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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일기[중초본] 122권, 광해 9년 12월 2일 계사 13번째기사 1617년 명 만력(萬曆) 45년

유몽인·이병·기자헌·한효순 등의 처벌을 청하는 유학 송영서의 상소

유학 송영서(宋永緖)가 상소하기를,

"삼가 생각건대, 이항복의 의논은 기자헌에게서 비롯되었으며 정홍익의 말도 기자헌에게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정창연한효순이 두문 불출하고 있는 것도 모두 기자헌을 모방한 것입니다. 오늘날 기자헌을 처벌하지 않으면 내일 또다시 기자헌과 같은 자가 나타나서 이론은 날마다 첨가되어 앞으로 지탱할 수 없을 만큼 가중될 것입니다. 저 박홍구민형남 등이 감히 비방을 받게 될 것이라는 논의를 하는 것도 자헌으로부터 연유한 것인 이상, 기자헌이 살아 있다는 것은 결국 전하에게는 질병과 같은 것입니다. 〈매우 한심합니다.〉

기자헌을 도감 제조에서 체직시킨다 하더라도 그와 친하던 사람들이 대부분 장관으로 있습니다. 뜻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이 서궁을 기화로 여기고 다른 날 고주(孤注)038) 로 삼아 왕위를 가로채려 할 것입니다. 일을 속히 처리하게 되면 경황없는 사이에 함께 모의하지 못하겠지만 여러 날을 지연하다 보면 간악한 모의가 더욱 견고해질 것이니, 만약 수십 인을 규합하여 밤을 틈타 변란을 일으킨다면 대궐을 호위하던 군졸이 되돌아서서 반란에 가담하지 않을 줄을 어찌 알겠습니까. 지금은 진실로 위급하고 절박한 시기인데도 상하가 한결같이 안일에 젖어서 깊은 생각을 소홀히 하고 있으니 이는 아마도 하늘이 우리 나라를 돕지 않으려는 것이 아닙니까. 신은 정말 안타까워서 먼저 죽음으로써 전하께 보답하고 싶습니다. 기자헌과 친밀한 장관을 어찌 먼저 도태시켜서 오늘날의 걱정을 풀도록 하지 않으십니까.

전하의 조정에 충성심이 강하고 정직한 신하가 한두 명이 아니니 만약 정승을 신중히 골라 임명하는 명을 내려 속히 조정에서 일을 보게 하여 나라를 편하게 하고 세상을 구제할 책임을 맡긴다면 이 일을 처리하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그런데 전하께서는 한결같이 머뭇거리면서 한효순이 출사하기만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대체로 한효순은 역적과 한통속인데 어찌 전하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려 하겠습니까. 신은 원하건대 전하께서는 속히 다른 정승을 임명하여 큰 판국을 완결짓고 사람들의 의구심을 진정시키소서. 그리하신다면 이보다 다행한 일이 없겠습니다.

이번에 대의가 이경전이병에게서 나왔는데 유희분박승종은 이를 담당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이병은 처음 의견을 확고하게 지켰으나, 이경전은 두 가지 마음을 갖고서 사람을 대할 때마다 매번 말하기를 ‘중대한 논의는 허균이 주관하니 우리들은 상관할 것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가 흉악한 마음을 품고 임금을 저버렸으니 이런 자를 주벌하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간악한 자를 징계하고 불충한 자를 회유시킬 수 있겠습니까. 유몽인은 전병(銓柄)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탐욕스러운 짓을 자행하였는데, 국청에서 의논할 때도 매번 기자헌과 함께 모의하여 은근히 역적을 비호하였으며 모여서 의논할 때에는 시비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것으로 대신과 삼사에 떠넘기고 있으니, 그는 대의를 거행하지 않고 고의로 우물쭈물하는 말을 해서 다른 날의 입지를 삼고 있는 것입니다.

이 두 사람이 처음에는 사림에 아부하여 겉으로는 역적을 토벌하자는 논의를 주장하다가 일이 다급해지자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이랬다저랬다 하면서 임금을 저버린 죄상과 후일의 복(福)을 도모한 그들의 계책이 여기에 이르러 극도에 달하였습니다. 이 두 사람을 귀양보내서 모든 관리를 경계시킨다면 〈천만 다행이겠습니다.〉"

하였는데, 의정부에 계하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3책 43권 5장 B면【국편영인본】 32책 665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변란-정변(政變) / 사상-유학(儒學) / 사법-탄핵(彈劾) / 인사-임면(任免)

  • [註 038]
    고주(孤注) : 도박하는 사람이 돈을 거의 다 잃고 마지막에 남은 돈을 다 걸어 승부를 겨루는 밑천을 말함.

○幼學宋永緖上疏曰: "伏以恒福之議, 祖於自獻; 弘翼之言, 亦出於自獻, 而昌衍之杜門、孝純之不出, 亦皆法自獻者。 今日不誅自獻, 則明日更有一自獻, 異議日日添出, 將不可支。 彼朴弘耉閔馨男等敢爲貽譏之議者, 亦由於自獻, 則自獻之生存, 乃殿下之疾也。 (可勝寒心?) 自獻雖遞都監提調, 其所親愛, 多在將官。 失意之人, 以西宮爲奇貨, 謀爲他日孤注, 以博大寶。 事速則遽之間, 不及合謀, 遲延累日, 奸圖益固, 若糾數十百人, 乘夜倡亂, 則環宮衛卒, 安保其不倒戈哉? 此誠危迫之秋, 而上下狃安, 忽於深慮, 此無乃天不欲祚宋耶? 臣心焦腸腐, 直欲先死以報殿下也。 將官之親密於自獻者, 何不先爲汰去, 以紓今日之虞也? 殿下之廷, 淸忠正直之臣, 非止一二, 若下枚卜之命, 亟置廊廟, 責以康濟之任, 則處置此事, 在於瞬息之頃。 而殿下一味逡巡, 只待孝純之出仕。 夫孝純黨逆, 豈肯爲殿下盡力哉? 臣願殿下亟卜他相, 以完大局, 以鎭危疑, 不勝幸甚。 今玆大議, 初出於李慶全李覮, 兩家, 不肯擔當。 確守前見, 慶全乃懷貳志, 對人每曰: ‘大論只許筠主之, 吾等不管也。’ 云, 其包凶顧望之心, 果於負君。 此而不誅, 何以懲奸回不忠之輩哉? 柳夢寅竊據銓柄, 恣行貪黷, 鞫廳之議, 每與自獻同謀, 隱然護逆, 會議之際, 以不知是非, 委於大臣、三司, 其不欲行義擧, 故爲含糊之, 以爲他日地。 此二人初附士林, 陽爲討逆之論, 至於事急, 本情乃露, 其反覆負君之罪、陰圖後福之計, 至此極矣。 請竄二人, 以戒具僚。 (千莫幸甚。)" 啓下議政府。


  • 【태백산사고본】 43책 43권 5장 B면【국편영인본】 32책 665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변란-정변(政變) / 사상-유학(儒學) / 사법-탄핵(彈劾) / 인사-임면(任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