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의 처자·누이에 대한 형추가 부당함을 지적한 사관의 논평
옛 법제를 살펴보건대, 아무리 역적을 국문하는 옥사(獄事)라 할지라도 오직 그 패거리들만 신문하였고 그 결과 정상이 여지없이 드러나면 죄인의 처자들도 자연히 연좌시키는 율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아들이나 처가 아버지나 남편의 죄악에 대해 증거를 설 수는 없기 때문에 처자에게는 형신하며 국문하는 일을 적용시키지 않았으니, 윤기(倫紀)를 밝히려는 뜻이 또한 형토(刑討)하는 가운데에도 내재되어 있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덕형은 수상(首相)의 지위에 있는 신분으로서 임금의 뜻에 영합할 목적으로 처자를 먼저 국문하자고 맨 먼저 청한 결과 사경이 끝내 혹독한 형신을 받게 하고 말았다. 이덕형과 같은 자도 그러하였는데, 박승종처럼 아첨하며 꼬리를 흔드는 자가 하는 말이야 또 책망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 그런데 경신이 형신을 당할 때에 미쳐서 덕형이 법을 인용하며 구해주려 했던 것은 어찌 된 일인가. 이는 누이 동생을 형신하는 것이 법으로 볼 때 부당하다는 것만 알고 그 어미를 형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모른 것인데, 그렇다면 어미에게는 차마 못할 짓을 해도 좋고 누이 동생에게는 차마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인가. 서양갑이 설혹 자기 패거리들 사이에서 함부로 말을 뇌까렸다 하더라도 어찌 그의 늙은 어미가 이를 알 수 있겠는가. 아들이 보는 앞에서 어미를 엄하게 형신하며 온갖 방법으로 유혹하고 위협하면서 기필코 승복을 받아낸 뒤에야 그만두려 하다니 고금(古今)에 있지 않던 일이었다.
- 【태백산사고본】 23책 23권 3장 B면【국편영인본】 32책 167면
- 【분류】사법-재판(裁判) / 변란-정변(政變) / 가족-가족(家族) / 신분(身分)
○按古之制法, 雖鞫逆之獄, 惟訊其黨與, 情狀敗露, 則罪人妻子, 自有緣坐之律。 子不可以證父, 妻不可以證夫, 故訊鞫不及於妻子, 其明倫之意, 亦寓於刑討之中耳。 李德馨身居首相, 逢迎主意, 首以先鞫妻子爲請, 以致思敬之終被酷刑。 德馨而如此, 如承宗諂媚縱臾之說, 又何責乎? 及其景信之當訊, 德馨乃欲引法而救之何耶? 但知其妹之法不當訊, 而不知其母之不可訊, 是何忍之於其母, 而不忍於其妹乎? 徐羊甲雖或有亂言於其儕類之間, 豈其老母所知者乎? 嚴刑其母於其子之側, 誘脅萬端, 必欲取服而後已, 古今所未有也。
- 【태백산사고본】 23책 23권 3장 B면【국편영인본】 32책 167면
- 【분류】사법-재판(裁判) / 변란-정변(政變) / 가족-가족(家族) / 신분(身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