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에 《대학》을 강하다. 도성 방비·인성군의 일 등을 논하다
상이 조강에 문정전에서 《대학》을 강하였다. 영사 윤방(尹昉)이 아뢰기를,
"근일 조정의 의논이 다들 도성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합니다. 애당초 버리고 떠날 뜻이 없었다면 어째서 지킨다는 말이 미리 나올 필요가 있겠습니까. 예로부터 바깥을 잘 수어하지 못하면서 안을 잘 수어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그러니 서쪽 변방을 굳게 지켜 적들이 마구 밀고 나오지 못하도록 해야 되겠습니다. 성첩을 보수하고 중외의 군병을 조발한다면 인심이 소요스러울까 두렵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서쪽 변방의 일은 잊은 채 그저 도성만 방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이 또한 유비 무환의 뜻에게 나온 것이니, 어찌 소요가 일기까지야 하겠는가."
하였다. 특진관 이귀가 아뢰기를,
"도성을 보수하지 않은 채 변방만 방비한다는 것은 근본을 모르는 말입니다. 오늘날 대신이 그럭저럭하는 미봉책으로 무사안일만을 바란 나머지 이러한 논지를 편 것입니다. 사태가 다급한 뒤에는 수어하고자 한들 될 수 있겠습니까. 신의 덕망(德望)은 윤방만 못하지만 병사(兵事)를 아는 것은 윤방이 신만 못합니다. 신이 전하를 위해 매번 장구한 계책을 진술하였지만 신이 한 말을 김류가 저지하고 비변사도 믿지 않고, 전하께서도 망령되다 하면서 일체 채용하지 않으셨습니다. 신이 이로부터 감히 국사를 다시 말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오직 등창이 나서 죽어 마땅할 뿐입니다. 그러나 신이 죽은 뒤에 국가가 위급해지면 비로소 신의 말이 망령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전하께서는 강단이 부족하시어 매사를 반드시 신하들에게 하문하고 스스로 결단을 내리지 않으십니다만, 전하께서는 곧 창업주이십니다. 어찌 구차스레 상규(常規)만 지키면서 혁연한 경장(更張)을 하지 않으십니까. 병사를 주관하는 것은 사람마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김류에게 병사를 주관하게 했더라도 한준겸을 체찰사로 삼아서 병사를 총괄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이전부터 이들은 병사를 주관한 일이 없었다."
하였다. 이귀가 아뢰기를,
"그 재주가 맡길 만하다면 어찌 사소한 혐의를 피할 것이 있겠습니까."
하였다. 대사헌 정광적(鄭光績), 정언 이기조(李基祚)가 나아와서 인성군(仁城君)을 죄줄 것을 청한 일에 대하여 아뢰니, 상이 이르기를,
"인성군의 일은 그의 본심이 아니었다. 또 외정(外廷)의 사대부와는 다르니 버려두는 것이 좋겠다."
하였다. 시강관 조성립(趙誠立)이 아뢰기를,
"인성군의 죄범으로 말한다면 공론의 발단이 역시 이미 늦었습니다. 본심이 아니었다고 하는 것은 사건이 미소한 일이라는 뜻인데, 아들로서 모위(母位)를 폐한 것을 어찌 본심이 아니라 하여 그냥둘 수 있겠습니까. 화가 두려워서 폐모론을 제의했다면 무슨 일인들 못 하겠습니까. 한번 얻은 자리를 잃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무리는 끝내 아비와 임금을 죽이는 데에 이를 것입니다."
하였다. 강이 파하고 이어 각사(各司)의 관원을 윤대(輪對)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책 3권 25장 B면【국편영인본】 33책 560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왕실-종친(宗親) / 군사-군정(軍政) / 인사-임면(任免)
○丁未/上朝講《大學》于文政殿。 領事尹昉曰: "近日朝議, 多以必守都城爲言, 初無舍去之意。 何必預言其必守? 自古未有不能禦之於外而能守於內者, 惟宜固守西邊, 俾不得長驅也。 若繕修城堞, 調發中外, 則恐致人心之騷動。" 上曰: "若忘西事而徒備都城, 則不可。 此亦出於有備無患之意。 豈至於騷擾?" 特進官李貴曰: "不修都城而徒備邊方, 是不知本之言也。 今大臣因循姑息, 苟冀無事, 乃爲如此之論。 事急之後, 欲爲守禦, 則豈可及哉? 臣之德望, 雖不及尹昉, 而至於知兵, 則昉不如臣。 臣爲殿下, 每陳長遠之策, 而臣之所言, 金瑬沮之, 備局不信, 殿下亦以爲妄, 一未嘗採用。 臣自此不敢復言國事, 惟當疽發背而死。 然臣死之後, 國家危急, 則始知臣言之不妄矣。 殿下剛斷不足, 每事必詢於臣下, 不自斷決。 殿下乃創業之主, 豈宜苟守常規而不爲赫然更張乎? 主兵非人人所可爲, 雖使金瑬主兵, 而又以韓浚謙爲體察摠統可也。" 上曰: "自前此等人, 無主兵之事矣。" 貴曰: "其才可任, 則寧避小嫌?" 大司憲鄭光績、正言李基祚進啓仁城君請罪事。 上曰: "仁城之事, 非其本心。 且異於外廷士大夫, 不如置之。" 侍講官趙誠立曰: "以仁城所犯言之, 公論之發, 亦已晩矣。 非其本情者, 謂微小事也。 以子廢母, 豈可謂非本情而置之? 若怵禍而爲廢母之論, 則何事不爲? 患失之流, 終至於弑父與君也。" 講罷, 仍輪對各司官員。
- 【태백산사고본】 3책 3권 25장 B면【국편영인본】 33책 560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왕실-종친(宗親) / 군사-군정(軍政) / 인사-임면(任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