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이전의 《실록》 수정에 필요한 자료 수집을 실록청에서 요청하다
실록청이 아뢰기를,
"임진년 이전의 《실록》을 지금 수정하여 편찬하려고 하는데 고증할 만한 자료가 전혀 없어서 착수할 수 없으니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고(故) 지사(知事) 유희춘(柳希春), 고 참판 이정형(李廷馨)이 기록한 개인의 일기가 다행히 춘추관(春秋館)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전에 행장(行狀)을 지을 때 그 일기를 보았더니, 이정형은 조보(朝報)에 나온 것 가운데 뚜렷한 약간의 말만을 기록하였으므로 15, 16년 전에 기록한 것이 단지 1권뿐이었고, 유희춘의 일기는, 1년에 한두 달의 사건만 기록하고 다른 달의 사건은 모두 기록하지 않았으므로 너무나 소략하여 만분의 일도 고증할 수 없었습니다. 이외에 다시 고증할 만한 자료가 없습니다. 따라서 지금 우선 임진년 이후의 사초(史草)를 가지고 한편으로는 먼저 수정하고 한편으로는 여러모로 자료를 수집해야겠습니다.
삼가 듣건대, 고 감사 배삼익(裵三益)의 집에 병란 이전의 연도별 조보가 보관되어 있고, 고 판서 이개(李墍), 고 첨지(僉知) 이수준(李壽俊)의 집에도 병란 이전의 조보가 보관되어 있으며, 고 참의 유조인(柳祖訒)의 집에는 임진년의 《행조일기(行朝日記)》가 있다고 하니, 이들 본가의 자제들에게 빠짐없이 찾아내어 보내도록 해야겠습니다. 이외에 여염(閭閻)에 살고 있는 사대부 집에 가장일록(家藏日錄)이 있는지의 여부를 알아보아 가져다 올려보내게 하고, 가지고 있으면서도 즉시 내주지 않는 자에게는 사실이 드러나는 대로 치죄하게 하며, 고증할 만한 긴요한 문서에 대해서는 온 지방에 알려 사서인(士庶人)을 막론하고 스스로 바치는 자에게 특별히 을 주도록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병란 이전에 벼슬자리에 있던 사람이 각자 듣고 본 것을 평소의 가장일기처럼 기록해 놓은 것이 있을 경우 다소(多少)를 막론하고 바치게 하여 채택할 수 있게 하고, 사대부의 문집(文集) 중에 비명(碑銘)·소(疏)·차(箚)의 내용이 시정(時政)에 관계되어 고증하고 채택할 만한 것이 있으면 모두 수집하며, 병란 이후의 겸춘추(兼春秋) 및 이조의 비초(批草)와 상고할 만한 가장일기들을 모두 바치게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외지의 각 아문에 고증할 만한 문서와 여러 도감의 《등록(謄錄)》과 《승정원일기》 전부 및 《승전단초책(承傳單抄冊)》과 연도별 소·차 및 관상감의 연도별 《역년기(曆年記)》 등을 모두 실어 보내도록 할 것을 팔도 감사들에게 급히 하유하고, 서울의 각 아문과 한성부(漢城府)의 오부(五部)가 승전을 받들어 아뢰어 시행하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였는데, 윤허한다고 전교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선조조(宣祖朝)의 임진년 이전의 사초가 춘추관 및 승정원에 보관되어 있었는데 사관(史官)인 조존성(趙存性)·김선여(金善餘)·박정현(朴鼎賢)·임취정(任就正) 등이 모두 불태우고 도망갔으므로 이때 총재관(總裁官) 이항복(李恒福)이 이 계(啓)를 올렸던 것이다. 그러나 이항복 등이 수집을 끝내지 못하고 기자헌(奇自獻)·이이첨(李爾瞻)이 대신하게 되자, 사록(史錄)이 아주 잘못되었다.】
- 【정족산사고본】 5책 21권 2장 A면【국편영인본】 광해군일기31책 458면
- 【분류】역사-편사(編史) / 인사-관리(管理)
○癸丑/實錄廳啓曰: "壬辰以前實錄, 今將修纂, 而茫無考據, 莫能着手, 極爲可慮。 故知事柳希春及故參判李廷馨私錄日記, 雖幸藏在館中, 而曾於行狀撰集時見之, 則李廷馨只錄朝報中表表若干等語, 故十五六年前所錄, 只是一卷。 柳希春日記, 則一年內或一二朔偶然記錄, 餘皆闕焉, 踈略太甚, 不足以憑考其萬分之一。 只此之外, 更無倚籍之地。 今當姑就壬辰以後史草, 一邊先爲修正, 一邊多方搜訪矣。 竊聞故監司裵三益家, 藏亂前各年朝報, 故判書李墍家及故僉知李壽俊家, 亦有家藏亂前朝報, 故參議柳祖訒家, 有壬辰年間《行朝日記》云, 竝令本家子弟, 無遺搜出送納。 此外閭閻士大夫家, 或有家藏日錄聞見, 搜取上送, 如或有之, 而不卽出給者, 隨現治罪, 緊關可考文書, 知委于中外, 無論士庶, 許令自納, 另議論賞。 且亂前仕宦人, 各以耳聞目見, 隨所記箚錄, 如平時家藏日記之爲, 不拘多少, 使之投進, 以備採擇, 士大夫家文集中, 碑銘、疏、箚, 有關時政, 可以考採者, 一一收合, 亂後兼春秋人員, 吏曹批草, 相考家藏日記, 一一依例督納。 京外各衙門可考文書, 諸都監謄錄, 《承政院日記》全數, 《承傳單抄冊》各年疏箚及觀象監各年《曆年記》等, 一一輸送事, 八道監司處, 急急下諭, 京中各衙門, 漢城府五部, 竝捧承傳, 知委施行何如?" 傳曰: "允。" 【按宣祖朝壬辰以前史草, 藏在春秋館及政院者, 皆爲史官趙存性、金善餘、朴鼎賢、任就正等, 焚棄而逃, 至是摠裁官李恒福等, 有此啓。 然恒福等, 鳩集未完, 而奇自獻、李爾瞻繼之, 而史事大壞矣。】
- 【정족산사고본】 5책 21권 2장 A면【국편영인본】 광해군일기31책 458면
- 【분류】역사-편사(編史) / 인사-관리(管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