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광해군일기[중초본]168권, 광해 13년 8월 28일 정유 6번째기사 1621년 명 천계(天啓) 1년

정충신을 여진 장수의 처소에 보내어 회유할 것을 명하다

비변사가 전교를 인하여 아뢰기를,

"전후로 보내온 소호(小胡)가 말한 별록(別錄) 두 건을 신들이 두세 번 참고하고 연구해 보았습니다. 그 말의 허실과 진위는 알 수 없으나, 대개 이 적들은 우리 나라에 대해 귀영개(貴永介)는 화친을 주장하였고 홍태주(洪太主)는 싸울 것을 주장하였습니다. 화친과 싸우자는 두 의견은 서로 일치하지 않는데 그 형제들의 위차(位次)는 서로 비슷하니, 필시 시기하는 마음이 깊을 것입니다. 만일 이간질을 잘하는 자에게 이간을 시켜 형제끼리 서로 상대가 하는 일을 못하게 간섭하면서 오해의 틈이 쌓이도록 한다면, 우리 나라에 쳐들어오는 일이 늦어질 뿐 아니라 자기들끼리 스스로 망하는 일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이래서 옛 어진 장수들은 십만의 병사보다 한 명의 이간질 잘하는 자를 귀히 여긴 것입니다. 다만 이간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이나 반드시 틈을 살펴 기묘한 수단을 쓰고 형세를 따라 이익으로 유도해 가면, 계략을 낸 처음에는 귀신도 모를 것이며 일이 드러난 뒤에는 하늘도 어찌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계략을 아무도 모르게 써야 훗날 효험을 거둘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은 적을 대해 싸우는 당사자 자신이 계략을 심중에 얻어 과감하게 행해야 하는 것으로 미리 논의해서 계책을 정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한신(韓信)의 지혜로 좌거(左車)에게 계략을 묻고, 이소(李愬)의 용맹으로 이우(李祐)에게 힘을 빌린 것은 적 속에 있는 사람만이 적들의 사세를 알기 때문입니다. 신들의 어리석은 계책으로는, 소호가 예전부터 우리 나라를 왕래하면서 두터운 은혜를 많이 받았으니, 만일 정충신(鄭忠信)으로 하여금 그에게 뇌물을 후히 주게 하여 목숨을 바치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한 뒤 비밀리에 오랑캐들의 진중 형태와 사기(事機)를 탐색토록 하면, 반드시 계략을 써서 그들을 이간할 수 있는 단서가 있을 것입니다. 정충신이 들어간 뒤에 토산의 물품을 적중의 어떤 장수에게 뇌물로 주어 병사의 출동을 늦추게 하는 계략은, 그가 사세에 따라 어떻게 기묘한 꾀를 내느냐에 달려 있으니 다른 사람이 지휘할 바가 아닙니다. 이러한 뜻을 충신에게 상세히 분부하도록 두 찬획에게 하유하여 보내는 것이 마땅하겠습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아뢴 대로 하라. 정충신홍태주의 처소에 들어갈 때에 뇌물로 토산의 물품을 많이 주고 각별히 후대하여 반드시 그의 환심을 얻어 그로 하여금 훗날의 근심이 없게 하도록 할 것을 자세히 의논하여 일러 주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7책 57권 70장 B면【국편영인본】 33책 398면
  • 【분류】
    외교-야(野) / 군사(軍事)

    ○備邊司因傳敎啓曰: "小胡所言別錄, 前後二道, 臣等再三參究。 其言之虛實眞僞, 雖未可知, 而大槪此賊之於我國, 貴永介主和, 洪太主主戰。 和、戰異議、所見相左, 且其兄弟, 位次相逼, 猜忌必深。 若使善間者圖之, 使之矛盾掣肘, 積成嫌隙, 則非但緩禍於我國, 亦不無相圖自敗之道。 此古之良將, 不貴十萬之兵, 而貴一介之間也。 但用間之道非一, 必審其隙而妙投, 因其勢而利導之, 當其施設之初, 神鬼不知, 及夫事發之後, 天且不違。 故能默運其造化, 而收效於無窮。 此在臨戎當事之人, 自得於心, 行之以果, 有難預議而懸度也。 夫以韓信之智, 而問計於左車; 李愬之勇, 而得力於李祐 , 誠以敵中之人, 能知敵中事勢故也。 臣等愚計, 小胡從前往來我國, 多受厚恩, 若使忠信厚賂, 深得其死心, 密探中情形、事機, 則必有用計行間之苗脈矣。 忠信入往之後, 或以土物, 厚賂賊中某甲, 以爲緩禍款兵之計者, 專在於渠之臨事出奇, 非他人之所可指揮者也。 以此意密諭于兩贊使, 詳細分付入送, 宜當。" 傳曰: "依啓。 鄭忠信入往洪太主處, 土物厚贈, 各別厚待, 必得歡心, 俾無後憂事, 詳議指授。"


    • 【태백산사고본】 57책 57권 70장 B면【국편영인본】 33책 398면
    • 【분류】
      외교-야(野) / 군사(軍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