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영이 전시에서 허균이 사정을 썼다는 비난이 있음을 고하고 사직을 청하다
지평 이현영이 아뢰기를,
"〈형편없는 소신이 오래도록 언지(言地)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조그마한 보탬도 드린 것이 없이 몇십 일 동안 번거롭게 소요를 일으킨 것이 그저 사피(辭避)하는 한 일에 지나지 않았으니 그 죄가 만번 죽어 마땅하나 죄를 지은 것이 이미 많은 만큼 이에 대해 우러러 성상에게 아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에〉 전시(殿試) 대독관(對讀官) 허균(許筠)이 제멋대로 일을 처리하면서 사정(私情)을 썼다는 비난을 많이 받았는데, 이에 대해 나라에서 말들이 자자하고 물정(物情)이 모두 분개하고 있기에, 신이 논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으로 완석(完席)에 통보했습니다. 그랬더니 동료들이 의논하기를 ‘이 일은 과거라는 중대한 일과 관련되어 있는만큼 충분히 상의해서 처리해야 마땅한데 뒷날 다시 의논해서 하더라도 무방할 듯하다.’고 하기에, 신 역시 그렇게 여기고 우선 놔두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자리를 같이 했던 동료들 모두가 이미 체차되었고, 신 역시 전후에 걸쳐 배척을 받아 분분하게 사피하느라 동료들과 다시 의논할 겨를을 갖지 못한 지 벌써 반달이 다 되어가고 있는데, 그 결과 공의(公議)를 행하지 못해 무기력하다는 비난만 앉아서 받고 있는 형편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어제 사실에 입각해서 곧바로 배척하라는 분부를 삼가 받들고 보니, 신이 입을 다물고 말하지 않았던 죄를 이제 와서는 피할 길이 없게 되었습니다. 신의 직을 파척하도록 명하소서."
하니 사피하지 말라고 답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3책 13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31책 577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인사-선발(選拔) / 인사-임면(任免)
○庚戌十一月十三日甲寅持平李顯英啓曰: "(無狀小臣, 久冒言地, 無涓埃禆補, 連旬瀆擾, 不過辭避一事, 罪合萬死, 而獲戾已多, 不得不仰干天聽。 今此)殿試對讀官許筠, 多有專擅行私之誚, 國言藉藉, 物情齊憤, 臣以不可不論之意, 通于完席, 則僚議以爲: ‘此係科擧重事, 當十分商確處之, 容後日更議無妨。’ 云。 臣亦以爲然, 姑置之。 而其時同席之僚, 皆已遞改, 臣亦前後被斥, 紛紜辭避, 不遑與同僚更議者, 已垂半月, 使公議不擧, 坐積疲軟之謗。 而昨日伏承據實直斥之敎, 臣之含默不言之罪, 至此而無所逃。 請命罷斥臣職。" 答曰: "勿辭。"
- 【태백산사고본】 13책 13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31책 577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인사-선발(選拔) / 인사-임면(任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