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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일기[중초본] 166권, 광해 13년 6월 24일 갑오 7번째기사 1621년 명 천계(天啓) 1년

공조가 각 아문의 비용 절감 방안에 대해 건의하자 그리하라 명하다

〈공조가 아뢰기를,

"본조에서 매달 각 아문에 진배(進排)하는 숫자는 황모(黃毛) 9백 37자루, 고모(轗毛) 70여 냥, 진묵(眞墨) 3천 1백 25개인데, 이 외에 여러 곳에서 별도로 진배하는 숫자가 날로 더해지고 달로 증가되고 있습니다. 이 필묵의 숫자로 값을 계산해 보면 한 달에 들어가는 목면이 15동 남짓한데 호조에서는 다만 목면 6동을 지급해 주고 있으니, 이것은 3분의 1에 해당됩니다. 원래 붓 만드는 장인의 숫자는 4, 5명인데 가난으로 구걸을 하는 신세인데다가 여러 곳으로부터 침해를 받고 있으니, 매달 10동에 달하는 목면을 어디에서 조달해 낼 수가 있겠습니까. 집을 팔고 가재도구마저 팔고 나서 울부짖는 이들이 길거리에 가득하며 심지어는 격쟁을 하기도 하고 도산하기까지 하는데, 실로 이것은 힘이 부치고 형세가 절박하기 때문에 여기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본조에서는 역시 어떻게 할 수 있는 도리가 없으며 대궐에서 매달 필요로 하는 붓의 경우도 장차 조달을 할 수 없게 될 형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금년 5월에 각 아문에 진배하는 필묵과 황모, 고모 등의 물건을 평시서의 관원으로 하여금 함께 무역하도록 하였으며 부족한 숫자에 대해서는 호조로 하여금 계산하여 지급해 주도록 하여 무역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이미 입계하여 윤허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2월부터 저자에서 무역하도록 하고 있는데, 호조에서도 역시 값을 지급해줄 수 없기 때문에 시민(市民)들이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숫자가 10여 동에 이르고 있으며, 시민들도 역시 지탱할 방법이 없으므로 매일매일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호조에서는 다시 붓을 만드는 장인 등에게 환부시켜 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붓을 만드는 장인이나 저자의 백성들은 모두가 똑같은 백성입니다. 붓 만드는 장인들에게는 다만 가격을 지급해 주지 않은 붓만 담당하게 하면 되고, 시민들은 다만 해당 값을 지급해 주어 사다 바치게 하면 되는 것입니다. 붓 만드는 장인이 시민이 하는 것까지 겸하여 만들자면 시민이 무역하던 것을 감당해낼 이치가 없고, 시민에게 해당하는 값을 지급해 주지 않고 매달 스스로 준비하게 한다면 시민들도 역시 지탱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매달 15동이나 되는 묵면을 지금의 경비를 가지고 호조에서 어떻게 계속하여 지급해 줄 수 있겠습니까.

신들이 요즈음 호조의 당상과 더불어 연일 모여서 의논을 하고 백 가지로 생각을 해보아도 좋은 방책을 찾지 못하겠습니다. 각 아문에 매달 진배하는 숫자를 보니 매우 많았는데 역시 허위로 작성한 곳이 많았으니, 반드시 중간에 늘려 부풀린 폐단이 있을 것입니다. 만약 밝게 조사하여 절감하지 않는다면 낭비되는 숫자가 끝없이 빠져 나갈 것입니다.

호조와 신이 묘당에서 품정하여 함께 절감할 것을 의논하여 아뢰어서 격식을 정하였는데, 내년부터 실시하되 1년에 소용되는 바를 헤아려 호조로 하여금 외방의 고을을 쇠잔하고 풍성한 정도에 따라 분간하여 별도로 상납할 숫자를 정하고, 호조에서 필요한 붓의 숫자를 계산하여 매달 비용을 지급하게 하는 것이 마땅할 듯한데, 다만 이것은 명년의 일입니다..

목전의 진배(進排)가 장차 제대로 못하게 되었고 붓 만드는 장인과 시민이 모두 장차 도산하게 되었으니 부득이 일단 평시서로 하여금 함께 무역하게 하고 호조에 보고하여 물가에 준하여 값을 지급해 주도록 하여 사단이 일어날 염려가 없도록 하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하니, 그렇게 하도록 하라고 전교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6책 56권 104장 A면【국편영인본】 33책 385면
  • 【분류】
    재정-진상(進上) / 공업-관청수공(官廳手工) / 무역(貿易)

(工曹啓曰: "本曹每朔各衙門進排之數, 黃毛九百三十七條、羔毛七十餘兩、眞墨三千一百二十五丁, 此外諸處別進排之數, 日加月增。 以此筆墨之數, 計其價物, 則一朔所入木綿, 十五餘同, 而戶曹只給木綿六同, 此則三分之一也。 筆匠元數僅四五名, 貧殘丐乞被侵諸處, 每朔十同之木, 豈有辦出之路? 賣家、販材, 怨呼盈路, 至於擊錚逃散, 實出於力窮勢迫所致, 而本曹亦無可爲之事, 闕內朔筆, 亦將闕供, 故今年五月, 以各衙門進排筆墨、黃・羔毛等物, 令平市署官員眼同貿易, 不足之數, 令戶曹計給, 隨貿隨用事, 已爲入啓蒙允。 始自二月, 市上貿易, 而戶曹亦不得準給價物, 市民自備之數, 多至十餘同, 市民亦無以支當, 逐日告訴, 故戶曹欲爲還移於筆匠等處。 而筆匠與市民, 均是百姓, 筆匠則只當不給價束筆而已, 市民則只當給準價貿易而已, 筆匠兼爲市民, 市民貿易, 萬無抵當之理, 市民不得準價而每朔自備, 則市民亦不能支矣。 而每朔十五同之木綿, 以今經費, 戶曹何能繼給乎? 臣等近與戶曹堂上, 連日會議, 百爾思之, 未得善策, 就看各衙門每朔進排之數, 極爲浩大, 亦多濫僞處, 必有中間增衍之弊, 若不淸査裁減, 則尾閭之洩, 終無底極。 戶曹與臣稟定於廟堂, 同議裁減, 入啓定式, 而明年爲始, 量一年所用, 令戶曹外方殘盛分揀, 別定上納, 自曹計數束筆, 逐朔支用爲當, 但此則明年之事也。 目前進排, 將至虧闕, 筆匠與市民, 俱將逃散, 不得已姑令平市署眼同貿易, 報戶曹準給價物, 俾免生事之患如何?" 傳曰: "允。")


  • 【태백산사고본】 56책 56권 104장 A면【국편영인본】 33책 385면
  • 【분류】
    재정-진상(進上) / 공업-관청수공(官廳手工) / 무역(貿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