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군과 흥안군이 경평군 이륵과 함께 묶여 비난받자 억울함을 아뢰다
"신들은 둘 다 지극히 어리석고 용렬한 사람인데 왕실과 가장 가까운 친척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항상 복이 지나쳐 재앙이 생길까 두려워하면서 조심조심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정에서 대우하는 것이 노예만도 못하니, 어찌 감히 입을 열겠습니까. 삼가 오늘 경평군(慶平君)을 논계한 글을 보니 미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경평군이 태어나서 겨우 9살 되던 해에 선왕께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가 비록 아름다운 바탕을 타고났다 하더라도 나라에서 가르치고 깨우쳐 주지 못했으니, 어떻게 지극한 도리를 듣고 기질을 변화시킬 수 있었겠습니까. 때문에 예사롭게 처리할 일에 있어서도 으레 패려하고 망령된 일이 많습니다. 이번에 논핵당한 일을 볼 때 저지른 일이 사실이라면 진실로 만 번 죽어 마땅합니다. 그러나 ‘숱한 왕자들’이라고 범범하게 일컬었으니 말을 만드는 사이에 은연중 불측한 뜻이 있습니다. 이륵이 만일 잘못을 저지른 일이 있다면 쫓아내도 좋고 형벌에 처해도 좋고 죽여도 좋은데, 하필이면 ‘숱한 왕자들’이라고 범범하게 말하는 것입니까. 이것은 모두 신들이 가볍게 보인 소치이니, 〈아울러〉 신들의 직임을 삭탈하라 명하여 숱한 죄를 징계하소서."
하니, 안심하고 사직하지 말라고 답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1책 61권 95장 A면【국편영인본】 33책 456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왕실-종친(宗親)
○仁城君、興安君啓曰: "臣等俱以至愚極陋, 忝在王室至親, 常恐福過災生, 戰兢度日, 而朝廷待之, 不啻若奴隷, 何敢開一喙乎? 伏見今日慶平君論啓之辭, 不勝未安。 慶平君生纔九歲, 先王棄世, 雖曰美質, 國家無敎誨之道, 安得聞至道而變化氣質乎? 以此尋常所處之事, 例多悖妄。 今見論劾之事, 所犯若實, 則固合萬死, 而泛稱許多王子, 措語之間, 隱然有叵測之意。 臣玏如有所犯, 則黜之可也、刖之可也、誅之亦可也, 何必泛稱以許多王子乎? 此無非臣等見輕所致, 請(竝)命鐫削臣等之職, 以懲許多之罪。" 答曰: "安心勿辭。"
- 【태백산사고본】 61책 61권 95장 A면【국편영인본】 33책 456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왕실-종친(宗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