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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일기[정초본]128권, 광해 10년 5월 16일 계묘 2번째기사 1618년 명 만력(萬曆) 46년

형조 판서 조정이 상차하여 양궁의 공사를 정지할 것과 체차를 청하다

형조 판서 조정(趙挺)이 상차하였는데, 그 대략은 다음과 같다.

"양궁(兩宮)의 공사를 정지하여 인심을 수습하소서. 군졸을 가려 훈련시켜서 위급한 사태에 대비하소서. 그리고 신의 본직(本職) 및 겸대한 영건 도감 당상의 직책을 체차하여 분수를 편안하게 해 주소서."

하니, 답하기를,

"차자를 보고 잘 알았다. 다만 경이 내간(內間)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니 간략하게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과인이 즉위한 뒤 경운궁(慶運宮)에 임어(臨御)해도 충분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오래도록 창덕궁(昌德宮)으로 이어(移御)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불행히도 경운궁에 변고가 생겨 억지로 창덕궁으로 옮겼는데, 피해 갈 곳 역시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안되겠기에 창경궁(昌慶宮)을 수선하라고 명한 것이었다. 그러나 어찌 생각이나 했겠는가. 창경궁 공사가 막 끝나자마자 요귀(妖鬼)의 재앙이 이 궁에서 먼저 일어나더니 창덕궁에까지 옮겨지고 말았다. 사세상 요귀가 작란하는 곳에 그대로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먼저 인경궁(仁慶宮)의 공사를 착수했던 것인데 그것도 다만 공사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소궐(小闕)만 우선 짓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근래 동궁(東宮)에 또 요괴스러운 변고가 일어났는데 옮길 만한 곳이 없어 그대로 고통을 받고 있는 중이다. 신자(臣子)의 의리상 어떻게 감히 이 공사를 중단하라고 청한단 말인가. 더구나 나무와 돌도 이미 준비되어 있고 공사도 반 이상 진척되었는데 말해 무엇하겠는가. 뒷날 다시 짓는다면 그 폐단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지금 우선 편한 대로 공사를 마친다면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군기(軍機)에 대한 일의 경우도 그렇다. 경 또한 비국 당상 가운데 한 사람인데 어찌하여 군국(軍國)의 대사(大事)를 강구하지 않는 것인가. 오직 헛된 말만 개진한다면 실효가 없을 듯하다. 다시 더 마음을 쏟아 계책을 마련함으로써 국가를 안정시키도록 하라. 그리고 경이 누차 쇠약하고 병들었다는 이유로 사직을 청하고 있는데 매번 억지로 바쁜 업무를 수행하라고 한다면 그것 또한 허문(虛文)이 될 가능성이 있다. 영건 도감의 제조만은 체차해 주겠으니, 본직은 사직하지 말라."

하였다. 【왕이 늘 요괴스러운 변고를 가지고 유지를 내려 공사를 중단하라는 논을 막음으로써 신하로 하여금 감히 말도 못하게 하였다. 그때 세 궁궐을 지키는 장졸(將卒)들이 모두 말하기를, "만약 요괴스러운 변고가 있다면 우리도 그 사이에서 잠을 잤는데 어찌하여 한 번도 꿈에 악귀가 나타나지 않았단 말인가." 하였다. 그런데 경덕궁(慶德宮) 별당(別堂)의 누각도 화려하기 이를 데 없지만 인경궁에 비하면 조금 덜했기 때문에 말을 꾸며 이렇게 간언(諫言)을 막은 것이었다.】


  • 【정족산사고본】 30책 128권 23장 B면【국편영인본】 광해군일기33책 89면
  • 【분류】
    인사-임면(任免) / 사법-치안(治安) / 정론-정론(政論) / 왕실-종사(宗社) / 건설-건축(建築) / 외교-명(明) / 외교-야(野) / 군사-군정(軍政)

    ○刑曹判書趙挺上箚:

    請停兩宮之役, 收拾人心。 選鍊軍卒, 以備緩急。 且遞臣本職及兼帶營建堂上, 以安愚分。" 答曰: "省箚具悉。 但卿似不解內間事情, 不得不略及。 寡昧忝位, 慶運足以臨御, 故無意移御昌德, 久矣。 不幸慶運有故, 强移于昌德, 而避御之處, 亦不可不預備, 玆命修繕昌慶。 豈意昌慶之設, 纔畢, 鬼妖之災, 先起于此宮, 轉移于昌德宮。 事勢不可仍處於鬼妖作挐之地, 先始仁慶宮之役, 只緣工役浩大, 小闕着令先造。 近來東宮, 又有妖變, 無處可移, 仍在水火之中。 其於臣子之義, 何敢請停此役乎? 況木石已備, 工役過半? 後日更造, 則厥弊尤多, 今姑隨便畢役, 何妨乎? 至如軍機, 則卿亦備局堂上之一也, 何不講究軍國大事乎? 唯陳空言, 恐無實效。 更加盡心規畫, 以安國家。 且卿累以衰病, 控辭, 每使强察劇務, 亦涉虛文。 只遞營建都監提調, 本職, 宜勿辭。" 【王每以妖變, 下旨, 以塞停役之論, 使臣子, 不敢言。 其時三闕侍衛將卒, 皆言: "若有妖變, 吾輩亦寢其間, 豈不一番夢魔乎?" 且慶德宮別堂樓閣, 窮極奢麗, 而以比之仁慶則爲少, 故文飾拒諫如此。】


    • 【정족산사고본】 30책 128권 23장 B면【국편영인본】 광해군일기33책 89면
    • 【분류】
      인사-임면(任免) / 사법-치안(治安) / 정론-정론(政論) / 왕실-종사(宗社) / 건설-건축(建築) / 외교-명(明) / 외교-야(野) / 군사-군정(軍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