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천종이 만든 화포를 대량으로 제작하여 비치하게 하다
병조의가 아뢰기를,
"금년 봄에 호서에서 파진포(破陣砲)를 만들었는데, 본도 장계로 인하여 올려 보내도록 하였습니다. 지난달 초 신들이 마침 겨울철 화포를 쏘는 일 때문에 모화관에 모였다가 시험삼아 파진포를 쏘아 보도록 하니, 아륜철(牙輪鐵)이 돌과 서로 마찰하면서 금새 저절로 불이 일어나 철포가 조각이 나고 연기와 화염이 공중에 가득하였으며 불덩이가 땅 에 닿으면서 절반쯤 산을 불태웠습니다. 만일 적이 오는 길에 다수를 묻어 둔다면 승패의 변수에 크게 유익하겠습니다. 그리고 만들어 놓은 철포를 보니, 크기가 냄비만 하였으며 수철(水鐵)이 들어가는 용량도 많아야 1백여 근에 불과하고, 윤철이 든 덩치도 그리 무겁고 크지 않아 합쳐서 한 마리의 말에 싣고도 멀리 가져갈 수 있습니다. 만드는 공역도 크지 않고 싸가지고 멀리 가기에도 매우 간편하므로 적이 오는 길에 묻어 두었다가 스스로 부딪쳐 불이 나도록 하고 우리 군대는 다만 요해처에 싸움을 대비해 묻어 두기만 하면 됩니다. 가령 적들이 이 길을 경유하지 않으면 어찌할 수 없겠지만 만일 이 길로 경유한다면 비록 수천 명의 군사일지라도 한 발의 포탄이면 소탕할 수 있으니, 싸움터의 무기로는 이보다 교묘한 것이 없습니다. 요즘 여러 가지 화포들은 각기 이로운 점과 해로운 점이 있는데, 이 포는 이로운 점만 있고 해로운 점이 없으니 서둘러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거기에 소요되는 잡다한 물품은 훈련 도감에서 일일이 갖추어 주도록 하고, 사환(使喚)과 군인은 병조가 정하여 주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화포의 장인(匠人) 가운데 영리한 한두 사람을 뽑아 장수(匠手) 조천종에게 소속시켜 제조하는 묘법을 배우도록 하고, 천종은 외방 사람으로서 식량을 싸가지고 서울에 머무는 것이 극히 어려우니 요포(料布)를 우선 제급(題給)해야 하겠습니다. 화포를 만든 뒤에는 두세 번 시험적으로 쏘아 보아 자세히 그 묘법을 살핀 뒤, 철이 나는 외방으로 나누어 보내어 많은 수량을 만들게 하여 싸움터의 무기로 준비해 두는 것이 마땅하겠습니다. 감히 아룁니다."
하니, 아뢴 대로 하라고 답하였다.
- 【정족산사고본】 15책 59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광해군일기32책 131면
- 【분류】군사-군기(軍器) / 공업-수공업품(手工業品) / 광업-제련(製鍊)
○兵曹啓曰: "今年春, 湖西造破陣砲, 而因本道狀啓, 使之上送。 前月初, 臣等適以季朔放火事, 會于慕華館, 試放破陣砲, 則牙輪鐵與石相磨, 頃刻之間, 自能生火, 鐵砲片碎, 烟焰滿空, 火點着土, 延燒半山。 若於賊來之路, 多數埋置, 則大有益於勝敗之數。 且觀其製造鐵砲, 大如鍋子, 容入水鐵, 多不過百餘斤, 輪鐵所盛櫃子, 不至重大, 合載一馬, 亦足致遠。 其造作工役, 不爲浩大, 齎持遠行, 亦甚輕便。 埋於賊路, 自觸生火, 我軍但於要害之處, 臨戰埋置而已。 使敵不由此路則已, 若由此路, 則雖千百之軍,一砲可燒, 其利於戰用, 莫此爲妙。 近日諸般火砲, 各有利害, 而此砲則有利無害, 當急急製造。 其應入雜物, 令訓鍊都監一一備給, 使喚、軍人, 自曹定給。 且火砲匠中, 擇伶俐者一二名, 屬于匠手曺天宗, 使得傳習製造之妙。 天宗以外方之人, 裹糧留京極難, 料布爲先題給。 旣成之後, 再三試放, 詳察其妙, 然後分送外方産鐵處, 俾令優數造作, 以備戰用宜當。 敢啓。" 傳曰: "依啓。"
- 【정족산사고본】 15책 59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광해군일기32책 131면
- 【분류】군사-군기(軍器) / 공업-수공업품(手工業品) / 광업-제련(製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