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 부원군 이항복의 폐비 축출 반대에 대한 헌의
오성 부원군(鰲城府院君) 이항복(李恒福)이 헌의하였다.
"신은 8월 9일에 중풍(中風)이 재발하여 몸은 죽지 않았으나 정신은 이미 탈진된 상태입니다. 직접 뵙지도 못하고 멀리에서 분수에 입각하여 죽음을 결심한 지도 지금 거의 반년입니다만 아직 병석에 있습니다. 공무에 관한 모든 일에 대해서 대답하여 올리기 어려운 형편이지만, 이 문제는 국가의 대사인만큼 남은 목숨이 아직 끊어지지 않았는데 어찌 감히 병들었다고 핑계대면서 잠자코 있을 수 있겠습니까.
전하를 위하여 이 계획을 한 자가 누구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임금께 요순의 도리가 아니면 진술하지 않는 것이 바로 옛날에 있었던 명훈(明訓)입니다. 순임금은 불행하여 완악한 아비와 사나운 어미가 항상 순임금을 죽이고자 하여 우물을 파게 하고는 흙으로 덮었으며 창고 지붕을 수리하게 하고는 밑에서 불을 질렀으니 그 위급함이 극도에 달한 것입니다. 그래도 순임금은 울부짖으면서 자신을 원망하고 부모를 사모할 뿐, 부모에게 옳지 않은 점이 있다고는 보지 않았습니다. 진실로 아비가 설사 사랑하지 않더라도 자식은 효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춘추(春秋)》의 의리에는 자식이 어미를 원수로 대한다는 뜻이 없습니다. 더구나 ‘급(伋)의 처가 되었다면 백(白)의 어미가 된다.’ 하였습니다051) 이제 마땅히 효도로 나라를 다스려야 온 나라가 앞으로 점차 감화될 가망이 있을 터인데 무엇 때문에 그런 말을 해서 전하에게 이르게 한단 말입니까. 자식된 도리는 능히 화평함으로 효도를 다하여 노여움을 돌려 사랑하도록 만든 우순의 덕을 몸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어리석은 신이 소망하는 것입니다."
- 【정족산사고본】 27책 121권 30장 A면【국편영인본】 광해군일기32책 646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왕실-비빈(妃嬪) / 사상-유학(儒學) / 역사-고사(故事)
- [註 051]‘급(伋)의 처가 되었다면 백(白)의 어미가 된다.’ 하였습니다 : 급(伋)은 자사(子思)의 이름. 자사의 전처가 죽었는데 그의 소생 자상(子上)에게 상례를 갖추지 못하게 했다. 자사의 문인들이 그 이유를 묻자 자사가 이렇게 대답한 것이다. 《예기(禮記)》 단궁 상(檀弓上).
○鰲城府院君 李恒福議曰: "臣八月初九日, 重得中風, 身雖不死, 精神已脫。 瞻天望雲, 分死自決, 今垂半歲, 尙在床褥, 凡干公事, 勢難仰對。 此事, 國家大事, 餘命未絶, 何敢以病爲辭而默然而已乎? 不審誰爲殿下畫此計者, 君父之前, 非堯、舜不陳, 乃古之明訓。 虞舜不幸, 頑父囂母, 常欲殺舜, 浚井塗廩, 危逆極矣。 號泣怨慕, 而不見其有不是處也。 誠以父雖不慈, 子不可以不孝, 故《春秋》之義, 子無讐母之意。 況爲伋也妻者, 是爲白也母。 今方當以孝治國家, 一邦之內, 將有漸化之望。 此言奚爲, 而至於紸纊之下哉? 爲子之道, 體舜之德, 克諧以孝, 烝烝乂, 回怒爲慈, 愚臣之望也。"
- 【정족산사고본】 27책 121권 30장 A면【국편영인본】 광해군일기32책 646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왕실-비빈(妃嬪) / 사상-유학(儒學)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