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주 부윤 정준이 동쪽 방면의 패전 소식은 듣지 못했다고 치계하다
의주 부윤 정준(鄭遵)이 치계하기를,
"동쪽 방면의 군대가 패전했다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며, 서쪽 방면의 승패에 대해서는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문안사(問安使) 성시헌(成時憲)이 싸움터에서 달아나 돌아오던 평양(平壤)의 포수 이수량(李守良) 등을 길에서 만나 함께 돌아왔습니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정월 23일 창성(昌城)으로부터 경략의 진영으로 갔다가 소속을 두 총병(杜摠兵)의 진영으로 옮기게 되었다. 29일 총병으로 따라서 한 곳에 도착하니 앞에 큰 강이 있었는데, 물이 어깨까지 빠질 만큼 깊어서 간신히 건넜다. 또 강 하나를 건너게 되어 상류로 올라갔으나 물이 더욱 깊었다. 군사들이 반쯤 건넜을 때 적이 동편 산골짜기에서 정면으로 공격해 오고 또 다른 한 부대는 습격하여 앞뒤에서 협공을 가해 왔다. 중국 군대가 진을 치자 적이 크게 소리쳐대며 육박해 왔는데, 중국 군사들과 소리치며 일제히 쏘아대어서 적의 말을 적중시킨 것이 무척 많았다. 싸움이 한창 진행될 때 적의 대병력이 산의 뒤쪽에서 내려와 밀어닥치는 바람에 중국 군대가 크게 패했다. 우리들은 한 곳에 모여서 조를 나누어 번갈아 쏘아대고 있었는데, 중국 군사들이 앞을 다투어 달려와서 손을 비벼대며 살려달라고 애걸하는 바람에 이들이 주의를 가득 채워 화약을 장전할 수 없어서 그대로 무너지고 말았다. 앞을 다투어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으나 산위에서 어지러이 던지는 적의 화살과 돌에 맞아서 우리 군사 1백여 명과 중국 군사 수천 명이 다 죽었다. 적은 사면에서 포위해 오면서 닥치는 대로 죽여댔는데, 우리들은 바위굴에 몰래 숨어서 겨우 살아날 수 있었다. 닭이 울 무렵 적이 나팔을 불어 군사를 한 곳에 집결시키는 틈을 타서 몰래 빠져 나와 시체가 쌓여 있는 곳을 걸어서 3일 만에 심양에 도착했다. 중국 장수 및 우리 나라 장수들이 간 곳은 알 수 없으며, 두 총병은 겨우 살아서 돌아왔다고 한다.’ 하였습니다.
본부(本府)의 정장(丁壯) 3백여 명이 모두 김경서(金景瑞)의 진영에 소속되었는데, 지금 한 사람도 돌아오지 않아 신은 빈 성만 지키고 있습니다. 나라의 은혜를 저버릴까 두려우니 경성의 포수 2, 3초(哨)와 조총 수백 자루를 빨리 보내 주소서."
하였다. 【이 때 중국 총병 두송(杜松)이 서쪽 방면으로부터 공격하여 들어가면서 우리 나라의 포수 4초(哨) 데려가기를 요청하여 선봉으로 삼았었는데, 이 때에 이르러 패하여 죽었다. 두송은 관외인(關外人)으로서 어렸을 때에 오랑캐 땅에서 자라서 그들의 형세를 잘 알고 있는데다가 날쌔고 건장하여 군사를 잘 거느렸다. 양 경략(楊經略)이 그를 믿고 맡겼었는데 그 역시 이 싸움에서 죽었으므로 요동(遼東)과 계주(薊州)의 군사들이 더욱 놀랐던 것이다. 】
- 【태백산사고본】 49책 49권 82장 B면【국편영인본】 33책 219면
- 【분류】외교-명(明) / 외교-야(野) / 군사(軍事)
○義州府尹鄭遵馳啓: "東路之敗, 已無可疑, 西道勝敗, 尙未聞知。 問安使成時憲, 道遇 平壤 砲手李守良等, 自戰所逃還, 因與偕來。 自言: ‘正月卄三日, 自昌城往經略營下, 移屬杜總兵陣中。 二十九日, 隨總兵到一處, 前有大江, 水深沒肩, 艱關得渡。 又過一江, 卽其上流而水又深。 軍半渡, 賊自東邊山谷間迎戰, 又一陣從後掩襲, 首尾齊擊。 漢兵收兵結陣, 賊大噪薄之, 漢兵亦哈喊, 齊放賊中, 丸中馬者甚多。 方爲酣戰, 賊一大陣, 自山後下壓, 漢兵大敗。 我等團聚一處, 分隊迭放, 漢兵爭來投入, 皆祝手哀乞曰: 「活人活人。」 充滿前後, 不得藏藥又隨而潰。 爭墜絶壁, 賊從山上, 亂下矢石, 我軍百餘人及漢兵數千, 皆死。 賊四面合圍, 厮殺無餘, 我等潛伏石穴, 僅自偸活。 鷄鳴時, 賊鳴角收軍, 屯結一處, 乘隙潛行積屍之中, 三日始達瀋陽。 漢將及我國將官, 罔知去處, 聞杜 總兵, 僅得生還。’ 云。 本府丁壯三百餘人, 盡屬金景瑞陣下, 今無一人還, 臣坐守空城。 恐負國恩, 請京砲手數三哨, 鳥銃數百柄, 星夜下送。" 【時, 天朝摠兵杜松, 由西路入勦, 請帶我國砲手四哨, 置之先鋒, 至是敗沒。 杜松關外人, 少長於虜中, 備諳形勢驍健善將兵。 楊經略倚以爲用, 亦死於是戰, 遼、薊軍情益震矣。】
- 【태백산사고본】 49책 49권 82장 B면【국편영인본】 33책 2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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