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직을 청왜사로 삼아 구원을 청하려다 그만두다
해뜰 무렵에 상이 객사(客舍)의 동청(東廳)에 나아가, 호남 군사들이 부오(部伍)를 정돈하지 않아 호위(扈衛)가 허술하였다는 것으로 병사 이경직을 잡아들여 군율을 쓰려 하자 이정구·오윤겸이 아뢰기를,
"적이 항왜를 선봉으로 삼아 승세를 타고 저돌하니, 교련시키지 못한 군졸로서는 저항할 수 없는 것입니다. 동래(東萊)의 왜관(倭館)에 머물러 있는 왜인이 1천 인에 가깝다 하는데, 사신을 보내어 글을 전하여 굳이 청할 수만 있다면, 와서 이 적을 칠 것은 틀림없을 것입니다. 이경직은 전에 일본에 사신으로 가서 왜인에게 신복을 받은 자이니 이 사람이 아니면 시킬 만한 사람이 없습니다."
하니, 상이 이경직의 죄를 용서하여 청왜사(請倭使)로 삼고 윤숙을 도로 병사에 제수하였다. 이경직이 떠나려 할 때 조정에 여쭙기를,
"관왜(館倭)가 즉시 와서 구원하지 않고 도주(島主)에게 알린다면 반드시 지연될 것이고 반면에 대거하여 온다면 또한 어떻게 처치하겠습니까."
하였다. 영상 이원익이 그 말을 아뢰니 상이 대신을 불러 이르기를,
"이경직이 가더라도 관왜가 마음대로 나오지 않고 반드시 관백(關白)에게 청하여 그 진퇴(進退)의 명을 들을 것이니, 그러하면 일이 반드시 못 미칠 것이다. 그리고 왜정(倭情)은 변사(變詐)하여 헤아리기 어려운데, 혹시 우리가 도움을 청함에 따라 병마(兵馬)를 많이 보내 오면 뜻밖의 환난이 반드시 없으리라고 보장하기 어려우니, 보내지 말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책 4권 22장 A면【국편영인본】 33책 579면
- 【분류】변란-정변(政變) / 사법-탄핵(彈劾) / 군사-군정(軍政) / 외교-왜(倭)
○甲午/平明, 上出御客舍東廳, 以湖南兵部伍不整, 扈衛踈虞, 拿入兵使李景稷, 將用軍律, 李廷龜、吳允謙曰: "賊以降倭爲先鋒, 乘勝豕突, 固非不敎之卒所可抵當。 聞東萊留館之倭, 近千人云, 誠能遣使, 致書固請, 宜來破此賊必矣。 李景稷曾使日本, 爲倭人所信服, 非此人, 莫可使。" 上乃赦景稷罪, 以爲請倭使, 以尹璛還授兵使。 景稷將行, 稟于朝曰: "館倭不卽來援, 報知島主, 則必至遲延。 若大擧而來, 則亦何以處之?" 領相李元翼, 以其言啓, 上召謂大臣曰: "李景稷雖往, 而館倭不得擅自出來, 必謂於關白, 聽其進退, 如是則事必無及。 且倭情變詐難測, 倘或因我乞援, 多發兵馬而來, 則意外之患, 難保其必無。 勿遣可矣。"
- 【태백산사고본】 4책 4권 22장 A면【국편영인본】 33책 57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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