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헌부에서 지방관들의 실정을 고발하다
사헌부가 아뢰기를,
"호조 좌랑 이둔(李遯)은 하찮은 일개 낭관으로서 왕명을 받고 차임되어 남쪽 지방에 내려간 뒤로, 여러 고을을 순행하면서 기생을 끼고 〈멋대로 술을 마셔〉 주정을 부리는 것이 〈날로 심해지고 있습니다.〉 관직의 일은 살피지 않고 한결같이 산원(算員)의 손에 맡겨서, 작미(作米)와 작목(作木)을 오직 뇌물의 많고 적음을 보아서 융통해 환산해서 결정할 뿐이고 거리의 멀고 가까움은 따지지도 않습니다. 파직하도록 명하소서.
선산 부사(善山府使) 유시회(柳時會)는 본래 탐욕스러운 사람으로서 임지에 부임한 뒤로 오로지 수탈만을 일삼아서, 교묘하게 명목을 만들어 법도를 무시하고 세금을 거두어들이기 때문에 〈온 경내가 원망하여, 마침내 완전하고 내실 있던 고을을 도리어 공허한 곳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파직을 명하소서.
청도 군수(淸道郡守) 이척(李惕)은 부임한 뒤로 술에 빠져 주정부리는 것을 일삼아 오랫동안 좌아(坐衙)를 폐기하였고, 옥과 현감(玉果縣監) 유황(柳艎)은 대동목(大同木)으로 민간에서 거두어들인 것이 〈한두 번이 아닌데,〉 모두 자기 것으로 삼았습니다. 보령 현감(保寧縣監) 정신남(鄭信男)은 본래 〈비천한〉 서얼의 후손으로서, 외람되이 고을 원으로 제수되어 〈부임한 뒤로, 부역에 나가게 하는 것을 스스로 듣고 결정하지 아니하고〉 품관(品官)에게 통제를 받아 마치 노예처럼 행동하며, 정사를 하리(下吏)에게 맡겨서 그는 흙으로 만든 인형과 다름이 없습니다. 모두 파직하소서."
하니, 천천히 결정하겠다고 답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3책 53권 54장 A면【국편영인본】 33책 324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司憲府啓曰: "戶曹佐郞李遯, 以幺麽一郞官, 承差南下之後, 巡行列邑, 挾妓(縱酒)沈酗(日甚)。 不察職事, 一委算員之手, 作米、作木, 惟視賄賂之多小, 挐移換定, 不計道里之遠近。 請命罷職。 善山府使柳時會, 本以貪婪之人, 到任之後, 專事剝割, 巧作名目, 徵斂無藝, (闔境嗷嗷, 遂使完實之邑, 反爲空虛之地)。 請命罷職。 淸道郡守李惕, 到任之後, 沈酗爲事, 久廢坐衙, 玉果縣監柳艎, 大同木收合民間, (非一非再,) 以爲己用。 保寧縣監鄭信男, 本以(卑賤)孽裔, 濫授專城, (到任之後, 賦民出役, 不自聽斷,) 受制品官, 有同奴隷, 委政下吏, 無異土偶。 請竝(命)罷職。" 答曰: "徐當發落。"
- 【태백산사고본】 53책 53권 54장 A면【국편영인본】 33책 324면
- 【분류】사법-탄핵(彈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