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건 도감이 신궐을 주홍으로 칠할 것을 청하니 이를 윤허하다
〈신궐〉 영건 도감이 아뢰기를,
"당주홍(唐朱紅) 6백 근의 값을 헤아려보니 60동이나 되어 무역해 오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우리 나라의 주홍(朱紅)으로 칠을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전교하기를,
"아뢴 대로 하라. 그리고 침전(寢殿)을 어찌 반드시 모두 주홍으로 칠할 필요가 있겠는가. 단지 바깥의 두 전만 말한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아뢰니, 단지 조하(朝賀)받는 정전(正殿)의 기둥과 문을 칠할 당주홍만 무역해 올 경우 그 숫자가 얼마나 되겠는지를 다시금 숫자를 헤아려서 아뢰라. 그리고 바깥 세 전의 월랑(月廊)과 문, 벽 및 대내의 전당(殿堂)과 누각을 모두 우리 나라의 주홍으로 칠하는 일을 상세히 살펴 마련해서 미리 준비하였다가 상납하게 하라."
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삼가 영건 도감에서 3개월 동안에 쓴 것을 살펴보니, 들어간 쌀이 6천 8백 30여 석이고 포목이 6백 10여 동이었으며, 당주홍 6백 근의 값은 포목 60동이었고 정철(正鐵)이 10만 근에 이르렀으며, 각종의 다른 물품도 이와 비슷하였다. 그런데 이를 모두 쌀과 포목으로 충당하여서 한 전각을 영조하는 데 들어가는 것이 적어도 1천여 동을 밑돌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른바 도감의 낭청이라고 하는 자들부터 아래로 장인(匠人)들에 이르기까지 그럭저럭 날짜나 보내면서 한갓 늠료(廩料)만 허비하고 있다. 이에 쌀과 포목은 한계가 있는데 공역은 끝날 기약이 없어서 백성들의 골수까지 다 뽑아 내었으므로 자식들을 내다 팔았으며, 떠도는 자가 줄을 이었고 굶어죽은 시체가 들판에 그득하였다. 심한 경우에는 왕왕 목매어 죽는 자도 있었다. 그런데도 저 도감에 있는 자들은 너무도 어려워서 계속할 수 없다는 뜻으로 와서 고하지는 않고, 매번 백성들에게 긁어모아서 크고 사치스럽게 하기만을 일삼고 있으니, 통탄을 금치 못하겠다.
- 【태백산사고본】 40책 40권 67장 A면【국편영인본】 32책 599면
- 【분류】왕실-궁관(宮官) / 건설-건축(建築) / 역사-사학(史學)
○(新闕)營建都監啓曰: "唐朱紅六百斤, 量其價, 則多至六十同, 貿得最難。 以我國朱紅着漆何如?" 傳曰: "依啓。 寢殿何必竝漆朱紅乎? 只云外二殿矣。 然如是啓之, 只朝賀正殿柱戶, 以唐朱紅貿來, 則其數幾何, 更爲計量以啓。 且外三殿月廊、門、壁及大內殿堂樓閣, 竝以我國朱紅着漆事, 詳察磨鍊, 預令造備上納。"
史臣曰: "謹按營建都監三月所用米, 六千八百三十餘石, 用布六百十餘同, 至於唐朱紅六百斤, 直布六十同, 正鐵十萬斤, 種種他物, 稱是而皆以米布充之, 一殿營建時所用, 小不下千餘同。 所謂都監郞廳下至匠人等, 遷延日月, 徒費廩料。 米布有限, 工作無期, 推髓剝膚, 賣男(粥)〔鬻〕 女, 負戴相望, 饑莩盈野。 甚者往往自縊而死。 彼爲都監者, 不以艱難辛苦, 不能繼日之意來告, 而每以徵歛民間, 張皇侈大爲事, 可勝痛哉!"
- 【태백산사고본】 40책 40권 67장 A면【국편영인본】 32책 599면
- 【분류】왕실-궁관(宮官) / 건설-건축(建築) / 역사-사학(史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