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도감이 사직의 담장을 쌓은 일을 의논하다
선수 도감이 아뢰기를,
"새 대궐의 남쪽 담장이 사직(社稷)의 담장과 연이어져 있어서 순라도는 길이 막혔습니다. 만약 사직을 궁궐 담장 안으로 들어가게 해서 창덕궁과 종묘(宗廟)의 제도와 같게 한다면, 사직 남쪽 담장 밖이 바로 대원군(大院君)022) 의 사우(祠宇)로, 사우를 이설하는 것 역시 아주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당초 의논해 정할 때 부득이 사직의 북쪽 담장 안에다가 또다시 겹으로 담장을 쌓아서 순라길을 뚫기로 입계하여 윤허를 받았습니다. 이에 지금 역사를 시작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외간의 물의가 자자하여, 모두들 ‘나라에 사직이 있는 것은 조종께서 나라를 처음 세웠을 때부터 비롯된 것으로, 이를 높여 받드는 의리가 아주 중하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그곳의 초목을 베어내고 그 토지를 침범하는 것은 사리로 헤아려 볼 때 몹시 온당치 못하다. 그 땅을 침범하기보다는 차라리 대원군의 사우를 옮겨 세우는 것이 낫다.’고 합니다. 혹자는 ‘사직의 담장은 예전대로 그대로 두고 신궐의 남쪽 담장을 조금 안쪽으로 들이어서 순라길을 열라.’고 하기도 합니다. 만약 혹자가 말한 대로 궁궐 담장을 안쪽으로 들여 쌓는다면 정전(正殿)의 뒷편이 몹시 좁아서 제대로 모양을 이루지 못할 것 같습니다. 신들이 백 번 생각해 보아도 조처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바라건대 널리 조정의 의논을 모아서 속히 결정을 지으소서."
하니, 전교하기를,
"이것은 널리 조정의 의논을 모을 일이 아니다. 도감에서 다시금 상세히 의논해서 결정지어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0책 40권 31장 A면【국편영인본】 32책 592면
- 【분류】왕실-궁관(宮官) / 건설-건축(建築)
- [註 022]대원군(大院君) : 덕흥 대원군(德興大院君)을 말함.
○丁巳五月二十九日壬辰繕修都監啓曰: "新宮南墻, 連於社稷墻垣, 巡邏之路不通。 若以社稷入于宮墻之內, 如昌德宮、宗廟之制, 則社稷南墻之外, 卽是大院君祠宇, 祠宇移設, 亦爲重難。 故當初議定時, 不得已社稷北墻之內, 又築重墻, 以開巡邏之路事, 入啓蒙允, 今將始役矣。 外間物議藉藉, 皆以爲: ‘國之有社稷, 肇自祖宗定鼎之初, 其所以崇奉之義重矣。 一朝斬伐其草木, 侵犯其土地, 揆諸事理, 極爲未安。 與其侵犯其寸土土地, 無寧移設大院君祠宇。’ 云。 或以: ‘社稷墻垣因舊存之, 新闕南墻, 稍進于裏面, 以通巡路。’ 云。 若以或者之說, 而進築宮墻, 則正殿之後, 餘地極狹, 不成形樣。 臣等百爾思之, 罔知所處。 請廣收廷議, 速爲定奪。" 傳曰: "此非廣收廷議之事也。 自都監更加詳議, 定奪爲之。"
- 【태백산사고본】 40책 40권 31장 A면【국편영인본】 32책 592면
- 【분류】왕실-궁관(宮官) / 건설-건축(建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