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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일기[중초본]132권, 광해 10년 9월 3일 무자 1번째기사 1618년 명 만력(萬曆) 46년

정원이 차호에게 화전에 쓸 종이를 선물한 만포 첨사 김완의 처벌을 청하다

정원이 아뢰기를,

"〈신들이 삼가〉 평안 병사 김경서(金景瑞)의 치계를 보건대, 만포 첨사 김완(金完)이 차호(差胡)가 왔을 때 종이 묶음을 선물했는데 무려 30권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이 종이는 분명 화전(火箭)에 써야 할 것이었을 터이므로 신들은 너무나도 미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중국은 우리 나라에 있어서 부모의 나라입니다. 부모로 중국을 섬긴 것이 지금 몇 년째입니까. 불행하게도 근자에 어리석은 오랑캐가 세력이 매우 치성해 감히 왕화(王化)를 거역한 채 7묘(廟)를 세워 하늘을 더럽히고157) 연이은 성들이 치욕을 당했으니, 우리 나라의 입장에서는 가슴 아파하며 와신 상담(臥薪嘗膽)하기에 겨를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변방의 신하가 의를 업신여기고 멋대로 뇌물을 썼습니다. 예전에 경략(經略)이 사사로이 군기(軍器)를 매매한다는 설로 우리 나라를 꾸짖었는데, 불행하게도 그 말에 가깝게 되었으니, 더욱 가슴이 아픕니다. 설사 거절해서 노여움을 당하여 나라가 먼저 군사적 침략을 받는다 하더라도 의리로써 스스로를 굳게 지켜 정도를 잃지 않는다면, 3판(版)의 진양(晉陽)으로도 충분히 조(趙)나라를 보존했고 하나의 즉묵성(卽墨城)으로도 오히려 제(齊)나라를 온전하게 하였습니다.158) 지난 임진 왜란 때 선왕께서 의리에 의거하여 왜놈들을 배척하고 중국에 달려가 보고하여 천자의 위엄에 의지해 흉악한 오랑캐들을 소탕했고 보면, 그 지성과 대의는 영원히 후세에 칭송될 만한 것이며 오늘날 본받아야할 것입니다. 만에 하나라도 교활한 오랑캐가 이번 일을 가지고 간첩을 보낼 거리로 삼아 중국 조정의 의심을 불러일으킨다면 2백 년 동안 충순했던 예의의 나라가 금수의 지경으로 떨어짐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그러니 어떻게 얼굴을 들고 천지 사이에 설 수 있겠습니까.

신들의 생각으로는 김완의 머리를 베어 빨리 중국 조정에 보내지 않는다면 천하 후세에 사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묘당으로 하여금 급히 처치해서 후일의 근심이 없도록 하소서."

하니, 아뢴 대로 하라고 전교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7책 47권 74장 A면【국편영인본】 33책 158면
  • 【분류】
    외교-명(明) / 외교-야(野) / 군사(軍事) / 사법-탄핵(彈劾)

  • [註 157]
    7묘(廟)를 세워 하늘을 더럽히고 : 천자의 나라는 7묘를 세우고 제후의 나라는 5묘를 세우는 것이 예법인데, 주변국인 청(淸)나라가 참람하게 7묘를 세워 칭제(稱帝)한 것을 가리키는 말임.
  • [註 158]
    3판(版)의 진양(晉陽)으로도 충분히 조(趙)나라를 보존했고 하나의 즉묵성(卽墨城)으로도 오히려 제(齊)나라를 온전하게 하였습니다. : 1판은 8자. 전국 시대에 진(晉)나라의 3가(家) 중 하나인 조(趙)를 지백(智伯)이 공격할 때 조씨가 진양성으로 피했는데, 지백씨가 수공을 써 성이 거의 잠기고 3판만 남았지만 민중과 힘을 합쳐 방어에 성공하여 지백을 무찔렀음. 연 소왕(燕昭王)의 침략으로 전 국토를 다 빼앗기고 즉묵만 남았던 제나라는 즉묵의 종인(宗人) 전단(田單)의 힘으로 70여 성을 모두 회복했음. 《통감절요(通鑑節要)》 권1 주기(周紀).

戊午九月初三日戊子政院啓曰: "(臣等)伏見平安兵使金景瑞馳啓, 則滿浦僉使金完於差胡之來也, 遺以紙束, 至於三十卷之多。 此則明是火箭之用也, 臣等不勝痛愕之至。 天朝之於我國, 父母之邦也。 以父母事天朝, 今幾年矣。 不幸玆者蠢爾孔熾, 敢梗王化, 七宗詬天, 連城見辱, 其在我國, 疾首痛心, 臥薪嘗膽之不暇。 而藩臣蔑義, 擅自賂遺。 前日經略責以私賣軍器之說, 不幸近之, 尤可痛也。 設使拒而見怒, 國先受兵, 以義自固不失其正, 則晉陽三版, 足以存, 即墨一城, 猶爲全。 往在壬辰之亂, 先王據義斥, 控于大邦, 而憑仗皇威, 掃蕩兇醜, 則其至誠大義, 永有辭於來世, 而今日之所可法者也。 萬一狡虜, 以此爲行間之資, 以致天朝之疑, 則二百年忠順禮義之邦, 未免禽獸之域。 擧何顔面, 自立於天地之間乎? 臣等之意, 以爲不斬頭, 亟送天朝, 則亦無以謝天下後世也。 請令廟堂急急處置, 俾無後日之患。" 傳曰: "依啓。"


  • 【태백산사고본】 47책 47권 74장 A면【국편영인본】 33책 158면
  • 【분류】
    외교-명(明) / 외교-야(野) / 군사(軍事) / 사법-탄핵(彈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