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에 나타난 외국 배를 잡지 못한 일로 비변사에게 전교하다
비변사에 전교하기를,
"호남(湖南)에 온 적의 배가 어떤 배인지는 모르지만 1척도 잡지 못하였으니 나랏일을 알 만하다.
황 역관(黃譯官)을 보내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는 단지 피하기만 하려고 이러쿵저러쿵 논의만 하다가 시기를 놓쳐버렸다. 내가 아무리 날마다 하교하여 천만 번 말해도 조금도 귀담아 듣지 않고 매번 ‘죽을 죄를 졌습니다.’라는 말로 책임을 때우려고만 하니 경들에게 기대하는 것이 어찌 이런 것이겠는가. 오늘의 나랏일이 비록 어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는 하였지만 그렇다고 자식이 부모의 병이 위독한 것을 보고 이제는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핑계대고 약을 쓰지 않는 것처럼 할 수 있겠는가. 서쪽과 남쪽에서 들어오는 보고는 다 근심스럽기 짝이 없는데 비변사에서는 조금도 놀라는 기색을 보이지 않으니, 어찌된 일인가. 경들의 뜻을 이해할 수가 없다. 이후로는 나의 뜻을 잘 받들어 더 빨리 처리하여 나 혼자만 위에서 걱정하지 않도록 하라."
하였다. 【이때에 크기가 산과 같고 배 위에 30여 개의 돛대를 세운 배 1척이 사도진(蛇渡津) 앞바다에 들어온 것을 첨사(僉使) 민정학(閔廷鶴)이 편전(片箭)으로 쏘았다. 적이 우리 나라 사람 8명을 사로잡아 가지고 일본에 당도하여 편전을 보이면서 말하기를 "조선의 작은 화살이 배를 거의 절반이나 뚫고 들어갔으니 활을 잘 쏜다고 할 만하다."고 하였다. 아마 서양 배였을 것이다.】
- 【정족산사고본】 39책 179권 6장 A면【국편영인본】 광해군일기33책 461면
- 【분류】외교-구미(歐美) / 외교-왜(倭) / 군사(軍事)
○癸丑/傳于備邊司曰: "湖南賊舡, 不知何舡, 而一舡不能捕捉, 國事可知。 至於黃譯不送, 徒避橫議, 事機已失。 雖逐日下敎, 千言萬語, 略不動聽。 每以死罪等語, 徒爲塞責。 此豈所望於卿等者乎? 目今國事, 雖無可爲, 譬若人子, 見親病危篤, 諉以無復可望, 而不投藥餌乎? 西南之報, 俱極可憂, 而本司小無驚動之色, 何耶? 未曉卿等之意也。 今後須體予意, 更加速處, 毋使予獨爲憂惱於上。" 【時有一舡, 其大如山。 舡上揷三十餘檣, 猝入蛇渡前洋。 僉使閔廷鶴以片箭射之, 賊擄我人八名以去, 至日本, 以片箭示之曰: "朝鮮小箭, 入舡幾半, 可謂善射, 蓋西洋之舡云。"】
- 【정족산사고본】 39책 179권 6장 A면【국편영인본】 광해군일기33책 461면
- 【분류】외교-구미(歐美) / 외교-왜(倭) / 군사(軍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