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귀가 인성군·안흥군 등을 탄핵하므로 정엽이 사직을 청하다
삼공(三公)과 비국(備局)의 당상, 삼사(三司)의 장관(長官)이 청대(請對)하니, 곧 인견하였다. 병조 판서 김류가 아뢰기를,
"적병이 장구(長驅)하여 곧바로 올라오는데 제장(諸將)이 겁내어 한 번도 교전하지 않으니, 이는 군율이 엄하지 않은 탓입니다. 신이 직접 가서 제장을 감독하여 쳐서 물리치겠습니다."
하니, 상이 윤허하였다. 김류가 최명길(崔鳴吉)을 부사(副使)로 삼고 이소한(李昭漢)·오숙(吳䎘)을 종사관(從事官)으로 삼기를 청하니, 상이 또 윤허하였다. 그러나 뒤에 비국(備局)이 머무르게 하기를 청하였으므로 가지 못하였다. 좌찬성 이귀(李貴)가 아뢰기를,
"인성군(仁城君)·인흥군(仁興君)·흥안군(興安君) 등은 적들의 공초에 뚜렷이 나와 단서가 낭자한데, 한번도 대명(待命)하지 않고 사실(私室)에 물러가 있습니다. 더구나 흥안군은 국법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여러 능(陵) 아래에서 절하고 곡한 것은 크게 놀라운 일인데 대간(臺諫)은 다만 파직할 것으로 논계하였으니, 이것이 군신의 대의(大義)를 아는 것이라 하겠습니까. 대사간 정엽(鄭曄)을 나국(拿鞫)하여 죄를 정하소서."
하니, 상이 답하지 않았다. 이때 흥안군 이제(李瑅)가 사사로이 건원릉(健元陵)011) 과 여러 능에 가서 숙배(肅拜)하고 목릉(穆陵)012) 에서 곡하였는데, 재랑(齋郞)이 이 사실을 아뢰었다. 대사간 정엽이 아뢰기를,
"인성군 이공(李珙)과 인흥군 이영(李瑛)은 적들의 공초에 나왔는데 한 번도 대죄하지 않았으니, 물정이 놀라고 분개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신이 옥사의 실정이 구명되기를 기다린 뒤에 의논하여 처치하려 하였으나, 갑자기 역신(逆臣)이 군사를 일으킨 변을 당하여 논계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또 흥안군 이제가 여러 능에 두루 숙배하고 목릉 아래에서 곡하였다는 말을 듣고 매우 놀라 수호군(守護軍)을 추문(推問)하기 전에 먼저 파직할 것으로 논계하였습니다. 좌찬성 이귀가 탑전에서 아뢴 것은 말이 엄하고 의리가 바를 뿐더러, 군신의 대의를 모르고 나라를 저버린 죄를 면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신을 배척하여 잡아 가두기를 청하였으니, 신은 석고대죄(席藁待罪)하기에 겨를이 없어야 하는데 어떻게 감히 태연스럽게 직에 있을 수 있겠습니까. 지난번에 찬획사(贊畫使)와 찬리사(贊理使)를 더 두어서는 안된다는 뜻을 함부로 논하였다가 역적 이괄의 계략도 이보다 더할 수 없다는 비난을 심하게 받았는데도 뻔뻔스레 있었던 것은, 참으로 나라의 일이 한창 다급하여 구구하게 인피(引避)할 때가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제는 신의 죄명이 갈수록 무거워지니 빨리 형관(刑官)에게 내려서 먼저 신의 죄를 바루소서."
하고, 사간 이하와 헌부가 모두 인피하였는데, 상이 답하기를,
"지금은 어지러이 피혐할 때가 아니니 사직하지 말라."
하였다. 옥당이 출사시키기를 청하니, 상이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4책 4권 13장 B면【국편영인본】 33책 575면
- 【분류】변란-정변(政變) / 군사-군정(軍政) / 사법-탄핵(彈劾) / 왕실-종친(宗親)
○三公、備局堂上、三司長官請對, 乃命引見。 兵曹判書金瑬曰: "賊兵長驅直上, 而諸將恇怯, 一不交鋒, 此軍律不嚴之致也。 臣請自往, 董督諸將擊却之。" 上許之。 瑬請以崔鳴吉爲副, 李昭漢、吳䎘爲從事。 上亦許之。 後以備局請留, 不果往。 左贊成李貴曰: "仁城君、仁興君、興安君等, 顯出諸賊之招, 端緖狼藉, 而一不待命, 退臥私室。 況興安君不有國法, 私自拜哭於諸陵之下, 大是可愕事也, 而臺諫只以罷職論啓, 是可謂知君臣大義者哉? 請大司諫鄭曄拿鞫定罪。" 上不答。 時興安君 瑅, 私詣健元諸陵, 行肅拜, 哭於穆陵, 齋郞報聞。 大司諫鄭曄啓曰: "仁城君 珙、仁興君 瑛, 出於諸賊之招, 而一不待罪, 物情之駭憤固矣。 臣欲待獄情究竟後議處, 而遽遭逆臣稱兵之變, 未暇論啓。 昨日又聞興安君 瑅遍拜諸陵, 哭於穆陵之下, 極爲驚駭。 守護軍未推問之前, 先以罷職論啓矣。 左贊成李貴榻前之啓, 辭嚴義正, 以不知君臣大義, 未免負國之罪斥臣, 請命拿囚, 臣席藁待罪之不暇, 何敢偃然在職? 頃日妄論贊畫、贊理不可剩設之意, 重被賊适行計無以加此之詆, 而尙爾靦然者, 誠以國事方急, 非區區引避之時也。 今則臣之罪名, 愈往愈重, 請亟下司敗, 先正臣罪。" 司諫以下及憲府, 皆引避。 上答曰: "此非紛紜避嫌之時, 勿辭。" 玉堂請出之, 上從之。
- 【태백산사고본】 4책 4권 13장 B면【국편영인본】 33책 575면
- 【분류】변란-정변(政變) / 군사-군정(軍政) / 사법-탄핵(彈劾) / 왕실-종친(宗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