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광해군일기[중초본]52권, 광해 4년 4월 1일 을축 7번째기사 1612년 명 만력(萬曆) 40년

유팽석의 아내와 딸을 친국하고 공초를 받다

친국(親鞫)이 있었다. 유팽석(柳彭錫)의 아내 예순(禮順)에게 공초를 받았다. 공초하기를,

"저의 남편 팽석이 역모에 참여했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모릅니다. 처음 김경립(金景立)이 체포되었을 때 팽석이 들어가 군수 신율을 만났는데 신율이 처치하는 것을 어렵게 여기자 팽석이 속히 보고하도록 권하면서 ‘더없이 중대한 일을 그가 이미 말하였으니, 늦추고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김일승(金日昇)이 체포되던 날에 이르러서는 신율이 밤을 틈타 저의 집에 와서 남편으로 하여금 안방을 청소하게 하였습니다. 신율과 남편과 제가 함께 앉았는데 신율팽석에게 말하기를 ‘이번에 역적을 체포하여 보낸 것은 모두 너의 공이다. 나는 처음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는데 너의 말에 힘입어 국가의 대사가 이미 이루어졌으니, 이는 너의 공이 나보다 큰 것이다. 너는 이를 믿고 있으라.’ 했습니다. 또 말하기를 ‘전에 체포한 김일승의 비밀 문서를 보니 柳彭을 잡아보내라는 말이 있었는데 아래의 글자 하나가 없기는 하였지만 너를 가리킨 것 같았다. 앞으로 너를 잡아오라는 명이 있게 되면 너는 꼭 한번 올라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너는 의심하거나 걱정하지 말라. 내가 올라가게 되면 마땅히 일일이 아뢰어 나보다 더 큰 공로에 대한 상을 받게 해주겠으니, 너는 다시 의심하지 말라.’ 하고는, 이어 눈짓으로 저를 나가게 하였으므로 저는 즉시 밖으로 나와 창틈으로 가만히 엿들어 보았습니다. 신율팽석을 꼬이기를 ‘네가 역모를 듣지는 못했으나 참여하여 이렇게 들었다는 정상으로 공초를 바치면 마땅히 큰 공이 있게 될 것이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술을 즐기는 미련한 인간이 그 말을 믿고 따라 거짓으로 심원사(深源寺) 옆 방에서 중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는 등등의 말로 공초를 바친 것입니다. 만일 참으로 중의 말을 들었다면 어찌 저에게 말하지 않았겠습니까. 저의 공초를 사실이 아니라 여긴다면 신율과 대면시켜 주소서."

하였다. 또 팽석의 딸 유정일(柳貞一)에게 공초를 받았다. 그녀가 공초하기를,

"저의 아비가 옆 방에서 중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모릅니다. 다만 군수 신율이 서너 번 저의 집에 왔었는데, 그때마다 안방을 깨끗이 소제하게 하고 노복과 타인들을 모두 물리친 다음 아비와 마주앉아 한동안 은밀히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김일승을 체포하여 보내던 날에도 신율이 안방으로 와서 은밀히 이야기를 나누다가 갔습니다만, 저는 다른 방에 있었기 때문에 그 말의 내용을 듣지 못했습니다. 이밖에는 들은 것이 없습니다."

하였다. 또 팽석의 사위 민하서(閔河瑞)에게 공초를 받았다. 그가 공초하기를,

"저는 팽석의 딸에게 장가든 지 이제 겨우 16개월이 되었는데 부모님의 집에 많이 있었기 때문에 팽석이 전일 역모에 참여하였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모릅니다. 이번에 역모의 곡절에 대해 들어보니 봉산 군수가 지휘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대략을 진술하겠습니다. 제가 3월 13일 과거에 응시하러 상경했다가 도로 처가(妻家)로 내려갔는데 14일 아침 신율이 금부 도사와 함께 와서 팽석을 체포하였습니다. 군수와 도사는 모정(茅亭)에 앉고 팽석은 그 앞에 앉았는데 군수가 팽석의 마음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큰 잔으로 술 두 잔을 마시게 했습니다. 팽석이 잠시 집으로 들어가게 해줄 것을 청하니, 신율이 허락했습니다만, 매우 급하게 나오라고 재촉하였습니다.

