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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일기[정초본] 29권, 광해 2년 5월 7일 신해 4번째기사 1610년 명 만력(萬曆) 38년

행 호군 곽재우가 상소하니, 그를 올라오도록 지시하다

행 호군 곽재우(郭再祐)가 상소하였다.

"신이 비록 어리석고 노둔하지만 일찍이 국가의 존망에 대한 걱정을 잊어 본 적이 없었는데, 지극한 생각과 궁리 끝에 세 가지 중흥의 계책을 얻게 되었습니다.

첫째는, 전하께서 자신을 다스려 이기는 방도[主勝之道]입니다. 신은 듣건대 하늘은 사사로이 친함이 없어서 변함없는 순일한 덕을 도우며, 백성들은 변하지 않는 마음이 없어서 어진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고 합니다.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게을리 하지 말아 삼가고 두려워하며, 공경하여 도의 마음을 살피고 지키며, 사욕을 누르고 본성을 회복하여 변하지 않는 순일한 덕을 닦아 밝히고 어진이를 가까이하고 간사한 이를 멀리하며 충직한 것을 믿고 사악한 것을 멀리하여, 커다란 은혜를 미루어 베풀고 지극한 혜택을 널리 베풀어서 군인과 백성들이 항상 생각하여 마음이 떠나지 않게 하소서. 그러면 국가의 운이 끝없이 연장되고 강한 적이 천리 밖에서 굴복할 것이니, 이것이 가장 좋은 계책입니다.

둘째는, 군대로써 이기는 계책입니다. 신은 듣건대 완전한 승리는 싸우지 않으며 커다란 군대는 접전하지 않고 먼저 적이 나를 못하도록 만든 후에 적을 이길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린다고 하였습니다.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병사 가운데서 특별한 이를 뽑아서 군사를 거느리도록 하시고, 산림의 어진이를 뽑아서 높은 지위에 앉히는 등 예측할 수 없는 은혜를 써서 인심이 고무되게 하소서. 그리고 탐욕스럽고 무법한 관리와 포악하고 법률을 어기는 장수는 목을 베어 군현에 효수하거나 삶아서 온 나라에 돌리는 등 예측할 수 없는 위엄을 써서 형벌과 정치의 기강을 세우소서. 그러면 완전한 승리는 우리에게 있고 이길 수 없는 요소는 저들에게 있게 되어 지키면 반드시 견고할 것이며 싸우면 반드시 이길 것이니, 이것이 중간의 계책입니다.

셋째는, 겨우 보전하는 계책입니다. 신은 듣건대 ‘ 장마가 지기 전에 뽕나무 부리를 주워 얽는다051) .’ 하였고, 또 ‘ 위태롭고 위태롭게 여겨야 뽕나무 줄기에 견고히 묶을 수 있다052) .’ 하였습니다.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적을 헤아리고 자신을 헤아릴 줄 알아야 명철한 것이니, 일에 앞서서 준비하고 근심을 헤아려서 예방하셔야 할 것입니다. 가령 강화도와 같이 반드시 지켜야 할 곳에 곡식을 쌓아 두어 군사와 백성들의 하늘로 만들어 예측할 수 없는 수요에 대비하소서. 그리고 세자는 영남 지방을 진수(鎭守)하여 양호(兩湖) 지방을 제어하도록 하되, 어질고 능력 있는 이들을 맞아들이고 백성들을 아끼고 길러 하나의 울타리를 만들고 하나의 성책을 이루어, 뿌리깊은 사업을 일으키고 뽑히지 않는 터전을 만들게 하소서. 이ƒ이 가장 못한 계책입니다.

대저 국가 성패의 형세는 마치 바둑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비록 지고 있는 판이라고 하더라도 이길 수 있는 형세가 없는 것은 아니며, 비록 이기고 있는 판이라고 하더라도 질 수 있는 형세가 없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바둑를 잘 두는 사람은 지고 있는 것을 돌이켜서 이기고, 잘 두지 못하는 사람은 이길 만한 형세에 있다고 하더라도 지고 마는 것입니다. 지금 국가의 형세가 비록 마치 지고 있는 바둑과 같으나 어찌 이길 수 있는 형세가 없다고 하겠습니까. 패하지 않는 계책을 쓰고 망하지 않는 책략을 시행하되, 마치 불속에 있는 사람을 구해 주고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 주듯이 서둘러야만 거의 가능할 것입니다.

신이 듣건대 간척(干戚)의 춤으로는 평성(平城)의 포위를 풀 수 없으며053) 결승(結繩)의 정치로는 어지러운 진(秦)나라의 일을 다스릴 수 없다054) 고 하였으니, 조용한 일상적인 정치로는 오늘의 위급한 형세를 구제하지 못할까 염려됩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비상하고 헤아릴 수 없는 은혜와 위엄을 사용해야만 조정에서 붕당을 짓는 근심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며, 탐욕스럽고 포악하며 침탈하는 폐단을 혁파할 수 있을 것이며, 대소 신료들이 마음을 같이하고 힘을 합하여 왕사에 소홀함이 없게 될 것이고, 따라서 남쪽의 왜구와 북쪽의 오랑캐도 걱정할 것이 없을 것입니다. "

하니, 답하기를,

"상소를 살펴보고 나라를 걱정하는 정성을 매우 가상하게 여기고 있다. 내 마땅히 새겨서 염두에 두도록 하겠다. 다만 경이 해를 뚫는 충성을 가지고도 구름 아래로 돌아가 노닐 생각을 굳히고 있으니, 이는 내가 그대를 맞이하여 붙잡아 두지 못한 소치이므로 진실로 부끄럽게 여기고 있다. 그대는 나를 멀리하려는 마음을 먹지 말고 곧바로 올라와서 자리를 비워두고 기다리는 나의 마음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하고, 이어 전교하기를,

"곽재우에게 사람과 말을 보내어 그를 올라오게 하라. "

하였다.


