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산성으로 피난가는 일을 논의하다
이날 저녁에 병조 판서 김류가 정탐하려고 보냈던 사람이 와서 말하기를 ‘임진(臨津)의 군사가 무너지자 적이 이미 강을 건넜다.’ 하였다. 이윽고 어영사(御營使) 이귀가 임진에서 급히 돌아와 상의 앞에 들어왔는데 기운이 다하여 소리를 내어 응대하지 못하였다. 상이 내관(內官)에게 밥을 찾아 먹이도록 하니, 이귀가 기운이 조금 안정되어 아뢰기를,
"일이 이미 급해졌으니, 상께서는 반드시 오늘 저녁에 떠나시어 그 예봉(銳鋒)을 피하셔야 하겠습니다."
하였다. 이에 여러 신하들이 모두가 ‘남으로 공주 산성(公州山城)에 거둥하여 형세를 보아 진퇴하는 것이 가장 좋겠다.’ 하니 남으로 옮길 계책을 정하였다. 예조 판서 이정구(李廷龜)가 우상 신흠(申欽)에게 ‘대비전(大妃殿)을 행재소(行在所)로 모셔가지 않을 수 없다.’ 하고 드디어 신흠과 함께 궐정(闕庭)에 나아가 아뢰니, 따랐다.
애초에 조정에서 경기 감사 이서(李曙)를 보내어 군사를 거느리고 송도(松都) 청석동(靑石洞)에서 차단하게 하고, 또 수원 부사(水原府使) 이흥립(李興立), 파주 목사(坡州牧使) 박효립(朴孝立)으로 하여금 강탄(江灘)의 위아래를 파수하게 하였는데 적이 청석동에 군사가 있는 것을 알고 항왜(降倭) 수십 명을 시켜 밤을 틈타 놀래 달아나게 하고 산예(狻猊)의 평탄한 길을 거쳐 곧바로 송도를 지나 임진에 이르러 몰래 박효립 등과 통모(通謀)하니 강을 지키던 군사들이 위풍을 바라보고 먼저 달아났다. 관군이 뒤쫓아 이르렀으나 적은 이미 강을 건넜다.
- 【태백산사고본】 4책 4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33책 578면
- 【분류】변란-정변(政變) / 군사(軍事) / 왕실-행행(行幸)
○是夕, 兵曺判書金瑬所送偵探人來言。 "臨津師潰, 賊巳渡江。" "俄而御營使李貴, 自臨津疾驅而還及。 入上前, 氣盡不能出聲以對, 上命內官, 索飯以饋。 貴氣稍定, 始曰: "事已急矣, 願上必於今夕, 出避其鋒。" 於是臣皆以爲: "莫如南幸公州山城, 觀勢進退" 南遷之計乃定。 禮曺判書李廷龜言於右相申欽曰: "大妃殿, 不可不奉行於行在所。" 遂與欽同詣闕庭以啓。 從之。 初朝廷遣京畿監司李曙, 領兵遮截于松都 靑石洞, 且使水原府使李興立、坡州牧使朴孝立把守江灘上下。 賊知靑石有兵, 使降倭數十, 乘夜驚走之, 由狻猊坦路, 直過松都至臨津, 密與孝立等通謀。 守江將士, 望風先遁, 官軍追至, 則賊巳渡矣。
- 【태백산사고본】 4책 4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33책 57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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