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간원이 인목 대비의 잘못을 간하다
간원이 아뢰기를,
"삼가 듣건대 자전께서 어승마(御乘馬)080) 를 영안위(永安尉) 홍주원(洪柱元)에게 주라고 하교하셨다 합니다. 대체로 임금이 타는 말이 지나갈 때는 경례해야 하고 이를 보고 웃거나 하는 자는 또한 죽음을 면치 못하니, 임금을 공경하여 그 물건에까지 미치는 뜻이 엄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자전께서도 마음대로 남에게 줄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 공주를 시집보내는 예(禮)를 보건대 의복과 기물의 사치가 보통 때보다 배나 되고 있으니, 이미 조종조에서 절약하고 검소하였던 도리가 아닙니다. 더구나 언서(諺書)로 하교하신 사실을 보고 듣기에 더욱 놀랍습니다. 자전께서 하실 일이 있으시면 마땅히 성상께 고해야 되고, 혹 사리에 맞지 않는 것이 있으면 성상께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간하셔서 깨우치시기를 기대하며 부모를 허물 있는 곳으로 빠지지 않게 해야 합니다. 이것이 성상으로서 해야 할 큰 효도입니다. 이럴 경우 생각이 깊고 성실한 덕을 갖추신 자전께서 어찌 삼가하여 뉘우치며 바로 고치지 않으시겠습니까. 삼가 바라옵건대 성상께서는 옛날 성인이 훈계하신 뜻과 뭇 신하들의 법을 지켜야 한다는 말로써 조용히 아뢰어, 이미 내리신 명을 도로 거두고 언서로 하교하는 일이 앞으로 없도록 하심으로써 조종조의 가법(家法)을 밝혀 후손에게 남겨주는 법으로 삼으소서."
하니, 상이 답하기를,
"선조(先朝) 때에 어승마를 하사하여 준 경우가 자못 많았다. 지난번 일이 또한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번거롭게 하지 말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책 3권 40장 A면【국편영인본】 33책 568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왕실-비빈(妃嬪) / 왕실-사급(賜給)
- [註 080]어승마(御乘馬) : 임금이 타는 말.
○諫院啓曰: "伏聞慈殿下敎, 以御乘馬賜永安尉 洪柱元。 夫路馬過而式之, 齒之者亦誅, 則敬君及物之義, 不亦嚴乎! 慈殿亦不可擅與人也明矣。 目今下嫁之禮, 衣服器用之侈倍於平時, 已非祖宗朝節儉省約之道, 況諺書下敎, 尤駭瞻聆。 慈殿如有所爲之事, 當告于聖上, 而或有不合事理者, 則聖上怡聲以諫, 冀其回悟, 不陷親於有過之地者, 此聖孝之大者也。 以慈殿塞淵之德, 亦豈不惕然而悔翻然而改乎? 伏望聖明, 以古聖乘訓之意, 群下執法之言, 從容陳達, 還收已下之命, 永寢諺書之敎, 以明祖宗家法, 以爲貽厥之謨。" 答曰: "先朝, 以御乘馬賜給之時頗多。 頃日之事, 亦何傷乎? 勿煩。"
- 【태백산사고본】 3책 3권 40장 A면【국편영인본】 33책 568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왕실-비빈(妃嬪) / 왕실-사급(賜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