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대로 진대하지 않으면 이익을 국문해야 할 것이라고 전교하다
전교하기를,
"이익이 이미 시초를 발설하고는 명백하게 지적하지 않으니 그 속셈을 헤아릴 수 없다. 태아의 칼자루를 거꾸로 잡고 안팎으로 결탁한 자를 다시 끝까지 물어서 아뢰라. 만약 사실대로 진대(陳對)하지 않는다면, 마땅히 실정을 국문해야 할 것이다. 정원은 다시 엄중하고 명백하게 다루어 상세히 물어서 아뢰라."
하였다. 이익이 회계하기를,
"신이 광망하여 엄한 전지를 받음이 한두 번이 아니니, 신의 죄 만 번 죽어 마땅합니다. 신이 결코 말을 꺼내놓고 진대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신이 여항에서 들은 것은 이미 어저께의 진대에서 다 말씀드렸습니다. 신이 비록 만 번 죽은들 이 밖에 무슨 말이 있겠습니까. 전하께서 만약 끝까지 따져 물어서 지적하게 하고야 말으시겠다면, 이것은 신으로 하여금 본심을 속이고 또 전하까지 속이도록 하는 것입니다. 신이야 만 번 죽더라도 진실로 아까울 것이 없지만, 전하의 널리 포용하는 아량이 신으로 인하여 무너져 손상을 입을까 삼가 두렵습니다. 다시 진대할 말이 없으니, 다만 처벌을 기다릴 따름입니다."
하니, 답하기를,
"지척도 안 되는 사이에서 어찌 말을 꺼내놓고 다시 숨긴단 말인가. 척완 중에 안팎으로 결탁해서 태아의 칼자루를 거꾸로 잡은 자를 사실대로 물어서 아뢰라. 기망한 죄는 의당 일정한 형벌이 있을 것이니 다시 상세히 물어보라."
하였다. 이익이 회계하기를,
"엄한 용안이 지척 거리에 계시고 하늘의 해가 소소히 밝습니다. 그러니 어찌 앞에서는 다 말하고 뒤에 가서는 속일 수 있겠습니까. 신이 아뢸 말씀은 어저께의 진대에서 다 하였으니, 결단코 시초를 꺼내놓고 다시 숨기는 것이 아닙니다. 전하께서 기필코 실정 이외의 것을 들으려 하신다면 죽음이 있을 뿐입니다. 원래 임금과 신하의 사이는 상하가 현격하여, 얼굴빛을 좋게 해서 말을 모두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도 오히려 속마음을 다할 수 없는 법입니다. 그런데 하물며 임금을 협박했다고 으르고 국문하겠다고 진노하시니, 누가 기꺼이 실패한 전철을 밟아서 스스로 천둥 벼락을 맞겠습니까. 신이 정말 어리석고 망령되어, 이미 만 분의 일의 조그만 정성도 바칠 수 없고, 장래에 언론의 책임을 맡아 말을 다하여야 할 자의 경계 거리만 제공하였으니, 신의 죄가 이에 이르러 더욱 커졌습니다. 처벌을 내리시어 신의 죄를 바루소서."
하니, 알았다고 답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2책 32권 52장 A면【국편영인본】 32책 384면
- 【분류】사법(司法) / 정론-간쟁(諫諍)
○傳曰: "李瀷旣發其端, 而不爲明白指摘, 其情叵測。 太阿倒持, 內外締結人, 更加窮問以啓。 若不以實陳對, 當鞫問其情。 政院更加嚴明, 詳悉問啓。" 李瀷回啓曰: "以臣狂妄, 至勤嚴旨, 非止一再, 臣罪萬死。 臣罪萬死, 臣固非發端, 而不爲陳對。 臣之街聞, 已盡於昨日之對, 臣雖萬死, 此外有何言哉? 殿下必欲窮問亟詰之, 使之指摘然後已, 則是使臣欺其本心, 而又欺我殿下也。 臣之萬死, 固不足惜, 竊恐殿下包荒之量, 自臣身而虧損也。 更無所對, 只俟鈇鉞而已。" 答曰: "不違顔咫尺, 何敢發端還諱? 戚畹中締結內外, 太阿倒持者, 從實問啓。 欺罔之罪, 自有常刑, 更加詳問。" 李瀷回啓曰: "咫尺威顔, 天日昭昭。 豈可盡言於前, 而欺罔於後哉? 臣之所陳, 已盡於昨日之對, 固非發端而還諱。 殿下必欲聞情外之事, 則有死而已。 大槪君臣之間, 上下截然, 雖使假之顔色, 導之盡言, 猶不能盡其情。 況威之以脅君, 震之以鞫問, 則誰肯蹈其覆轍, 自犯於雷霆之下哉? 臣誠愚妄, 旣不能效萬一之誠, 又啓將來爲言責盡言者之戒, 臣之罪戾, 至此而尤大也。 請加鈇鉞, 以正臣罪。" 答曰: "知道。"
- 【태백산사고본】 32책 32권 52장 A면【국편영인본】 32책 384면
- 【분류】사법(司法) / 정론-간쟁(諫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