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가 감군을 접견할 때 칭하는 말을 정하다
시강원이 아뢰기를,
"왕세자가 감군을 접견할 때 할 말 및 스스로를 칭하는 말을 〈지난해 중국 사신이 왔을 때의 규례에 따라 해야 할 것인지〉 사부(師傳)에게 물으니, 박승종(朴承宗)은 ‘지난해 중국 사신이 나왔을 때의 규례대로 하는 것이 마땅할 듯하다. 〈그리고 바닷길에 오느라 애썼다고 위로하는 것은 때에 다다라 말을 만드는 것이 또한 마땅하겠다.〉 ’ 하였습니다. 부(傅) 좌의정 박홍구(朴弘耉)는 ‘저하(邸下)가 감군과 서로 만났을 때 의당 불녕(不佞)이라고 스스로를 칭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조사(詔使)가 나왔을 때도 이것으로 의논하여 정했었다. 접견할 때 먼저 「성황(聖皇) 만복(萬福)」이라 하고, 그 다음에 「대인께서 특별히 간명(簡命)을 받아 수병(水兵)을 거느리고 멀리 대해를 건너 몸소 위험을 무릅쓰고 〈천신만고 끝에〉 왔으니, 사람으로 하여금 놀라게 합니다. 불녕은 삼가 우러러 사모하는 마음을 가눌 수가 없습니다. 〈배를 타고 온 그날 바로 또 도로를 달려와 존체(尊體)를 많이 움직이셨으니, 더욱 염려되는 마음 이길 수가 없습니다.〉 」 하고, 〈이내 서로 접하여 말을 하게 될 즈음에는〉 이어 「노적(奴賊)이 점점 세력을 펼쳐 뻗어나가 〈악을 쌓아 천자의 자리를 노려서 흉적의 칼날이 향하는 바에〉 요동과 광녕이 잇따라 함락되었으니, 무릇 혈기가 있는 자 그 누군들 가슴 아프게 여기지 않겠습니까. 이에 천자의 정벌을 펼치게 되었으니, 대인께서 그들의 나라를 완전히 멸망시켜 버리시기를 크게 기대합니다.」 하는 뜻으로 잘 다듬어 말을 만들면 어떨지 모르겠다. 〈그 나머지 군국(軍國)에 대한 일은 감군이 필시 묻지 않을 것이니, 저하도 답을 할 것이 없을 것이다. 그 나머지 시종 읍양(揖讓)하는 절차는 조사가 나왔을 때 이미 행했던 규례가 있으니, 때에 다다라 본따서 행하면 마땅할 듯하다.〉 ’ 하였습니다."
하니, 답하기를,
"그 가운데 ‘천자의 정벌을 펼치게 되었으니, 〈그들의 나라를 완전히 멸망시키기 바란다.〉 ’ 하는 한 조항은 군국에 관계되는 일이니, 왕세자가 할 말 가운데 쓸 필요가 없다. 세자의 직분은 단지 문안하고 시선(視膳)하는 것일 뿐이니, 이 ‘대인 이하 운운’하는 말이 어떨지 모르겠다. 더구나 맨 끝의 한 조항은 더욱 언급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혹 적의 소굴을 정벌하는 일에 대해서 물으면 ‘군국의 대사를 불녕이 어찌 알겠습니까. 부왕께서도 항상 관외(關外)가 잇따라 함락되고 있다는 것을 그지없이 가슴 아파하고 걱정하고 계십니다. 소굴을 정벌하는 일에 이르러서는 오직 노야(老爺)의 승산(勝算)에 달려 있습니다.’ 하고, 다른 일은 말하지 않는 것이 마땅할 듯하다. 다시 사부에게 의논하여 더할 것과 덜 것을 의논하여 아뢰라."
"성상의 분부가 간략하면서도 충분히 뜻을 다 나타내니, 이로써 말을 만들게 하소서."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0책 60권 60장 A면【국편영인본】 33책 438면
- 【분류】외교-명(明) / 왕실-종친(宗親)
○侍講院啓曰: "王世子監軍接見時, 措語及自稱之辭, (依上年天使時例,) 問于師傅, 則領議政臣 朴承宗以爲: ‘依上年天使時例似當。 (海路致慰, 臨時措語亦當。)’ 傅左議政臣 朴弘耉以爲: ‘邸下與監軍相接時, 宜自稱之辭, 則以不佞(稱之。 上年)詔使時, 亦以此議定矣。 接宴時, 先以「聖皇萬福」, 次以「大人特膺簡命, 獎率水兵, 遠涉滄海, 躬冒危險, (千辛萬勤,) 令人足以驚心。 不佞竊不勝瞻慕之至。 (御船卽日, 且復驅馳道途之間, 尊體多動, 尤不勝耿耿之懷。」乃於接語之際,) 繼陳「奴賊猖獗, (惡稔射天, 兇鋒所向,) 遼、廣連陷, 凡有血氣, 孰不痛惋? 用張九伐, 犂庭掃穴, 深有望於大人。」 以此意好爲刪潤措辭, 則未知如何。 (其他軍國之事, 監軍必不問, 邸下不須答。 自餘揖讓終始之節, 有詔使時已行之規, 臨時倣而行之, 恐或宜當。)’ 云矣。" 答曰: "其中‘用張九伐(, 犂庭掃穴)。’ 一款, 係是軍國事, 王世子措語(中), 不必用之。 (領議政臣朴承宗以爲: ‘此一款用之宜當云。 何以爲之?’) 世子之職, 只問安視膳, 此‘大人以下云云’之辭, 未知如何。 況末端一款, 尤不當言及。 如或問征勦事(, 國王將何以爲之云)。 則‘軍國大事, 不佞何以知之。 父王常以關外連陷, 痛憂罔極, 至於征勦事, 則唯在老爺勝算。’ 云云, 勿言他事似當。 更議于師傅, 增減議啓。" 承宗、弘耉啓曰: "聖敎約而盡, 請以此措辭。" 從之。
- 【태백산사고본】 60책 60권 60장 A면【국편영인본】 33책 438면
- 【분류】외교-명(明) / 왕실-종친(宗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