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즙이 귤지정의 태도에 대해 장계하다
접위관(接慰官) 심즙(沈諿)이 장계하기를,
"신이 부산(釜山)의 귤지정(橘智正)이 머물고 있는 곳에 도착하여 위로잔치를 베풀었는데, 귤지정이 감히 대등한 예를 감당하지 못하고 위축되어서 낮은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스스로 말하기를 ‘사정이 답답하고 급박하여 거조가 전도되었으니, 존관(尊官)께서는 반드시 소인을 무지하다고 여길 것이다.’고 하였는데, 겸손해 하는 말이 입에서 끊이지를 않았습니다. 이는 대개 전에 화를 내면서 장차 배를 돌릴 것처럼 한 거조를 가리켜 말한 것인데,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을 띠며 고개를 숙이고 오랫동안 있었습니다.
신이 조정에서 사신을 파견하는 것을 허락하였다는 뜻으로 전유(傳諭)하니, 기쁨에 얼굴빛이 바뀌면서 거듭 감사하다고 하였으며, 좌중의 왜인들이 모두 기뻐하면서 말하기를 ‘수충(秀忠)에게 회보하는 것이 하루가 급하다.’고 하면서, 그날 바로 배를 뛰울 계획을 하였습니다. 이에 신이 머물도록 권하는 말을 대략 하자 29일에 배에 올라 바다로 나갔습니다. 역관(譯官)이 대마 도주(對馬島主)에게 주는 예조의 서계(書啓)를 전하자 귤지정뿐만 아니라 관소에 가득히 있던 왜인들이 일제히 기뻐하였습니다. 이는 대개 사신에 대한 요청을 조정에서 오랫동안 회보하지 않았으므로 마음속으로 의심하면서 밤낮없이 갈망하다가 신이 선포한 뒤에 미쳐서 다시 살아난 사람처럼 기뻐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토록 극도로 기뻐하는 것은, 수충(秀忠)은 신사(信使)를 오게 해서 가강(家康)을 이어 나라에 과시해 보려고 해서이고, 대마도는 이쪽과 저쪽을 연결해주어 수충에게 큰 공을 세우고자 해서이며, 귤지정은 자신이 큰일을 성사시켜 대마도에서 존중을 받고자 해서인 것으로, 역관의 무리들이 왜인들에게서 들은 것이 이와 같다고 합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8책 38권 92장 A면【국편영인본】 32책 549면
- 【분류】외교-왜(倭)
○丁巳正月初八日甲戌接慰官沈諿狀啓曰: "臣到釜山 橘智正所館, 設行慰宴, 智正不敢當相敵之禮, 瑟縮降等而立, 自言: ‘情事悶迫, 擧措顚錯, 尊官必以小人爲無知。’ 遜謝之言, 不絶於口。 蓋指前日發怒, 若將回船之擧而面目發慙, 俛首良久。 臣傳諭朝廷準許遣使之意, 則喜動顔色, 稱謝再三。 坐中率 倭, 莫不欣悅曰: ‘回報秀忠, 一刻爲急。’ 卽日發船計料。 臣略致勸留之辭, 二十九日上船開洋。 譯官傳給對馬島主, 以禮曹書契, 非徒智正, 滿館倭人, 歡喜齊發。 大槪使臣之請, 朝廷久不回報, 故中生疑慮, 日夜渴望, 及臣宣布之後, 忻忻若更生之人。 所以至此極者, 秀忠欲致信使, 以續家康榮耀國中之爲。 故對馬島則媒于彼此, 欲效大功於秀忠; 橘智正則身成大事, 得以見重於馬島。 譯舌之輩, 聞於彼 倭 之中者, 如此云。"
- 【태백산사고본】 38책 38권 92장 A면【국편영인본】 32책 549면
- 【분류】외교-왜(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