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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일기[정초본] 132권, 광해 10년 9월 6일 신묘 3번째기사 1618년 명 만력(萬曆) 46년

백관을 가자하고 교서를 반포하다

【왕이 인정전에 거둥하여 진하를 받았다. 백관들을 가자하고 잡범 사죄(雜犯死罪) 이하를 사면하고 교서를 중외에 반포하였다.】 그 교서를 이르기를,

"어지러운 도적들이 흉악한 생각을 품어 화가 바야흐로 얼마 안 가 일어날 판이었는데, 그들이 형벌을 받아 죽게 되자 맑은 조정에 모두 다투어 나와 진하하였다. 이에 죄수를 풀어주는 사면령을 크게 반포하여, 닭을 그린 깃발을 내거는 법을 시행하는 바이다.153) 역적의 우두머리 허균은 성품이 사납고 행실이 개돼지와 같았다. 윤리를 어지럽히고 음란을 자행하여 인간으로서의 도리가 전연 없었으며, 윤기를 멸시하고 상례(喪禮)를 폐지하여 스스로 자식의 도리를 끊었다. 붓을 놀리는 자그마한 기예로 출세하여 등급을 건너뛰어 외람되이 작위를 차지하여 녹을 훔쳤다.

홍로(弘老)와 체결하여 동저(東邸)를 위태롭게 하고자 도모했으며, 김제남(金悌男)을 지휘하여 서궁(西宮)을 등에 업고 권력을 잡고자 하였다. 이의(李㼁)를 옹립하려는 계책을 세웠으나 수렴 청정이 이루어지지 못하자, 이광(李珖)을 추대하려는 계책이 또 같은 무리들에게서 나왔다. 선왕이 승하하신 틈을 타 감히 어린 왕자를 무함했으며, 중국에 들어가 상변(上變)하면서 만금의 뇌물을 쓰려고 했다. 비기(秘記)에 의탁해서 참언을 지어내 몰래 천도의 설을 퍼뜨렸으며, 경운궁(慶運宮)을 그리는 시를 지어 몰래 내부적 화란을 재촉하였다. 군기교(軍器橋) 머리에서 김윤황(金胤黃)에게 화살과 격문을 전달하였으며, 숭례문 밖에서 하인준(河仁浚)에게 방문을 붙이게 하였다. 대론에 가탁해서 조정의 역적을 토벌하는 의리를 돕는 것처럼 하였으며, 잡다한 무리들을 꼬이고 위협해서 늪지에 숨어 도적들을 규합하는 계책을 이루고자 했다. 밤낮으로 은밀하게 의논해서 역모가 더욱 진행되어 화가 조만간 일어나게 되었다. 산에 올라가 소리를 질러 서울을 놀라게 하였으며, 불을 들고 호응하여 사람들을 모두 도망하게 하였다.

그러나 기미를 밝게 비추고 있었으니, 어찌 그림자를 살피는 선견지명이 부족했겠는가. 묵묵히 도우시는 영령의 도움으로 다행히 후회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면하게 되었다. 신령스런 거울을 높게 매달아 높아 도깨비같은 자들을 달아날 수 없게 만들었으며, 하늘의 그물을 넓게 펴놓아 여우같은 자들을 모조리 잡아들였다. 현응민(玄應旻)의 정확한 공초에 간악한 본정은 숨기기 어렵게 되었으며, 황정필(黃廷弼)의 정직한 공초에 흉악한 정상은 모조리 탄로났다. 3일을 옥에 가두어 두자 거짓말이 이미 곤궁하게 되었으니, 9월에 논공하자던 교활한 계책이 어찌 시행될 수 있었겠는가.

8월 24일에는 역적의 우두머리 허균과 역적의 도당 하인준(河仁浚)·김윤황(金胤黃)·우경방(禹慶邦)·현응민(玄應旻)을, 같은 달 26일에는 황정필 등을 모두 능지 처참해 죽였으며, 가산을 적모하고 파가 저택(破家瀦澤)하는 일을 일체 법률대로 시행하였다.

아, 죄인을 잡아서 이미 동쪽의 저자에서 죽이는 주벌을 가하였으므로, 다시 아름답게 명해 죄를 용서해 주는 사면을 반포한다. "

하였다.


  • 【정족산사고본】 32책 132권 8장 A면【국편영인본】 광해군일기33책 159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인사-관리(管理) / 사법-재판(裁判) / 변란-정변(政變)

  • [註 153]
    닭을 그린 깃발을 내거는 법을 시행하는 바이다. : 고대에 죄수의 출옥을 알릴 때에는 닭을 그린 깃발을 대나무에 매달아 내거는 풍습이 있었음.

○王御仁政殿受賀, 加百官資。 赦雜犯死罪以下, 頒敎中外:

王若曰, 亂賊稔兇, 禍方成於浹日, 當刑就戮, 賀爭展於淸朝, 肆頒狴圄之章, 式揭鷄幡之典。 逆魁許筠, 性稟梟獍, 行類狗彘, 瀆倫縱淫, 無復人理, 蔑紀廢喪, 自絶子道。 拔身操觚之小技, 竊祿超級之濫爵。 締結弘老, 始謀危於東邸, 指揮悌男, 期握權於西宮, 挾之計, 不成垂簾, 立之策, 又出連門。 乘先王之昇遐, 敢搆六尺之孤, 入中朝上變, 擬行萬金之賂, 托秘記而造讖, 潛動遷都之說, 懷慶運以作詩, 竊促蕭墻之禍。 軍器橋頭, 傳箭檄於胤黃, 崇禮門外, 付榜書於仁浚。 假托大論, 若助朝廷討逆之義, 誘脅雜類, 欲售蕉澤聚群之謀。 兇徒寔, 晝夜議密, 逆節彌滋, 朝夕禍迫。 登山而呼, 驚惑都城, 擧火以應, 驅出士女。 炳幾燭微, 豈乏察影之先見? 默佑陰隲, 幸免噬臍之後悔。 神鏡高懸, 泣魑魅於罔逃, 天網廣張, 讋狐狸於畢捕。 玄應旻之的供, 姦情難, 黃廷弼之直招, 兇狀盡露。 三日滯獄, 譎語已窮, 九月論功, 猾計何施? 及於八月二十四日, 逆魁許筠及逆黨河仁浚 禹慶邦玄應旻, 同月二十六日, 黃廷弼等, 竝凌遲處死, 籍沒家産, 破家瀦澤, 一依法律施行。 嗚呼! 罪人斯得, 旣加東市之誅, 申命用休, 布南郊之赦。


  • 【정족산사고본】 32책 132권 8장 A면【국편영인본】 광해군일기33책 159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인사-관리(管理) / 사법-재판(裁判) / 변란-정변(政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