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첨 등이 참형을 받다
이이첨 등이 참형을 받았다. 【반정이 일어나던 날 이첨이 가솔을 모두 데리고 남쪽 성을 넘어 도망가서 이천(利川)의 시골집에 갔는데, 군인이 뒤따라가서 잡아왔다. 이첨이 처음에 신경유(申景𥙿) 등이 거의했다는 말을 듣고, 경유의 누이는 이대엽의 아내였으므로, 먼저 대엽의 아내를 보내어 빨리 성에 들어가서 경유를 만나보고 석방시켜주기를 도모하려고 하였으나 미처 그렇게 하지 못하였다. 이첨이 금오에 나아가 밤에 공사(供辭)를 쓰면서 함께 구속된 유희량(柳希亮)에게 말하기를 "상께서 이 공사를 보시면 필시 나의 무죄를 밝혀주실 것이다." 하였다. 이튿날 형을 받으려고 옥을 나갈 적에 이귀를 쳐다보며 말하기를 "대감은 나의 마음을 알 것이다. 대전께서 이제까지 보전하실 수 있었던 것은 어찌 나의 공이 아니겠는가." 하니, 이귀가 말하기를 "네가 이전에 모든 일을 자신이 하지 않고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하게 했던 것은 오늘 이 말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진정 너의 말과 같다고 할 경우 유폐의 화액을 겪으신 것이 과연 누가 한 짓이겠는가." 하자, 이첨이 대답하지 못하였다. 형을 받을 무렵에 또 큰 소리로 말하기를 "하늘이 나의 무죄를 내려다보고 계실 것이다. 살아서는 효자이고 죽어서는 충신이다." 하니, 이위경이 뒤에 있다가 꾸짖으며 말하기를 "우리가 죽게 된 것은 모두가 네가 악한 짓을 했기 때문인데, 네가 어떻게 충신이 될 수 있으며 효자가 될 수 있겠는가." 하였다. 이첨은 한찬남·백대형·정조·윤인·이위경 등과 함께 먼저 형을 받았고, 이원엽(李元燁)·이홍엽(李弘燁)·이익엽(李益燁)은 먼저 참형되었으며 이대엽은 옥중에서 죽었다. 그리고 이병(李覮)·한정국(韓定國)·홍요검(洪堯儉)·서국정(徐國楨)·채겸길(蔡謙吉)·민심(閔芯)·정결(鄭潔)·황덕부(黃德符)·이정원(李挺元)·이상항(李尙恒)·한희길(韓希吉)·박응서(朴應犀)·정영국(鄭榮國)·유세증(兪世曾)·윤삼빙(尹三聘)·조귀수(趙龜壽)·정몽필(鄭夢弼) 등 여러 총신(寵臣)들과 유희분·유희발(柳希發) 등은 차례로 참형을 받았고, 정인홍·이강(李芯)·원종(元艪)·신광업(辛光業) 등은 추후하여 형을 받았다. 그리고 성지(聖智)·시문용(施文用)·김일룡(金馹龍)·복동(福同)은 모두 도망가 숨어 있었는데, 잡아다가 참형하였다. 폐모론을 상소한 사람과 토목공사에 취렴한 사람들에 대해서 죄가 중한 자는 잡아다가 베었으며, 이첨의 무리 이하의 사람들은 차등있게 귀양보냈다. 이첨 등은 원수진 사람들이 많았으므로 그들이 참형을 당하자 도성 사람들이 그의 시체를 난도질하여 시체가 온전한 데가 없었다.】
- 【정족산사고본】 40책 187권 9장 B면【국편영인본】 광해군일기33책 498면
- 【분류】변란-정변(政變)
○李爾瞻等伏誅。 【反正日, 爾瞻 率家屬, 踰南城以逃, 到利川村舍, 軍人跟而獲之。 爾瞻始聞申景𥙿等擧義, 景𥙿之妹, 大燁之妻也, 先遣大燁妻, 疾入城, 見景𥙿圖解而不及。 爾瞻就金吾, 夜草供辭, 謂同繫人柳希亮曰: "上見此供辭, 必能明我無罪。" 翌日將刑出獄, 仰謂李貴曰: "大監知我心事矣。 慈殿至今獲全, 豈非我之功耶?" 貴曰: "汝前者, 每事不自做, 却使他人做者, 正欲今日作此言也。 信如汝言, 幽廢之禍, 果誰致之耶?" 爾瞻不能對。 及臨刑, 又大呼曰: "皇天降監無罪, 生爲孝子, 死爲忠臣。" 李偉卿在後叱曰: "吾儕之死, 盡由汝作惡矣, 汝安得爲忠臣? 安得爲孝子乎?" 爾瞻與韓纉男、白大珩、鄭造、尹訒、李偉卿等先正刑, 李元燁、弘燁、益燁先斬, 大燁死獄中。 李覮ㆍ韓定國ㆍ洪堯儉ㆍ徐國楨ㆍ蔡謙吉ㆍ閔𦸂ㆍ鄭潔ㆍ黃德符ㆍ李挺元ㆍ李尙恒ㆍ韓希吉ㆍ朴應犀ㆍ鄭榮國ㆍ兪世曾ㆍ尹三聘ㆍ趙龜壽ㆍ鄭夢弼諸嬖倖人等、柳希奮ㆍ柳希發等次第收斬。 鄭仁弘、李茳、元悰、辛光業等拿致正刑。 聖智、施文用、金馹龍、有福同皆逃匿, 被執斬之。 廢論上疏人、土木聚歛人等, 重者拿斬。 爾瞻徒黨以下, 論謫有差。 爾瞻等仇怨旣衆, 及誅, 都人爭刃其屍, 屍無完者。】
- 【정족산사고본】 40책 187권 9장 B면【국편영인본】 광해군일기33책 498면
- 【분류】변란-정변(政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