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헌이 다시 차자를 올려 다른 대신들에게도 하문하실 것을 청하나 따르지 않다
영의정 기자헌이 다시 차자를 올리기를,
"성상께서 ‘차자를 잘 보았다.’는 말씀으로 비답하시고 ‘사양하지 말고 속히 나와서 특별히 기대하는 나의 뜻을 저버림이 없도록 하라.’고까지 말씀하시니, 신은 너무도 감격하여 아뜩하여 집니다. 신이 말씀드린 병은 엊그저께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산단(山壇)에 치제(致祭)하고 돌아온 뒤로 일신이 무겁고 쓰리고 아파서, 움직이기가 태산처럼 힘들어 지팡이를 짚어야 일어나고, 약도 효험이 없어 언제 나을지도 모르는 병입니다. 이에 부득이 차자를 올려 사직하였던 것인데 다른 상신이 없으므로 와병 중이라 하여 공사(公事)를 수응(酬應)하지 않을 수 없어서 더욱더 몸을 상하게 되었습니다. 상신의 자리가 빈 지 이미 오래인데도 아직까지 임명을 하지 않고 있는바, 이 일이 많은 때를 당하여 혹시 의견을 물어 도모할 일이 생길 경우, 모두가 찬성할 수 있는 훌륭한 의견은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으니, 지극히 미안한 일입니다. 전일에 상신을 임명하고 우상(右相)을 하유하여 나오도록 하라고 계청한 것도, 바로 혹시라도 의견을 물어서 도모할 일이 있을까 해서였습니다. 신이 보니, 공사장(公事場)에서 처리할 만한 통상적인 일도 대신들과 의논하여 처리하지 않는 것이 없고, 대신 중에 유고한 자가 있으면 그가 출사하기를 기다려서 상의하여 처리하는 것도 많습니다. 지금 이익의 일도 어찌 다른 대신들에게 묻지 않고 신 혼자서 맡아 처리하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부디 성명께서는 다른 대신에게도 모두 하문하시어 처리하소서. 위관의 명을 받들고도 속히 나가지 못하여 몸둘 곳이 없어 어쩔 줄을 모르겠습니다. 너무도 황공하여 죄를 기다립니다."
하니, 답하기를,
"경의 차자가 또 이르니 매우 놀랍다. 경이 비록 병이 있으나 어찌 일어나지 못하기까지야 하겠는가. 역적 이익이 신하의 찬역에 대한 단서를 발설하고는 도로 감추고 바로 대지 않으니 그 심사를 알 수 없다. 엄히 국문하여 실상을 알아내는 것이 사리상 당연한 것인데 왜 또 다른 대신에게 물어서 마치 판단을 못 내리는 것 같이 한단 말인가. 경은 속히 일어나 나와서 명백하게 신문하여 밝혀야 할 것이다. 내 거듭 말하지 않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2책 32권 57장 A면【국편영인본】 32책 385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인사(人事) / 사법(司法)
○乙卯五月二十五日庚午領議政奇自獻再箚曰: "聖批以省箚具悉爲敎, 至以勿辭速出, 毋負予眷倚之意爲敎, 臣無任感激隕越之至。 臣之言病, 非始於再昨, 山壇祭來之後, 一身沈重酸痛, 轉動如山, 扶杖乃起, 藥不見效, 差復無期。 不得已曾已上箚辭職, 而無他相臣, 雖在臥病中, 不得不酬應公事, 益致重傷。 相臣有闕已久, 而尙猶未卜, 當此多事之時, 或有詢謀之事, 難望其僉同之美, 極爲未安。 前日啓請卜相, 諭出右相者, 正爲或有詢謀之事也。 臣伏見, 尋常公事場事, 莫不議大臣處之, 若大臣有故者, 則待其出仕後, 相議而處之者亦多。 今此李瀷之事, 亦豈可不詢其他大臣, 而令臣獨當處之乎? 伏願聖明, 竝問于他大臣而處之焉。 伏承委官之命而未得速出, 措躬無地, 若不自容, 不勝惶恐待罪之至。" 答曰: "卿箚又至, 予甚瞿然。 卿雖有疾, 豈至於不能起乎? 賊瀷發人臣簒逆之端, 而還諱不爲直擧, 其心叵測。 嚴鞫得情, 事理固當, 何必又詢於他大臣, 有若難斷者然哉? 卿宜速起明訊。 予言不再。"
- 【태백산사고본】 32책 32권 57장 A면【국편영인본】 32책 385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인사(人事) / 사법(司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