제가 그 곁에 있다가 팽석에게 묻기를 ‘서울에 올라가면 어떻게 〈원정(原情)을〉 공초하겠는가?’ 하니, 답하기를 ‘내가 이미 성주(城主)와 의논하여 〈원정 내용을〉 결정하였다. 당초 봉산(鳳山)에 고변할 때 내가 동참했었으니, 이제 또한 성주의 말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 하였습니다. 신이 묻기를 ‘그렇기는 하지만 어떤 내용으로 할 것인가?’ 하니, 팽석이 답하기를 ‘성주가 「너는 나와 뜻이 같으니 비록 어떤 식으로 처리하더라도 내가 있으니 너는 의심하지 말라. 네가 전일 이 역적의 기미를 알고 나에게 이야기해 주었으니 이제 힘을 합쳐 체포한 정상을 공초하라. 그리고 신천(信川)황(黃)에 대해서도 말한 다음 나를 끌어들여 입증시킨다면 너의 생사가 나의 손에 달려 있게 되니 그렇게 되면 내가 풀려나도록 해주겠다. 너는 절대로 의심하지 말라.」고 했으니, 나는 성주의 말대로 따를 뿐이다.’ 했습니다. 신이 깜짝 놀라 말하기를 ‘어찌하여 이런 말을 한단 말인가. 큰 공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이런 허사(虛事)를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이는 멸문(滅門)의 화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하니, 팽석이 답하기를 ‘너는 서울에서 처음 왔기 때문에 그간의 일에 대한 전말을 모른다. 이미 성주와 은밀히 약속했으니 나는 마땅히 묻는 데에 따라 대답할 뿐이다. 염려하지 말라.’ 했습니다. 조금 있다가 도사가 가기를 재촉했으므로 그 말을 끝맺지 못하고 출발했습니다. 뒤이어 팽석이 도사가 앉아 있는 곳에서 스스로 역모를 직접 들은 사유를 진술하였다는 말을 듣고서 마음속으로 매우 놀라고 괴이하게 여겨 장모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장모가 말하기를 ‘지난번 군수가 우리집에 와서 안방에서 팽석과 만났는데 그때 이러이러한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있었다. 그리고 군수가 팽석에게 「당초 고변할 때 내가 너와 같이 힘을 썼으니 이제 나의 말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생사(生死)와 공죄(功罪)가 나와 똑같을 것이니 너는 다시 의심하지 말라.」 했다.’ 했습니다. 신은 이 때문에 팽석이 공초한 내용이 바로 신율이 지시한 것임을 알았습니다. 수삼 일이 지난 뒤에 들으니, 신율이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를 ‘유팽석이 틀림없이 실성한 것 같다. 공공연히 도사가 앉아 있는 자리에서 스스로 역모를 알고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만일 이렇게 공초를 바치면 틀림없이 큰일이 나게 될 터인데 실성한 사람이 아니고 뭔가.’ 했다고 하였습니다. 곧이어 듣건대 팽석이 과연 이에 의거해 공초를 바쳤다고 했습니다.

팽석은 본디 경망하고 술주정을 잘하는 사람인데 2, 3년 사이에는 한집안 사람들도 실성했다고 여겼습니다. 그는 틀림없이 신율의 말대로 하면 잠시 환난을 겪겠지만 신율이 반드시 자기를 구해줄 것이라고 여겨 이렇게 근사(近似)하지도 않은 말을 한 것일 것입니다. 이른바 직접 역모에 참여하였다고 한 것은 사리상 반드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신으로서는 더욱 아는 바가 없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8책 18권 59장 B면【국편영인본】 32책 40면
  • 【분류】
    사법-재판(裁判) / 가족-친족(親族) / 변란-정변(政變)

