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광해군일기[중초본] 58권, 광해 4년 10월 30일 경인 14번째기사 1612년 명 만력(萬曆) 40년

예조가 경재소를 다시 설치하는 일에 대한 대신들의 의견을 아뢰다

예조가 아뢰기를,

"지난해 겨울에 영흥(永興)의 충의위 조원선(趙元善) 등이 상소하여 경재소(京在所)를 다시 설치하고자 하였는데 본조에서 가볍게 의논하기가 어려울 듯하였습니다. 이에 대신에게 의논하여 결정하도록 아뢰었는데, 대신들의 뜻이 ‘팔도 사람들이 편리하게 여기는지의 여부를 계문하게 한 뒤에 처치하라.’고 하자, 이에 대해 윤허하셨습니다. 각도의 뜻은 불편하다고 하는 자가 반이 넘는데, 요즈음 듣건대 경재소의 당상과 낭청이 조정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사사로이 설립해서 서로 다투어 자리를 차지하느라 소란스럽기 그지없다 하니 몹시 놀랍습니다.

대개 경재소를 당초에 설치한 것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허다한 고을의 당상과 낭청을 적임자를 얻지 못할 경우 위엄을 부려 제압하는 폐단이 없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날의 일은, 먼저 차지하기를 도모하는 자들이 어찌 모두 향풍(鄕風)을 바로잡기 위해서 그러는 것이겠습니까. 을미년 간에 설치하자마자 곧바로 혁파한 것은 대개 이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2백 년이나 된 옛 규례이니 반드시 속뜻이 있을 것이다. 만약 폐단을 모두 제거하고 별도로 사목을 만든다면 향풍을 바르게 하고 탐관 오리를 바로잡는 데 도움되는 바가 있을 것이다.’고 합니다. 신들이 마음대로 할 수 없으므로 대신에게 의논하니 〈영의정〉 이덕형은 ‘경재소를 설치한 것은 오로지 향풍을 바르게 하고 탐관 오리를 바로잡기 위해서이다. 법이 오래되면 폐단이 생겨나는 법으로 비록 정직(正職)에 있어서도 그러한데 더구나 한만한 자리인 경재소이겠는가. 위로는 종실에서부터 아래로는 직책이 없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이 직임을 차지하려고 다투는 것은, 평상시에 있어서도 법전의 본뜻을 모두 잃은 것으로 폐단을 끼치는 일이 많은데, 더구나 지금처럼 군읍이 탕잔되고 아전이 부족한 때이겠는가. 신의 생각으로는 백성과 재정이 풍족해질 때까지 경재소를 설치하지 않는 것이 편할 것으로 여겨진다.’고 하였고, 〈좌의정〉 이항복은 ‘해조의 계사가 오늘날 폐풍(弊風)의 골자를 얻었으니 다시 의논할 것이 없다. 다만 말이 조금 심각하다. 〈그 의논대로 모두 따르면 괜찮을 것이다.〉 ’ 하였으며, 〈영중추부사〉 기자헌은 ‘해조의 공사(公事)대로 설치하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였고, 〈행 판중추부사〉 심희수는 ‘당초에 조원선 등이 진소한 것을 해조에 계하하여 대신들에게 물었을 때, 신이 혼자 조정에 있으면서 헌의하기를 「이 일은 폐단이 점점 불어나 세도(世道)의 승강(升降)에는 조금도 관계가 없다.」고 하였다. 지금 각도의 장계와 해조의 계사를 보니 신이 처음에 생각했던 뜻과 서로 같아 다시 의논할 것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하니 의논대로 하라고 전교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0책 20권 125장 A면【국편영인본】 32책 124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禮曹啓曰: "上年冬, 永興忠義衛趙元善等上疏, 欲復設京在所, 本曹恐難輕議, 啓議大臣定奪。 大臣之意以爲: ‘詢問八道人情便否, 啓聞後處置。’ 允下矣。 各道之意以爲: ‘不便者過半, 似聞近日, 京在所堂上郞廳, 不待朝廷命令, 私自設立, 爭相署置, 紛擾莫甚, 極爲駭怪。 大槪京在所, 當初設立, 未知何意, 而許多郡邑堂上郞廳, 未盡得人, 則或不無威制之弊矣。 今日之事, 先圖占者, 豈盡爲糾正鄕風而然哉? 乙未年間, 纔設而還罷者, 蓋以此也。’ 或以爲: ‘二百年舊規, 必有其意。 若盡祛弊端, 別成事目, 則於正鄕風、糾惡吏, 庶有所補’云。 臣等不敢擅便, 故議于大臣, 則(領議政) 李德馨以爲: ‘京在所之設, 專爲正鄕風、糾惡吏。 法久弊生, 雖正職亦然, 況京在所閑漫之地乎? 上而宗室, 下而無職人, 爭占此任, 其在平時, 盡失法典本意, 而多貽弊之事。 況今郡邑蕩殘, 人吏不敷, 臣意限民物阜盛間, 勿設京在所爲便。’ (左議政) 李恒福以爲: ‘該曹啓辭, 深得當今弊風之骨子, 無以更議, 但語差深耳。 (盡從其議, 則庶矣。)(領中樞府事) 奇自獻以爲: ‘依該曹公事, 勿爲設立爲當。’ (行判中樞府事) 沈喜壽以爲: ‘當初趙元善等陳疏, 啓下該曹, 詢問大臣之時, 臣獨在朝獻議, 以「此事弊端滋多, 了無一毫有關於世道之升降」爲言。 今見各道狀啓及該曹啓辭, 與臣始料之意相同, 無容更議’。" 傳曰: "依議。"


  • 【태백산사고본】 20책 20권 125장 A면【국편영인본】 32책 124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