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기 주성 도감의 낭청 이식의 폐해에 대해 지평 김륜이 아뢰다
〈지평 김륜(金崙)이 아뢰기를,
"병기 주성 도감(兵器鑄成都監)의 낭청 이식(李湜)은 무뢰하고 행동이 거친 사람으로 술을 잔뜩 마시고 미친 행동을 하여 가는 곳마다 폐해를 만드니, 그 외람된 정상은 진실로 한두 마디로 말할 수도 없습니다. 우선 폐해를 일으킨 가장 심한 것만을 들어서 말해 보겠습니다.
작년에 매탄 낭청(埋炭郞廳)으로 황연도에 내려갔을 때에 각 관아가 복정(卜定)한 매탄 군인을 모두 풀어주고 베를 거두었는데, 그 가운데 더욱 심하게 가난하여 바칠 만한 쌀이나 베가 없는 사람들과 유독 부역에 나가겠다고 하는 자에 대해 식이 굳이 복역하겠다는 것을 미워하여 여러 가지 방법으로 침탈하고 학대하였으며, 조금이라도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곧 가차없이 채찍질을 하였으니 지극히 기강이 없습니다. 또 그들로 하여금 석탄을 캐내게 하고는 십분의 팔 내지 구는 자기 소유로 하고 겨우 십분의 일만 관에다 바쳤으니, 공무를 빙자하여 개인의 영리를 도모하고 백성을 학대하여 자기를 살찌운 것은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서 숨길 수도 없습니다. 신이 일찍이 간원의 자리에 있으면서 논핵하고자 하였으나 일개 보잘것없는 무인이 일으키는 문제는 진실로 거론하여 입에 담을 가치조차 없다고 여겼으므로 우선 그대로 놔두었습니다. 그런데 지난번에 식이 자기 아들을 장가들일 때에 그 혼례에 쓸 혼서함(婚書函)과 소장함(小粧函), 벼루집 등에다 옻칠하는 일로 도감의 사령인 정금(丁金)이라는 자를 보내서 그 마을에 살고 있는 반칠장(盤漆匠) 응남(應男)을 마을에서 잡아오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응남은 상전을 만나는 일로 연안(延安)으로 내려갔고 그의 처만 혼자 있었는데 정금이라는 자가 응남을 찾는다는 구실로 응남의 장인의 집으로 쳐들어가 결박하여 끌어내어서 무수히 매질을 하고는 목필(木疋)을 빼앗아가지고 갔습니다. 응남의 장인인 공이(孔伊)는 바로 신의 사촌의 노비입니다. 이 노비가 식과 한 마을에 살면서 식에게 침탈을 당한 것이 비일비재합니다. 신은 식이 그전부터 자주 폐해를 일으키는 정상을 통분해하고 있던 차여서 이달 20일에 본부에서 좌기(坐起)할 때에 정금을 잡아다가 곤장 열여덟 대를 치며 심문하고 나서 훈계한 뒤에 풀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식이 자기의 죄를 면하고자 하여 자기의 사적인 일을 숨기고는 도감에서 부리려는 것이었다고 핑계대면서 제조에게 거짓으로 아뢰어, 그로 하여금 계사를 올려 전하께 아뢰게까지 하였습니다. 유사로 하여금 응남을 가두어 치죄하게 한 것은 바로 대간을 위협하고 막아서 발론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으니, 그 계책이 교묘하고도 참담하다고 하겠습니다.
보잘것없는 소신이 외람되게 풍헌(風憲)의 자리에 있으면서 추악하고 사나운 무인에게 모욕을 당함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어찌 감히 뻔뻔스럽게 무릅쓰고 있으면서 거듭 중요한 직책을 욕보일 수 있겠습니까. 신의 직책을 체척하소서."
하니, 사직하지 말라고 답하였다. 물러나 물론을 기다렸다.〉
- 【태백산사고본】 55책 55권 22장 A면【국편영인본】 33책 363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인사-임면(任免)
○辛酉正月二十三日乙未(持平金崙啓曰: "兵器鑄成都監郞廳李湜, 以無賴悖行之人, 縱酒狂妄, 到處作弊, 其汎濫之狀, 固不可一二陳也, 姑擧其作弊之甚者, 言之。 上年以埋炭郞廳, 黃延道下歸時, 各官卜定埋炭軍人, 盡放徵布, 其中尤甚貧殘無米布可納者, 獨爲立役者, 湜嫉其强立服役, 多般侵虐, 少不如意, 則便加鞭扑, 罔有紀極。 使之埋炭, 入己者十居八九, 入官者纔十分之一, 其憑公營私、虐民肥己者, 所聞騰播, 昭不可掩。 臣曾忝諫院, 欲爲論列, 而以幺麽一武夫作弊之事, 固不足與論於齒牙之間, 而姑置之。 頃日湜以其子入丈時, 所用婚書函及小粧函、硯家等, 塗漆事, 發都監使令丁金者, 捉出部洞盤漆匠應男, 則應男以上典相見事, 延安地下去, 其妻獨在, 而所謂丁金者, 托以應男搜括, 突入其妻父家, 結縛曳出, 無數打下, 掠奪木疋而去。 應男妻父孔伊卽臣之四寸家奴也。 此奴與湜相在一洞, 見侵於湜者, 非一非再也。 臣痛其湜之自前種種作弊之狀, 今月二十日, 本府坐起時, 捉致丁金, 刑訊十八度敎而放之矣。 湜者欲免己罪, 諱其私事, 托稱都監使喚, 瞞告提調, 使之啓辭至溷天聽。 令攸司囚治應男者, 乃所以脅制禁弊臺諫, 使不得發論, 其計可謂巧且慘矣。 無狀小臣, 忝冒風憲之地, 見侮於麤悍武夫, 至於此極, 何敢偃然仍冒重辱名器乎? 請命遞斥臣職。" 答曰: "勿辭, 退待物論。")
- 【태백산사고본】 55책 55권 22장 A면【국편영인본】 33책 363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인사-임면(任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