  • 【정족산사고본】 7책 29권 4장 A면【국편영인본】 광해군일기31책 535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군사(軍事)

  • [註 051]
    장마가 지기 전에 뽕나무 부리를 주워 얽는다 : 치효(鴟鴞)가 뽕나무 뿌리를 물어다가 견고하게 집을 엮어 장마에 대비한다는 뜻으로, 어려움이 닥치기 전에 미리 잘 대비함을 말함. 《시경(詩經)》 빈풍(豳風).
  • [註 052]
    위태롭고 위태롭게 여겨야 뽕나무 줄기에 견고히 묶을 수 있다 : 위태로움을 잊지 않아 견고한 뽕나무 뿌리에 묶는 것과 같이 미리 잘 대비함을 말함. 《주역(周易)》 부괘(否卦).
  • [註 053]
    간척(干戚)의 춤으로는 평성(平城)의 포위를 풀 수 없으며 : 어려운 일에는 그에 알맞는 계책이 아니면 해결이 안 된다는 뜻. 간척의 춤은 순임금의 고사로 《시경(書經)》 대우모(大禹謨)에 "묘민(苗民)이 한 달 동안 명령을 거역하자, 우(禹)가 정벌하러 나섰는데 익(益)이 덕을 펴라고 권하니, 회군하였다. 이에 순임금이 크게 덕을 베풀며 방패와 깃, 일산 등을 가지고 추는 무무(武舞)를 추게 하였더니, 70일 만에 유묘(有苗)가 항복하였다."고 하였다. 평성의 포위는, 한(漢)나라의 고조가 흉노의 포위로 고통을 받았던 일인데, 진평(陳平)의 계책으로 겨우 위기를 면한 고사를 말한다. 《한서(漢書)》 권40 진평전(陳平傳).
  • [註 054]
    결승(結繩)의 정치로는 어지러운 진(秦)나라의 일을 다스릴 수 없다 : 결승의 정치는 태고에 문자가 없던 시대에 노끈으로 매듭을 지어 정령의 표시로 사용했던 것을 말함. 여기에서는 간결한 정사를 뜻함.

○行護軍郭再祐上疏曰:

臣雖愚魯, 未嘗忘國家存亡之憂, 極慮窮思, 得中興三策。 一曰主勝之道。 臣聞惟天無親, 佑于一德, 民罔常懷, 懷于有仁。 伏願殿下, 夙夜無怠, 兢兢業業, 敬之敬之, 察守道心, 克之復之, 修明一德。 親賢遠奸, 信忠斥邪, 推施大恩, 廣布至澤, 使軍民常懷其心不離, 則國祚延於無疆, 强敵屈於千里, 上策也。 二曰兵勝之謀。 臣聞全勝不鬪, 大兵無創, 先爲不可勝, 以待敵之可勝。 伏願殿下, 拔卒伍之特, 而將軍兵, 擢山林之賢, 而置高位, 用不測之恩, 以皷動人心。 貪贓無法之吏, 暴虐犯律之將, 或戮而梟于州縣, 或烹而徇于國中, 用不測之威, 以振肅刑政, 則全勝在我, 不可勝在彼, 而守則必固, 戰則必勝, 中策也。 三曰, 僅保之計。 臣聞迨天未雨, 撤彼桑土, 其亡其亡, 繫于苞桑。 伏願殿下, 料敵量己, 乃明乃哲, 先事而備, 豫患而防, 積穀於必守之地, 如江華等處, 爲軍氓之天, 俟不時之需。 命世子鎭守, 嶺南控制, 兩湖延攬, 賢能愛養, 黎庶作一藩屛, 成一保障, 創深根之業, 爲不拔之基, 下策也。 夫國家成敗之勢, 有如奕碁。 然雖敗局, 未嘗無勝勢, 雖勝局, 未嘗無敗勢, 故善奕者, 轉敗爲勝, 不善者, 乘勝致敗。 今之國勢, 雖若敗碁, 然豈無可勝之勢哉? 用不敗之謀, 行不亡之策, 汲汲如救焚拯溺, 然後庶乎其可也。 臣聞干戚之舞, 不可以解平城之圍, 結繩之政, 不可以治亂之緖, 從容平常之政, 恐無以濟今日危急之勢。 必須用非常不測之恩威, 然後可以去朝廷朋比之患, 可以革貪暴侵漁之弊, 可以使大小臣僚, 同心協力, 王事靡盬, 而南寇北敵, 有不可憂也。

答曰: "省疏深嘉憂國之誠, 予當體念焉。 但卿以貫日之忠, 堅臥雲之志, 是予不能延攬之致, 良用愧忸。 卿宜勿爲遐棄, 幡然上來, 以副予虛席之望。" 仍傳曰: "郭再祐處, 人馬調送, 使之上來。"


  • 【정족산사고본】 7책 29권 4장 A면【국편영인본】 광해군일기31책 535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군사(軍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