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가 합계하여 양궁을 수리하라는 명을 거두어 줄 것을 청하나 허락하지 않다
양사가 합계하기를,
"토목공사를 연이어 착수하여 흠경각(欽敬閣)을 세우는 일이 아직도 완료되지 않았고 각종 도감이 계속적으로 설립되고 있는데 필요로 하는 물자를 다 백성들에게서 거두고 있습니다. 더구나 지금 수해와 한재가 없는 해가 없어서 관청과 민가 모두의 재물이 고갈되었고 기근(飢饉)이 잇따라 들었는데, 양궁을 수리하라는 명이 또 이때에 내렸습니다. 기와를 굽고 나무를 베며 장인을 고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한이 없을 것입니다. 비록 약간 수리한다 하지만 나무와 돌을 가져오고 공역을 하는 것이 귀신이 할 것이 아니라면 농사일이 바야흐로 바쁘고 민사(民事)가 급한 이때에 어찌 급하지 않은 일을 일으켜서 백성들을 거듭 곤란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속히 수리하라는 명을 거두어 거꾸로 매달린 것 같이 고생하는 백성을 구제하소서."
하니, 대답하기를,
"양궁을 수리하는 일은 애초부터 대단한 일이 아니었는데 합계하기까지 하다니, 누가 사론(邪論)을 주장하여 임금의 손발을 묶고자 하는가. 극히 놀랍다. 마땅히 엄중히 추궁해야 하겠으나 지금 잠시 불문에 붙이니 속히 중지하고 시끄럽게 하지 말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2책 32권 22장 A면【국편영인본】 32책 377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건설-건축(建築) / 재정-국용(國用) / 재정-역(役) / 왕실-종사(宗社)
○兩司合啓曰: "土木之興作不絶, 欽敬建閣, 尙未完了, 各樣都監, 相繼設立, 而需用之物, 皆取於民。 況今水旱之災, 無歲無之, 公私俱竭, 飢饉荐臻, 繕修兩宮之命, 又下於此時。 陶瓦伐材之擧, 傭人雇役之費, 罔有紀極。 雖曰略爲繕修, 木石之具, 工役之作, 苟非鬼傭神輸, 則當此農務方殷, 民事正急之時, 豈可興不急之役, 重困民力乎? 請亟收繕修之命, 以濟倒懸之民。" 答曰: "兩宮繕修之役, 初非大段, 而至於合啓, 何人主張邪論, 欲縶君上之手足乎? 極爲可駭。 所當重究, 今姑不問, 亟停勿擾。"
- 【태백산사고본】 32책 32권 22장 A면【국편영인본】 32책 377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건설-건축(建築) / 재정-국용(國用) / 재정-역(役) / 왕실-종사(宗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