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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실록2권, 인조 1년 5월 27일 병진 1번째기사 1623년 명 천계(天啓) 3년

대간들이 폐세자의 일로 사직을 청하다

사간 정온(鄭蘊)이 아뢰기를,

"신이 삼가 폐동궁이 땅을 파고 탈출하려 했던 변고를 살피건대, 독부(獨夫)의 신분으로 보전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는 상황인 만큼 스스로 처신하는 도리를 극진하게 해도 피할 수 없는 점이 있다 하겠습니다. 더구나 스스로 재앙을 초래하여 전에 없던 변고를 만들어 내었고 보면, 종묘 사직을 생각하는 차원에서는 토주(討誅)를 청하기에 겨를이 없어야 진정 마땅할 것입니다.

그런데 신의 생각에는 ‘위로 임금의 덕을 보좌하여 시종일관 아름다운 영예가 돌아가게 하는 것도 신하의 직분이다. 폐조 때에 골육간에 일어난 변은 참으로 성교(聖敎)와 같아 인심이 배반하고 천명이 끊어진 것은 오로지 이에 말미암은 것이다. 오늘날 발생한 일이 이것과는 다르다 하더라도 성덕(聖德)의 측면에서 보면 어찌 또한 조금이라도 손상되는 점이 없다 하겠는가. 전하께서 당초 이미 유감이 없도록 곡진하게 처리하셨고 보면, 끝까지 선처하실 방도를 강구하여 만세 제왕의 아름다운 모범이 되도록 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하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어제 양사에서 논계할 때 신은 소견을 대략 진술하였습니다마는 해가 저물어 급한 나머지 동료들의 의견에 그냥 따라가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이제 성비를 접하고 보니 미천한 신의 충정이 다시 복받칩니다. 처음에 가졌던 생각을 끝까지 고수하지 못하여 하마터면 성덕을 그르치게 할 뻔했으니, 그 죄가 큽니다. 신을 파직하소서."

하니, 사직하지 말라고 답하였다. 대사헌 오윤겸(吳允謙), 대사간 박동선(朴東善)이 아뢰기를,

"골육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대의(大義)를 접어 두고 은혜를 베풀어 보전시키는 것도 실로 천륜의 상도(常道)이고, 종묘 사직을 위한 계책에서 대의로써 은혜를 끊은 것도 또한 변고에 대처하는 권도(權道)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폐동궁이 은혜를 저버리고 도망하려 하여 재앙을 스스로 만들어 낸 사건에 대해, 신들은 너무도 우려스러움을 금할 수 없었던 나머지 변고에 대처하는 권도를 가지고 경솔하게 진계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어제 성상의 비답을 받들고 보니, 인자하고 돈독한 정과 시종일관 보전해 주려는 뜻이 언외(言外)에 넘쳐 나고 있었으므로, 신들이 두 번 세 번 받들고 읽어 나가는 동안에 감격에 겨워 앞으로 성상의 뜻을 따라 만세에 위대한 덕을 이루게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사간 정온이 인피한 사연을 보건대 더욱 자신도 모르게 두려운 마음으로 뉘우치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마터면 성덕에 누를 끼치게 할 뻔한 죄는 정온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신들을 파직하소서."

하고, 헌납 이목(李楘), 정언 신천익(愼天翊), 집의 조희일(趙希逸)도 이 일로 인혐하니, 모두에게 사직하지 말라고 답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책 2권 12장 A면【국편영인본】 33책 535면
  • 【분류】
    왕실-종친(宗親) / 사법-행형(行刑) / 변란-정변(政變) / 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丙辰/司諫鄭蘊啓曰: "臣伏見, 廢東宮掘土跳出之變, 以獨夫之身, 居難保之地, 自處雖盡其道, 猶有不得逭者, 況孽自己作, 變出無前, 則爲宗社計者, 固當請討之不暇。 而臣之愚意以爲, 上輔君德, 終始令聞, 是亦臣子職分。 廢朝骨肉之變, 誠如聖敎, 人心之叛, 天命之絶, 職競由此。 今日之事, 與此雖異, 其於聖德, 亦豈無一毫損傷乎! 殿下當初處之之道, 旣已曲盡無憾, 則可不思所以善終之方而爲萬世帝王之懿範乎! 昨日兩司論啓之時, 臣略陳所見, 而日暮遑遽, 未免隨參。 及見聖批, 愚衷自激, 不能堅執初見, 幾誤聖德之罪大矣。 請罷臣職。" 答曰: "勿辭。" 大司憲吳允謙、大司諫朴東善啓曰: "骨肉之間, 屈義全恩者, 實是天顯之常, 而宗社之計, 斷恩以義者, 亦爲處變之權。 廢東宮辜恩逃命, 孽自己作, 臣等不勝深憂過慮, 以處變之道, 率爾陳啓矣。 昨承聖批, 仁慈篤厚之情, 終始保全之意, 藹然於言外, 臣等奉復再三, 感激于中, 思欲將順聖意, 以爲萬世盛德之事。 及見司諫鄭蘊引避之辭, 尤不覺瞿然知悔, 幾誤聖德之罪, 與鄭蘊無異, 請罷臣等之職。" 獻納李楘、正言愼天翊、執義趙希逸, 亦以此引嫌。 竝答以勿辭。


    • 【태백산사고본】 2책 2권 12장 A면【국편영인본】 33책 535면
    • 【분류】
      왕실-종친(宗親) / 사법-행형(行刑) / 변란-정변(政變) / 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