    ○親鞫。 柳彭錫禮順元情 , 供云: "父夫 彭錫參知逆謀與否, 身則不知也。 大槪初捕景立時, 彭錫入見郡守申慄, 難於處置, 彭錫勸使速爲馳報曰: ‘莫大之事, 渠旣言之, 不可緩忽。’ 云。 及金日昇被捕日, 乘昏親到身家, 使夫掃除內房, 與夫及身同坐。 彭錫曰: ‘今捕送逆賊, 專是汝功。 吾初以爲歇後, 而賴汝之言, 國家大事已成, 是汝功大於我也。 汝其恃之。’ 又曰: ‘前見捕金日昇秘密文字中, 有柳彭拿送之語, 雖無下一字, 似是汝也。 前頭如有拿汝之命, 汝當不免一番上去。 雖然汝勿疑慮。 我若上去, 則當一一上達, 使汝功賞大於我也, 汝勿復疑。’ 仍目攝身出去, 身卽出外, 從窓隙竊聽, 則彭錫曰: ‘汝雖不聞逆謀, 以如是與聞狀納招, 則當有大功。’ 云。 故嗜酒迷劣之人, 信聽其言, 謬以深源寺隔壁聽僧言等語, 納招矣。 若眞有聽僧語事, 豈不一言於身乎? 身之所供, 若以爲不實, 願與申慄面質。" 又捧彭錫貞一 元情 , 供云: " 父所聞於隔壁僧語, 則不知也。 惟郡守申慄, 三四番來到身家, 掃除內房, 盡屛奴僕他人, 與父對坐, 密語良久。 金日昇捕送日, 亦來內房, 密語而去, 身在他房, 不得聞其語。 此外無所聞知。" 云。 又捧彭錫女壻閔河瑞 元情 , 供云: "身娶彭錫女爲妻, 僅十六朔, 而多在父母家, 彭錫前日聞逆謀與否, 則不知也。 今番聽得逆謀曲折, 則乃鳳山郡守指揮也。 身願略陳之。 身於三月十三日上京赴試, 還來妻家, 十四日朝, 申慄偕禁府都事, 來捕彭錫。 郡守、都事坐茅亭, 彭錫坐其前, 郡守以彭錫心不平, 飮以酒大二杯。 彭錫暫請入家, 則許之, 而促出甚急。 身在其旁, 問彭錫曰: ‘上京則元情何以供耶?’ 答曰: ‘吾元情已與城主議定。 當初鳳山告變時, 吾旣同參, 今亦不得不依城主之言也。’ 臣身問曰: ‘雖然何以爲之?’ 彭錫答曰: ‘城主以爲: 「汝與我同志, 雖以某樣處之, 惟我在, 汝勿疑。 汝以前日, 知此賊幾微, 而言之於我, 今以同力捕捉之狀納供。 而信川亦言之, 因援我爲證, 則汝之死生, 係於我手, 吾當解釋, 汝切勿疑。」 云, 吾當依城主此言而已。’ 臣身大驚曰: ‘何發此言耶? 雖得大功, 若是虛事, 則何可爲之? 況此乃滅門之禍也。’ 彭錫答曰: ‘汝初歸自京, 不知此間事首末也。 旣與城主密約, 吾當隨問隨答而已, 毋慮也。’ 已而, 都事促行, 不得終其言而發矣。 隨後聽得彭錫於都事所坐處, 自述親聞逆謀之由, 心甚驚怪, 問于妻母, 妻母云: ‘向者郡守來我家, 會彭錫于內房, 頗有云云之說。 且謂: 「當初告變時, 吾與汝同力, 今不可不依吾言。 死生功罪, 與我一也, 汝勿復疑。」 云。’ 臣身以此知彭錫所供, 乃指揮也。 過數三日聞之, 則申慄言於他人曰: ‘柳彭錫必失性也。 公然於都事坐處, 自述曾知逆謀云, 若以此納供, 則定生大事, 非失性而何?’ 俄聞彭錫, 果以此納招矣。 彭錫, 本以浮虛使酒之人, 二三年間, 則一家之人, 亦以爲失性。 渠必以爲‘依申慄言, 則有怎患端, 必救我’, 爲此不近似之說。 所謂親知逆謀者, 理必無是也。 至於臣身, 則尤無所知。" 云。


    • 【태백산사고본】 18책 18권 59장 B면【국편영인본】 32책 40면
    • 【분류】
      사법-재판(裁判) / 가족-친족(親族) / 변란-정변(政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