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비 문제와 남인, 서인 등의 숙청에 대한 유학 박몽준의 상소
유학 박몽준(朴夢俊)이 상소하기를,
"삼가 생각건대, 서궁은 국가의 화근입니다. 속히 그를 처치하지 않으면 나라가 위급한 상황에 놓이게 되고 패망하게 될 염려가 곧 닥쳐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신은 지난 가을 사이에 대략 중국에 정청(呈請)하는 일을 가지고 전하에게 진달하였으나, 성상의 비답이 아직 내려오지 않아서 지레 부모님의 집으로 돌아갔던 것입니다. 남도 지방에 있으면서 본도의 인심을 살펴보니 모두 들뜬 생각을 하고 있었으며 정온(鄭蘊)을 부추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정구(鄭逑)와 정경세(鄭經世) 등의 무리들이 유생의 상소가 올려졌다는 말을 얼핏 듣고서 모두 말하기를 ‘인륜상의 변고는 극력 논쟁해서 그 논의를 막지 않으면 안 된다.’ 하였습니다. 열읍의 유생들이 모두 한 곳에 모여서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인심을 들뜨게 만들고 있으니, 그 형세가 마지막에는 변란을 불러 일으키고 말 것입니다. 좌상 정인홍이 비록 도내에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진압해 내지 못할 것 같아 신은 삼가 민망한 생각만 들 뿐입니다.
대체로 영남 지방의 인심이 변란을 일으킬 생각을 하는 것은 신이 눈으로 본 바이고 서울 사람들이 의구에 차 있다는 것은 신이 귀로 들은 바입니다. 이것으로 보면 주상의 위급함은 마치 아침 이슬과 같습니다. 그런데도 오히려 침묵만 지키고서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계십니다. 말이 여기에 이르니 차라리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리고 신하들의 마음이 각각 다릅니다. 소북(小北)은 서궁이 결국에 가서는 화근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폐지해서는 안 된다고 말을 하여 대북(大北)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남인(南人)들은 모두 교활한 무리들로서 누가 성공하고 실패하는가를 앉아서 바라보면서 은밀히 서인(西人)과 한 패가 되고 있으며, 서인들은 줄곧 서궁에게 마음을 돌려 기어코 그를 보호함으로써 후일의 부귀를 누릴 터전으로 삼고 있습니다. 시험삼아 오늘 수의(收議)한 내용을 가지고 보건대, 이항복은 김제남 무리의 괴수로서 임금을 모욕하는 말을 가장 먼저 하였고, 정홍익은 남인으로 서인에게 붙은 자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괴이한 논의를 주장하였습니다. 김권·오윤겸·김덕함 등의 무리들은 모두 서인으로서 그 논의에 부화뇌동한 정상이 이미 드러나고 반역을 꾀한 정상이 분명한데 이런 자들을 엄한 벌로 다스리지 않는다면 장차 무엇으로 인심을 감복시켜 국시(國是)를 결정하겠으며, 화변의 불씨를 막아 임금의 위엄을 높일 수 있겠습니까. 기자헌이 가장 먼저 흉측한 차자를 올린 것은 서인들이 부추겨줄 것을 믿고 감히 임금을 저버릴 생각을 한 것입니다. 오늘날에 가장 알맞은 계책으로는 이항복과 기자헌 등을 참형에 처하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습니다. 그렇게 하여 왕법을 바로잡고 속히 대신을 불러들여 조정 신하들의 의견을 수합한 것을 보여 준 다음 즉시 서궁의 지위를 폄삭시킨다면, 정구와 정경세의 무리가 비록 변란을 불러 일으키려고 하더라도 화근이 이미 제거되면 흉계도 제거될 것이기 때문에 결국 감히 움직일 수 없을 것입니다.
