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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일기[중초본] 102권, 광해 8년 4월 23일 임술 2번째기사 1616년 명 만력(萬曆) 44년

사헌부에서 복식·기물에 차별하여 나라의 기강을 세울 것을 청하다

사헌부가 아뢰었다.

"나라의 기강이 해이해지고 상하가 서로 능멸하여, 의장(儀章)에 분별이 없고 명기(名器)가 엄하지 않습니다. 이에 복식(服式)이나 기용(器用)에 있어서도 앞다투어 분수를 범하는데도 조금도 괴이하게 여길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죽 늘어놓는 기명(器皿)이나 상탁(床卓) 등의 물건은 한결같이 나라에서 쓰는 바로서 모두 백성들의 힘에서 나온 것인데, 혹 훔쳐다 사사로이 쓰기도 하고 혹 민간에 이리저리 빌려 주기도 하여 마련하자마자 잃어버려 한갓 빈 장부만 끼고 있으니, 이는 비단 해사만의 죄가 아닙니다. 대개 공사(公私)가 애초부터 분별되지 않은 데서 말미암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전설사(典設司)의 차일장(遮日帳)의 경우, 각처에서 두루 쓰는 것은 아울러 청색 실로 짠 직물을 사용하고 어막(御幕)은 용과 봉황을 그리고 동궁의 막차(幕次)는 삼조룡(三爪龍)을 그리며 유차(油遮)는 이 그림의 격식대로 하고 기름을 입힌 것인데, 모두 색실로 ‘전설사(典設司)’ 세 글자를 수놓습니다. 장흥고(長興庫)의 경우, 공가(公家)에서 두루 쓰는 것은 아울러 말발굽 무늬 및 백호(白虎)를 쓰고 어용(御用)은 화문석(花紋席) 및 문석(紋席)을 쓰고, 직조할 때 모두 ‘장흥고(長興庫)’ 세 글자로 무늬를 놓습니다. 사대부의 경우는 단지 말발굽 무늬와 백호만을 사용하도록 허락합니다. 사옹원의 사기(沙器)에 이르러서는 대전(大殿)은 백자기를 쓰고 동궁은 청자기를 쓰며 내자시·내섬시·예빈시에서 쓰는 것은 모두 예전 규례대로 청홍아리(靑紅阿里)를 씁니다. 1년의 국용(國用)을 다 따져서 사옹원으로 하여금 일시에 구워 만들어 각처에 나누어 보내는 것으로 해마다 규례를 삼으며, 사대부가 쓰는 것은 일반 백기(白器)를 사용하도록 허락합니다. 또한 상탁(床卓) 등의 경우, 어용(御用)은 주묵정칠(朱墨正漆)을 쓰고 공가에서 두루 쓰는 것은 구워 만든데다 주홍(朱紅) 및 잡혹(雜黑)의 칠(漆)을 사용하고 사대부도 주흑잡칠(朱黑雜漆)을 사용하도록 하고 서인(庶人)은 역청(瀝靑) 등의 칠만을 사용하도록 허락합니다. 이와 같은 것을 모두 길이 항식(恒式)으로 삼으소서.

지금 이후로 장인(匠人) 등이 참람되게 국용에 견줄 만한 것을 사사로이 만들어내는 자는 사형으로 단죄하고, 사대부로서 참람되이 쓰다가 발각된 자는 승여복어 차용률(乘輿服御借用律)로 논단하며, 맡아 지키는 관리로서 제멋대로 남에게 빌려주는 자도 위의 율에 따라 아울러 수수죄(授受罪)로 연좌하소서. 서울은 사헌부·한성부·형조·5부(五部)가 규검하며 외방은 감사·도사(都事)·수령·찰방이 마찬가지로 금단하고 명을 받든 사신도 모두 금단할 수 있게 하소서.

당하관으로서 외람되이 사라능단(紗羅綾段)을 입은 자는 파직하고 서용하지 말며, 유생이나 하천(下賤)으로서 의복·기물을 참람되이 쓰다 드러난 자는, 유생은 식년시를 1회 정거(停擧)하고 하천은 공·사천이나 남녀를 막론하고서 서울은 6달 동안 잔사(殘司)에 정역(定役)하고 외방은 6달 동안 잔역(殘驛)에 정배(定配)합니다. 그리고 그 서울과 외방의 준역 공문(准役公文)을 법사에 수송하여 고준(考准)하도록 하는 일을 중외에 신칙하여 일체로 거행하여 상하의 분수를 분별하소서."


  • 【태백산사고본】 35책 35권 123장 A면【국편영인본】 32책 469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식생활-기명제물(器皿祭物) / 의생활(衣生活) / 주생활(住生活) / 사법(司法) / 신분(身分) / 공업-관청수공(官廳手工) / 공업-수공업품(手工業品)

○司憲府啓曰: "國綱解弛, 上下陵夷, 儀章無別, 名器不嚴。 至於服、器用, 爭相干犯, 略不知。 如鋪陳器皿、床卓等物, 一應國家所用, 皆出民力, 而或偸竊私用, 或轉借閭閻, 旋備旋失, 徒擁虛簿。 此非但該司之罪, 蓋由公私, 初不分別也。 如典設司遮日帳, 各處行用者, 竝用靑絲織端, 御則畫以龍鳳, 東宮幕次則畫以三爪龍, 油遮日亦依此畫格着油, 竝以色絲, 繡以典設司三字。 如長興庫, 公家行用, 則竝用馬蹄文及白席, 御用則用花紋席及紋席, 織組時竝紋以長興庫三字。 如士大夫只許用馬蹄紋及白度。 至於司饔院沙器, 大殿則用白磁器, 東宮則用靑磁器, 如內資、內贍、禮賓寺所用, 則竝依舊例, 用靑紅阿里。 畫計一年國用, 令司饔院一時燔造, 分上各處, 逐年爲例, 士大夫所用, 許用常白器。 又如床卓等, 御用朱墨正漆, 公家行用則用燔造朱紅及雜黑漆, 士大夫亦許用朱黑雜漆, 庶人則只許用瀝靑等漆, 一切永爲恒式。 此後匠人等, 私相造作, 僭擬國用者, 斷以死刑, 士大夫僭用現露者, 以乘輿服御借用律論斷, 典守官吏私自借出者, 亦依右律, 竝坐授受。 京則司憲府、漢城府、刑曹、五部糾檢, 外則監、都事、守令、察訪, 一樣禁斷, 奉命使臣, 則皆得禁斷。 至於堂下官濫服紗羅綾段者, 罷職不敍, 儒生、下賤僭衣僭物現露者, 儒生則限一式年停擧, 下賤則勿論公私賤男女, 京則限六朔殘司定役, 外則限六朔殘驛定配。 其京外准役公文, 輸送法司考准事, 申飭中外, 一體擧行, 以別上下之分。"


  • 【태백산사고본】 35책 35권 123장 A면【국편영인본】 32책 469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식생활-기명제물(器皿祭物) / 의생활(衣生活) / 주생활(住生活) / 사법(司法) / 신분(身分) / 공업-관청수공(官廳手工) / 공업-수공업품(手工業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