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캐 방비 전교에 대한 비변사의 회계
비변사가 전교로 인하여 【〈이 적들로 하여금 한강에서 말에게 물을 먹이지 못하게 하라는 전교이다.〉 】 회계하기를,
"불행히도 우리 나라는 이 적들과 국경이 서로 접하고 〈가로막아주는 바다가 없어서〉 오랑캐의 기병이 치달려 오면 며칠 내로 당도할 수가 있습니다. 〈이 적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만약 한 번 움직이게 되면 전투와 수비면에서 모두 믿을 수가 없습니다.〉 신들이 밤낮으로 애를 태우며 근심하지만 좋은 계책이 없습니다. 〈가만히 들으니〉 요동과 심양 사이에 주병(主兵)과 객병(客兵)이 28만 명이나 되는데도 오히려 근심한다고 하니 하물며 우리 나라의 병력으로 당해낼 수 있겠습니까. 지혜있는 사람의 말을 들어보지 않더라도 이미 방어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일은 대의(大義)가 있고 대세(大勢)가 있으니, 이른바 대의는 강상(綱常)에 관계된 일을 말하고, 대세는 강약의 형세를 말합니다. 우리 나라에 있어서 이 적은, 의리로는 부모의 원수이며 형세로는 표범이나 호랑이처럼 포악한 존재입니다. 표범과 호랑이가 아무리 포악하다고 하나 자식이 어찌 차마 부모를 버릴 수 있겠습니까. 이것이 조정에 가득한 모든 사람들의 의견이 차라리 나라가 무너질지언정 차마 대의를 저버리지 못하겠다고 하는 이유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난번 의견을 올릴 적에 따로 모의하지 않고서도 내용이 같았던 것입니다. 더구나 지금은 오랑캐의 감군(監軍)이 관진(寬鎭) 사이에 주둔하여 〈기찰을 전보다 더 세밀하게 하고 있고, 또〉 조사(詔使)가 곧 나오게 되어 듣고 보는 것이 매우 많으니, 지난해 군대가 새로 패배하는 사건이 갑작스럽게 생겼던 때와는 사뭇 거리가 있습니다. 소롱이(小弄耳)가 우리 나라를 왕래하는 것도 이미 익숙해졌으니 일의 형편을 사실대로 들어서 반복하여 설명해 주고 한편으로는 변방의 신하로 하여금 더 후하게 대우하도록 한다면, 어찌 반드시 국서(國書)를 받들게 하고 기필코 차관을 요구하기까지 하겠습니까. 〈신들이 망령되이 헤아려 보건대 이외에는 다른 계책이 없습니다.〉"
하니, 답하기를,
"〈아뢴 대로 하라.〉 나도 국서와 차관을 보내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단지 나의 견해를 알려서 상의하여 잘 처리하도록 한 것이다. 다만 오늘날 일의 기미는 전과 다른 듯하다. 조사가 곧 나올 것이니, 언춘(彦春) 등을 뒤따라 들여보내어, 각자의 구역을 지킨다면 무슨 의심할 만한 일이 있겠는가? 그대들이 의심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좋겠다. 다만 조사(詔使) 등의 말은 설명이 타당하지 않다. 잘 이해시켜 들여보내는 일로 다시 서로 의논하여 처리하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5책 55권 36장 A면【국편영인본】 33책 364면
- 【분류】외교-명(明) / 외교-야(野)
○辛酉二月十一日癸丑備邊司因傳敎【勿令此賊飮馬漢水。】回啓曰: "不幸我國, 與此賊疆域相連, (無渤海之隔,) 虜騎飈忽, 數日可至。 (此賊不蠢則已, 如或一動則戰守, 俱無可恃。) 臣等日夜焦憂未得長算。 (竊聞) 遼、瀋之間, 主客兵多至二十八萬, 猶惴惴焉, 以不能抵敵爲憂, 況我國之兵力乎? 不待智者, 已知其難禦矣。 然而天下事, 有大義焉, 有大勢焉, 所謂大義, 綱常所係, 所謂大勢, 强弱之形。 我國之於此賊, 以義則父母之讐也, 以勢則豺虎之暴也。 豺虎雖暴, 人子豈忍棄父母乎? 此所以滿庭群議, 寧以國斃, 不忍負大義。 故頃日獻議, 不謀而同辭者也。 況今胡監軍, 駐箚寬鎭之間, (伺察比前加密, 且)詔使將臨, 耳目甚煩, 與向年國兵新破, 事出急遽之時, 不啻相懸矣。 小弄耳往來我國, 亦已慣矣, 直據事勢, 反覆開諭, 且令邊臣待之加厚, 則豈至於必封 捧國書, 必求差官乎? (臣等妄料此外無策。)" 答曰: "(依啓。)予非以送國書、差官爲意也。 只諭以予見, 使之相議善處也。 但今日事機, 與前似異。 詔使將臨, 彦春等隨後入送, 各守封疆, 有何可疑之事乎? 爾等勿疑云云好矣。 但詔使等語, 開說未妥, 善諭入送事, 更相議處。"
- 【태백산사고본】 55책 55권 36장 A면【국편영인본】 33책 364면
- 【분류】외교-명(明) / 외교-야(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