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의정 정창연이 정온에게 아량을 베풀어 가벼운 죄를 주기를 청하다
우의정 정창연(鄭昌衍)이 상소하기를,
"부사직 정온이 올린 상소가 미치광이 같은 말이어서 물의가 비등하여 마침내 잡아가두라는 명이 계셨는데, 이는 모두 그가 스스로 취한 일이니, 누구를 다시 원망하고 탓하겠습니까마는, 인하여 삼가 생각건대 의의 몸이 이미 죽어 훗날 바랄 만한 복이 없고, 역적을 치는 일이 한창 급하여 눈앞에 반드시 닥칠 화가 있으니, 정온이 비록 지극히 어리석다 하나 신상(身上)에 이익이 되지 못하리란 것을 분명히 알 것입니다. 신상에 이익이 없는데도 불측한 죄를 범한 것은, 우리 전하께서 지극히 인자한 덕과 넓으신 도량으로써 인심을 감복시키시니 우러러 이것을 믿고서 마치 어린애가 부모를 사랑하여 말을 가릴 줄 모르는 것과 같은 경우가 아니겠습니까.
이제 만약 그 정상을 참작하지 않고서 그 말의 당돌함만을 미워하여 악을 토벌하는 것으로써 다스리고 형장으로써 국문한다면 개미와 같은 목숨이 일순간에 없어지는 것이야 진실로 심히 애석해 할 것이 못 되나 밝은 세상의 불행이 됨을 이루 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삼가 바라건대, 성상께서는 뇌성벽력과 같은 노여움을 조금 푸시고 천지와 같은 아량을 더욱 넓혀 힘써 가벼운 법을 따라서 위태로운 목숨을 너그러이 용서해 주소서."
하고, 〈해직되기를 청하니,〉 상이 답하기를,
"소를 보고 경의 뜻은 잘 알았다. 마땅히 의논하여 처리할 것이다. 〈안심하고 사직하지 말고 속히 나와서 추국에 참여하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7책 27권 85장 A면【국편영인본】 32책 289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사법(司法)
○甲寅三月初七日己未右議政鄭昌衍上疏曰: "副司直鄭蘊陳疏狂妄, 物議沸騰, 遂有拿囚之命, 皆渠所自取, 誰復怨尤? 仍竊伏念㼁身已死, 無他日可要之福, 討逆方急, 有目前必至之患, 蘊雖至愚, 其不爲身上之利則明矣。 無身上之利, 而犯不測之罪者, 豈不以我殿下至仁之德、包荒之度, 服乎人心, 仰此爲恃而言不知擇, 有似童稚之愛父母而然也? 今若不原其情, 而惡其辭之唐突, 繩之以討惡, 鞫之以刑杖, 則蟻命之溘盡, 固不足深惜, 而其爲明時之不幸, 可勝言哉? 伏願聖明小霽雷霆之威, 益恢天地之量, 務從輕典, 曲貸危喘。" (且乞解職。) 答曰: "省疏, 具悉卿意。 當議處焉。 (安心勿辭, 速出參鞫。)"
- 【태백산사고본】 27책 27권 85장 A면【국편영인본】 32책 289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사법(司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