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의 침입 막기위해 중요한 곳 창성·의주·평양·안주 방비에 힘쓰다
비변사가 아뢰기를,
"변방의 군영에 있어 반드시 지켜야 할 지역이 있고, 적이 와도 돌아보지 않아야 할 곳이 있습니다. 송(宋)나라와 금(金)나라의 경우로 말하면, 변송(汴宋) 때에 종망(宗望)017) 이 탄식하기를 ‘관문이 이처럼 험하니, 남조(南朝)에서 한 사람이라도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면, 나는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였으니, 이런 곳은 꼭 지켜야 할 지역이며, 태원(太原)같은 곳은 장효순(張孝純)이 죽음으로써 굳게 지키고 있었지만, 종망은 그곳을 버려두고 지나가 곧바로 변경(汴京)을 포위하였으니, 이런 곳은 돌아보지 않을 곳입니다. 남송(南宋)의 경우로 말한다면, 여문덕(呂文德)의 형제들이 양양(襄陽)을 굳게 지키고 있어 원(元)나라 병력이 감히 이 곳을 넘어 남쪽으로 내려오지 못하였으니, 이 곳은 꼭 지켜야 할 지역이며, 이정지(李庭芝)와 묘재성(苗再成)이 양주(楊州)와 진주(眞州)를 굳게 지켰지만 백안(伯顔)은 이 곳을 버려두고 통과하여 곧바로 임안(臨安)으로 침입하였으니, 이러한 곳은 돌아보지 않을 곳입니다. 이제 이곳 저곳 모두 지키려고 한다면 모든 곳이 굳건하지 못할 것이니, 이는 대개 우리의 힘은 분산되는 반면 적의 힘은 전일해지기 때문입니다.
창성(昌城)과 의주(義州) 두 성은 꼭 지켜야 할 지역입니다. 이 곳을 침범할 수 없도록 굳게 지킨다면, 오랑캐의 기병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이같이 중한 진영이 뒤에 있으니 곧바로 서울로 쳐들어오지는 못할 것입니다. 우리의 군대와 진지가 앞뒤에서 서로 구원해 주고 호응하는 형세가 되고 또 중로(中路)에 큰 진영이 연달아 있으면, 비록 적이 강을 건넜다 하더라도 스스로 죽어갈 것입니다. 〈먼저 뿔과 발톱이 잘리면〉 어떻게 힘있게 오래 달릴 수 있겠습니까. 성상의 신묘한 생각은 매우 탁월하여 신들은 우러러 탄식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평양(平壤)과 안주(安州)는 이미 감사와 방어사로 하여금 성심껏 요량하여 보수토록 하였으니 이제는 두서가 잡혔을 것입니다. 생각건대 정주(定州)는 김경서(金景瑞)가 성을 훼손한 뒤로 아직껏 수축하지 않았는데, 이제야 개축하려고 한다면, 이는 마치 목이 말라서야 샘을 파는 격입니다. 그리고 성터가 경사져 마땅치도 않고 땅의 형세가 전혀 천연적으로 험하지도 않으니, 이런 곳이 병가에서 말하는 ‘지리적 이로움을 얻지 못하면 버린다.’는 곳입니다. 이 때문에 능한 산성(凌漢山城)을 지난해부터 직임을 맡은 신하로 하여금 급히 쌓도록 한 것입니다. 정주(定州)에서 산성까지는 겨우 수십 리이니, 정주의 백성들을 들여넣어도 충분히 보호될 것입니다. 다만 위급한 때에 잘 조처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평양·안주와 능한 산성에 병기와 식량을 쌓으라고 거듭 신칙하여 오랑캐로 하여금 침입할 수 없도록 하고 병졸들로 하여금 전력을 쌓도록 하는 것이 현재로서 가장 긴요한 방략이 되겠으니, 파발(把撥)을 보내어 서로(西路)의 일을 맡은 신하들에게 하유하소서."
하니, 전교하기를,
"아뢴 대로 하라. 이 일은 너무 늦어 지금 시기를 놓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이미 적을 매어두는 계책을 잃어버렸고 합빙(合氷)의 시기는 닥쳤으니, 병화(兵火)가 멀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속히 알려주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8책 58권 17장 A면【국편영인본】 33책 400면
- 【분류】군사-군정(軍政) / 군사-관방(關防) / 인사-관리(管理) / 역사-고사(故事)
- [註 017]종망(宗望) : 금 나라 태조의 둘째 아들.
○備邊司啓曰: "凡邊鎭有必守之地, 賊來有不顧之處。 以宋之於金言之, 則汴宋時, 宗望歎曰: ‘關險如此, 南朝使一人守之, 我安得過’, 此則必守之地, 如太原, 張孝純以死固守, 宗望置之而過, 直圍汴京, 此則不顧之處也。 以南宋言之, 呂文德兄弟, 固守襄陽, 以胡 元兵力, 不敢越而南, 此則必守之地也, 李庭芝、苗再成堅守楊、眞, 伯顔置之而過, 直入臨安, 此則不顧之處也。 今欲處處而守之, 則處處不固, 蓋我分而敵專故也。 昌、義兩城, 是必守之地, 苟得爲不可犯之固, 則虜馬雖强, 必不敢置重鎭於後, 而直擣京城也。 兵有常山之形, 陣有鴛鴦之勢, 又於中路, 大鎭連亙, 則賊雖渡江, 必自死咋。 (唯先落角距,) 其安能肆然長驅? 聖慮神算, 出尋常萬萬, 臣等不勝仰歎之至。 平壤、安州已令監司、防禦使, 悉心料理, 着意繕完。 想今已得就緖否。 第定州則金景瑞毁城之後, 時未修築, 今欲改築, 則有如臨渴掘井。 且其城址, 欹側不妥, 專無據險之實, 此兵家所謂不得地利則棄者也。 以此凌漢山城, 自先年已令當事之臣, 急急修治。 定州之距山城, 纔介 數十里餘捲驅定民, 亦足入保。 第未知臨危可辦否也。 平壤、安州及凌漢山城, 貯兵、峙糧, 更加申飭, 使犬羊無侵突之虞, 貔貅有畜銳之利, 爲今日第一喫緊方略, 請撥上馳諭于西路任事諸臣。" 傳曰: "依啓。 此事太晩, 今可及乎? 已失羈縻之策, 而合氷之期迫近, 兵火必不遠矣。 更速指授。"
- 【태백산사고본】 58책 58권 17장 A면【국편영인본】 33책 400면
- 【분류】군사-군정(軍政) / 군사-관방(關防) / 인사-관리(管理)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