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캐에게 감군이 곧 돌아갈 것과 군사를 일으킬 기미는 없다고 답신 보내다
비변사에 전교하였다.
"이번에 적에게서 온 서신에 대해 십분 잘 답해야 하니 만약 계책을 쓰지 않으면 흉악한 적의 침입을 막기 어려울 것이다. 경들은 진평(陳平)이 계책을 쓴 일을 보지 못했는가. 비록 진평이 아니더라도 역대로 오랑캐들을 상대함에 있어 이와 같은 일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지금 언가리(彦加里)에게 물건을 넉넉히 주어 그로 하여금 군사 행동을 늦추게 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그리고 ‘감군과 모장은 별로 군사를 일으킬 기미가 보이지 않고, 우리 나라에서도 군사를 출동시킬 일이 없다. 양 감군는 오래지 않아 바닷길을 통해 들어갈 것이고, 아직 강가를 오가는 일도 없다. 이는 실로 신의를 굳게 지키는 것이다. 그대들이 만약 모장을 찾는다는 핑계로 먼저 신의를 잃는다면 우리도 어떻게 우호적으로 할 수 있겠는가. 국서(國書)는, 전일 차관(差官)을 보냈던 일이 낱낱이 드러나 전파되었기 때문에 할 수 없다. 일본과도 국서가 오가는 일 없이 다만 변방 신하의 서계(書契)만으로 서로 우호를 유지하고 있어 지금까지 공물 바치는 일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남방에 왜인들이 또한 많이 머무르고 있으면서 아침 저녘으로 바다를 건너 다니는데, 그들이 변함없이 공손하게 하므로 우리 나라도 원한 관계를 잊고 잘 대하고 있다. 그대들도 더욱 신의를 돈독하게 한다면 우리 나라에서 어찌 허락하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양 감군과 모장이 비록 나와 있지만 무슨 일을 하겠는가. 절대로 이런 일을 가지고 의심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익히 의논해서 잘 처리하도록 하라."
〈사신은 논한다. 오랑캐는 견양(犬羊)이니, 인의(仁義)를 가지고 말할 수 없다. 국가가 이미 자강(自强)하여 적을 방어하지 못하고 한갓 약한 것만을 보여 업신여김을 받고 있으니 언가리에게 뇌물을 주어 병화(兵禍)를 늦추려고 한들 가능하겠는가.〉
- 【태백산사고본】 61책 61권 55장 A면【국편영인본】 33책 451면
- 【분류】외교-명(明) / 외교-야(野) / 외교-왜(倭)
○傳于備邊司曰: "今此賊書, 雖十分善答, 若不行計, 則難遏兇鋒也。 卿等不見陳平行計之事乎? 雖非陳平, 歷代待夷, 如此事何限? 今若優給某物于彦加里處, 使之款兵如何? 且‘監軍與毛將, 別無動兵之機, 我國亦無出兵之事。 梁則不久當由海路而入往, 未有往來江外之事。 此實堅守信義也。 爾若托稱索毛, 先失信義, 則我亦相好乎? 國書前日送差官事, 一一煩播, 故不得爲之。 日本亦無國書往來之事, 而只以邊臣書契通好, 至今貢獻不絶。 南方倭人亦多留在, 朝夕渡海(來), 恭遜不替, 則我國亦忘讎善待。 爾亦益篤信義, 則我國有何不許之理乎? 梁 毛雖出來, 有何所爲? 切勿以此疑之’云云, 未知如何, 熟議善處。" ( 史臣曰: "夷虜犬羊, 不可以仁義說也。 國家旣未自强而禦敵, 徒爲示弱而納侮, 給賂彦賊, 欲緩兵禍, 其得乎?"
- 【태백산사고본】 61책 61권 55장 A면【국편영인본】 33책 451면
- 【분류】외교-명(明) / 외교-야(野) / 외교-왜(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