신에게는 드릴 말씀이 또 있습니다. 서궁의 일을 단지 폄삭만 가한 정도에 그쳤기 때문에 막된 무리들이 감히 부추기고 옹호할 계획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대의로 결단하여 화근을 영원히 근절시킨다면 누가 감히 이론을 제기하여 여기에 맞설 수 있겠습니까. 호씨(胡氏)는 무후(武后)를 논의하면서 말하기를 ‘대신이 역적의 우두머리를 태묘에서 수죄하고 참형에 처하되 중종(中宗)으로 하여금 알지 못하게 해야 한다.’ 하였는데, 주자(朱子)는 이 말을 특별히 《강목(綱目)》에다 실었습니다. 지금 서궁의 악에 대해 성균관 유생이 수죄한 열 가지 죄는 무씨의 아홉 가지 죄악보다 더 심합니다. 만약 이에 근거하여 거행한다면 의리에 부합할 것입니다. 삼가 원하건대 성명께서는 속히 신의 상소를 묘당에 내려서 변란을 대처하게 함으로써 화변의 불씨를 방지하소서."
하니, 의정부에 계하하였다.
- 【정족산사고본】 27책 122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광해군일기32책 671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변란-정변(政變) / 사상-유학(儒學) / 왕실-비빈(妃嬪) / 사법-탄핵(彈劾) / 역사-고사(故事)
○壬寅/幼學朴夢俊上疏曰:
伏以, 西宮爲國家之禍根, 不速處置, 則危亡之患, 迫在燃眉。 頃在秋間, 臣略以呈請 天朝之事, 仰陳淸聽, 聖批未下, 徑還親舍。 淹在南中, 見本道人心, 皆懷去就, 而扶植鄭蘊者, 在在皆是。 至於鄭逑、鄭經世之徒, 微聞儒疏之入, 皆曰: "人倫之變, 不可不力爭, 以遏其議也。" 列邑儒生, 咸皆聚會, 眩惑衆聽, 搔動人心, 其勢終必倡亂。 左相臣鄭仁弘, 雖在道內, 將不能鎭壓, 臣竊悶焉。 夫嶺南人心之思亂, 臣所目覩, 都下人情之疑恐, 臣所耳聞。 以此觀之, 則主上之危, 若朝露, 而尙且淵默深居, 不爲之圖。 言之至此, 寧欲自滅。 且群臣之情各殊, 小北雖知西宮終爲禍本, 而外爲不廢之言, 以自異於大北, 南人皆是狡猾之流, 坐觀成敗, 陰與西人黨合, 而西人一味歸心於西宮, 必欲保護, 爲他日富貴之地。 試看今日收議, 恒福, 悌男黨類之魁首, 發辱上之言; 弘翼, 以南人而附西人者, 故繼以怪論。 金權、吳允謙、金德諴輩, 皆以西人, 和附其論, 情狀已露, 叛計灼然。 此而不置重典, 將何以懾人心, 而定國是, 防禍階而尊主威乎? 自獻首進兇箚, 乃恃西人之扶植, 而敢爲負君之計。 爲今日之計, 莫若斬恒福、自獻等, 以正王法, 亟招大臣, 以廷臣會議示之, 卽速貶削, 則逑、經世之徒, 雖欲倡變, 禍根已除, 則兇計亦沮, 終不敢動矣。 抑臣有所陳焉, 西宮之事, 只行貶削, 故不逞之徒敢爲扶護之計。 若斷以大義, 永絶根柢, 則孰敢以異論, 牴牾於其間哉? 胡氏論武后以爲: "大臣以元惡, 致于太廟, 數罪而殺之, 不令中宗知之。" 朱子特載於《綱目》。 今西宮之惡, 泮儒所數十罪, 浮於武氏九罪。 若據此行之, 則深合於義。 伏願聖明, 亟下臣章于廟堂, 俾善處變, 以防禍漸。
啓下議政府。
- 【정족산사고본】 27책 122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광해군일기32책 671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변란-정변(政變) / 사상-유학(儒學) / 왕실-비빈(妃嬪) / 사법-탄핵(彈劾)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