簡之爲便, 而非該官所可擅便。 且旣造樂器, 則儀物亦不可不備, 恐有財力不逮之患矣。" 上曰: "事係太廟, 不可從簡, 當與廟堂議而處之。"
- 【태백산사고본】 6책 6권 3장 A면【국편영인본】 33책 6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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