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만이 공훈 명칭의 삭제와 도원수직의 사퇴를 바라는 차자를 올리다
도원수 장만(張晩)이 상차하였다. 그 대략에,
"이번 녹훈(錄勳)에 이미 군진(軍陣)에서 힘껏 싸워 난을 평정한 자를 뽑으라는 분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신은 병을 지니고 정벌에 나가 겨우 쓰러져 죽는 것을 면하였고 안현(鞍峴)의 싸움에는 가지도 못했는데 도리어 공훈의 으뜸을 차지하였습니다. 아무리 원수라는 호칭을 띠고 있더라도 본디 기록할 만한 공로가 없는데 봉작(封爵)의 영예를 앉아서 누린다면 마음에 편하겠습니까. 빨리 공훈의 명호를 삭제하여 어리석은 분수에 편하게 하소서. 또한 신은 군사를 파한 뒤로 병세가 점점 깊어지고 한쪽 눈마저 붓고 아파서 양쪽 눈이 모두 멀게 될 형편인데 원수의 직임을 아직도 몸에 지니고 있으니, 변방에 변란이 일어나면 누가 그 책임을 맡겠습니까. 조속히 처치를 내리시어 나라 일이 잘못되지 않게 하는 것만 못합니다."
하였는데, 답하기를,
"차자를 보니 내가 매우 염려된다. 저번에 녹훈을 감정할 때 힘써 싸운 자를 뽑으라고 분부한 것은 제장에 대한 것인데, 경은 어찌 이런 말을 하는가? 그리고 지금 원수의 직임은 경이 아니면 안되니, 경에게 병이 있더라도 내 뜻을 체인하여 조리하면서 직무를 수행하라."
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회복한 공은 천운이고 장만의 힘이 아니다. 철옹(鐵甕)에서 경성(京城)까지 한 번도 싸우지 않아서 적이 마치 무인지경을 들어오듯이 곧장 쳐들어오게 하였으니, 어찌 나라에 원수(元帥)가 있다 하겠는가. 혹자는 ‘당초에는 예봉(銳鋒)을 당할 수 없었고 관군(官軍)이 한 번 꺾이면 다시 여지가 없을 것이므로 교전하지 않고서 만전을 꾀하였다.’ 하는데, 이는 매우 그렇지 않다. 적병이 저돌하여 점점 경기에 다가와 나라의 존망이 순식간에 달려 있는데, 그래도 싸우지 않으면 어느 때를 기다릴 것인가. 안령(安領)의 싸움에는 이괄의 군사가 이미 교만해졌고 하늘도 순리를 도왔기 때문에 다행히 늦게나마 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애초에 꼭 승리하리라고 기대하지 못했던 상황인데, 이때 이괄이 싸우지 않고 경기(輕騎)로 남으로 향하였다면 나라 일이 차마 말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장만이 어떻게 안령에서 공을 이룰 수 있었겠는가.
- 【태백산사고본】 5책 5권 23장 B면【국편영인본】 33책 600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역사-사학(史學)
○甲戌/都元帥張晩上箚, 略曰:
今此錄勳, 旣有取其陣上力戰戡定之敎, 如臣輿疾從征, 僅免顚死, 足不至鞍峴者, 反居勳首, 縱冒元帥之號, 本無可紀之功, 坐享茅土之榮, 於心安乎? 亟削勳名, 以安愚分。 且臣自從罷兵, 病勢漸痼, 一目又極腫痛, 將爲竝盲, 而元帥之任, 尙在身上, 邊塵乍驚, 則誰任其責? 不若早賜處置, 毋令國事顚隮。
答曰: "省箚, 予甚慮念。 頃日勘勳之時, 取其力戰爲敎者, 爲諸將也。 卿何出此言耶? 且此時元戎之任, 非卿則不可。 卿雖有病, 須體予意, 調理察職。"
【史臣曰: "恢復之功, 天也, 非晩也。 自鐵甕至京城, 曾不一戰, 使賊長驅, 如入無人之境, 其可謂國有元戎乎? 或者以爲: ‘當初銳鋒不可當, 而官軍若一挫, 則更無餘地, 故不與交鋒, 以圖萬全焉。’ 此則大不然。 賊兵豕突, 漸迫王畿, 國之存亡, 在於呼吸, 此而不戰, 將待何時? 鞍嶺之戰, 特适兵已驕, 而天又助順, 故幸收桑楡之功耳。 初非期於必勝, 而适若不戰而輕騎南向, 則國事將有不忍言者, 晩安得成功於鞍嶺也哉!"】
- 【태백산사고본】 5책 5권 23장 B면【국편영인본】 33책 600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역사-사학(史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