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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일기[중초본]52권, 광해 4년 4월 1일 을축 10번째기사 1612년 명 만력(萬曆) 40년

익명의 편지에 대해 물어 심희수가 보낸 것임을 듣다

왕이 또 한 장의 편지를 내렸는데 이름은 쓰여 있지 않고 ‘송졸(松拙)’이라는 두 글자만 쓰여 있었다. 그 편지의 내용에,

"역변이 또 일어나서 사류들이 감옥에 가득 찼고 7도의 민생들이 끓는 가마솥에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머리가 허연 늙은 신하가 지난해의 병에 죽지 않은 것이 한스럽기만 합니다."

했는데, 판부사 심희수(沈喜壽)가 쓴 것이었다. 왕이 이르기를,

"불행하게도 역옥이 잇따라 일어났는데, 공초에 관련된 사람을 체포하여 사실을 조사하는 것은 실로 부득이한 일이다. 조정의 관원과 선비들 가운데 체포되어 갇힌 자가 있기는 하였으나 금방 신문하고 금방 방면하였는데 어찌 감옥에 가득찬 데에까지 이르렀는가. 변이 발생된 곳에는 비록 소요스러운 사단이 없지는 않겠지만 7도의 백성이 어찌 모두 끓는 가마솥에 들어 있는 것 같단 말인가. 그런데도 감히 이렇게 망국적인 요망스런 말로 먼 외방에서 듣는 사람들을 놀라 의혹스럽게 만들었으니, 그 마음을 헤아리기 어렵다. 이른바 송졸은 누구인지 정경세에게 물어보라."

하니, 심희수가 일어나서 대죄하면서 아뢰기를,

"이는 바로 소신의 편지입니다. 신은 경세와 20년 전에 같이 벼슬하여 호당(湖堂)에서 사가 독서(賜暇讀書)를 했으며 또 인척의 사이이므로 지난번 그의 사위가 돌아가는 편에 편지를 부쳤던 것입니다."

하니, 왕이 이르기를,

"내가 어떻게 경의 편지인 줄 알았겠는가. 어찌 다른 의도가 있었겠는가. 황공해 하지 말라."

하였다. 이어 아뢰기를,

"신이 항상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지난해에 죽지 않아서 이런 통분스러운 역변을 보게 된 것이 한스럽다.’고 했는데, 이는 신이 항상 하는 말이기 때문에 이 편지에도 언급한 것입니다."

하니, 왕이 재삼 위로하고 이어 묻지 말라고 명하였다. 희수가 아뢰기를,

"소신은 결코 국문에 동참할 수 없습니다. 의당 물러가 엄한 견책을 기다리겠습니다."

하고 이어 즉시 종종걸음으로 나가니, 왕이 불러서 돌아오게 하여 자리에 앉혔다. 희수가 또 아뢰기를,

"역적을 체포할 적에 한 사람을 체포하면 한 마을이 비게 되고 한 마을이 비면 한 고을이 비게 되기 때문에 신이 외람되게 대신의 반열에 있기에 망령되이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한 말입니다. 상께서 그 편지를 다시 살펴보신다면 신이 결코 다른 뜻이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하였다. 이때 병조 참판 이시발(李時發)정경세에게 보낸 편지에서 시사(時事)에 대해 말한 것 때문에 체포되었는데, 이덕형 등이 아뢰기를,

"옥사를 다스리는 사체가 있는데, 역옥에 관계된 경우는 대소(大小)를 막론하고 모두 역적으로 다스려야 합니다. 그러나 비방한 죄에 이르러서는 마땅히 율(律)을 달리해야 할 것 같고 또한 수갑을 채우는 것은 부당할 것 같습니다."

하니, 왕이 이르기를,

"나의 뜻도 그러하다."

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이시발(李時發)·김륵(金玏)·이덕수(李德洙)·권필(權鞸) 등이 칼[枷]과 수갑을 면하게 되었다.


  • 【태백산사고본】 18책 18권 61장 B면【국편영인본】 32책 41면
  • 【분류】
    출판-서책(書冊) / 변란-정변(政變) / 사법-재판(裁判) / 사법-탄핵(彈劾) / 사법-행형(行刑)

    ○王又下一書, 不書名, 書以"松拙"二字。 書云: "逆變又起, 士類滿獄, 七道民生, 如在沸鼎之中。 白頭老臣, 恨不死於去年之疾也。" 判府事沈喜壽書也。 王曰: "不幸逆獄遽起, 辭連人逮捕推覈, 實出於不得已也。 朝官士子雖有被囚者, 旋問旋放, 豈至滿獄? 變生之地, 縱不無騷擾之端, 七道之民, 豈盡在於沸鼎之中哉? 而敢爲此亡國之妖說, 乃敢驚惑遠外之聽聞, 其情叵測。 所謂‘松拙’, 不知何人, 問于鄭經世。" 沈喜壽起而待罪曰: "此乃小臣之書也。 臣與經世二十年前同官, 賜暇湖堂, 且連姻家, 故頃其女壻之歸, 纔寄書去耳。" 王曰: "予何知卿之書也? 豈有他意? 勿爲惶恐。" 仍啓曰: "臣常語人曰: ‘恨不於去年身死, 見此痛惋之逆變。’ 此乃臣之常談, 故此書中亦及之矣。" 王再三慰諭, 仍命勿問。 喜壽曰: "小臣決不可同參鞫問。 當退待嚴譴。" 仍卽趨出, 王召還就坐。 喜壽又啓曰: "逆賊逮捕時, 捕一人則一村空, 一村空則一郡空。 臣叨大臣之列, 妄爲憂國之言耳。 自上更覽其書, 則知臣斷無他意也。" 時, 兵曹參判李時發亦以抵鄭經世書言時事, 被逮。 李德馨等曰: "治獄有體, 係干逆獄, 則勿論大小, 皆當以逆治之。 至如謗訕之罪, 則似當異律, 亦不當加杻也。" 王曰: "予意亦然。" 由此, 李時發金玏李德洙權鞸等竝免枷杻。


    • 【태백산사고본】 18책 18권 61장 B면【국편영인본】 32책 41면
    • 【분류】
      출판-서책(書冊) / 변란-정변(政變) / 사법-재판(裁判) / 사법-탄핵(彈劾) / 사법-행형(行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