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엄격한 시행에 대해 사헌부에서 건의하다
사헌부가 아뢰기를,
"우리 나라의 과거는 정식(程式)이 있어서 감시(監試)에서 치루는 진사시는 시(詩)와 부(賦)를 시험하여 그 문장을 관찰하고 생원시에서는 오경의(五經義)와 사서의(四書疑)를 시험하여 그 논변을 관찰하니, 이것은 대체로 재능과 학문이 있는 선비를 얻어서 후일에 쓰려고 하는 것으로 그 교육 제도가 훌륭하였습니다. 그런데 병란을 치르고 난 후부터는 선비들이 오로지 고문을 표절하는 것에만 힘을 쓰고 전연 독서를 하지 않습니다. 사서(四書)는 바로 초학자의 기본인데 문호(門戶)를 알지 못하는 이가 많으며 심지어 생원시에 있어서는 사서의(四書疑)를 짓는 이가 거의 없어서 한 사람이 지으면 백 사람이 베끼는데 목을 빼어 엿보면서 돌려가며 베끼기를 마치 하리(下吏)들이 조보(朝報)를 서로 전하며 베끼듯이 합니다. 만일 초고를 보여주지 않으면 공공연하게 위협하고 빼앗기를 조금도 수치로 여기거나 거리낌없이 하고 있으니, 시권(試券)을 열람하여 보면 모두 온통 동일합니다. 어쩔 수 없이 그중에서 뽑아서 액수를 채우고 있으니 이 때문에 글도 모르고 글자도 제대로 분변치 못하는 자가 반수 이상 참방(參榜)을 하고 혹은 장원을 하기까지도 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법을 설치하여 선비를 뽑자는 것이 어찌 이러한 것이었겠으며 이렇게 사람을 뽑은들 어디에 사용하겠습니까. 인심과 선비의 습성이 하나같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매우 한심한 노릇입니다. 해조에 명하여 자세히 살펴서 잘 처리하여 그 폐단을 통렬히 개혁하게 하소서.
선공감(繕工監)은 각사 중에서도 임무가 가장 고된 까닭에 사람들이 모두 회피하고는 연줄을 타고 청탁하여 도감(都監)으로 들어가 귀속해 버리니 본사의 관원으로 남아 있는 이는 얼마 안 되어 닥치는 곳마다 일이 생기므로 일을 맡은 무리들이 놀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각사 관원의 감축으로 현재 출사하는 이가 매우 적은 반면에 도감에 소속된 이는 많은데도 공상(供上)의 진배(進排)와 밤낮의 숙직 등의 본사의 일을 전연 돌아보지 않으므로 간혹 의원(醫員)이나 산원(算員)을 임시 관원으로 차출하여 쓰고 있으니, 각사가 나날이 허술하고 해이해지는 것은 사실 이 때문입니다. 정사의 체통으로 헤아려 보건대 매우 온당치 못합니다. 선공감의 관원으로서 감조관(監造官)이 된 자를 우선 삭제시키고 그밖에 긴요한 각사의 관원으로 도감에 있는 자를 아울러 체차하소서.
삼가 듣건대 조종조에서 도감의 감조관을 참하 문관으로 차출하여 메웠다 하는데, 이 규정이 매우 좋으니 따라 행할 만합니다. 지금 삼관(三館)의 참하 관원이 매우 많이 적체되어 있으니 만일 뽑아서 맡기려고 한다면 사람이 없다는 걱정은 없을 것입니다. 바라건대 도감에 명하여 조속히 거행하게 하소서.
처음 입사한 관원은 출사한 날짜의 다소를 계산하여 차례대로 승진하고 감히 뛰어넘지 못하는 것이 법전의 바꿀 수 없는 규정입니다. 〈선공감 직장 민여현(閔汝賢)은 도목정(都目政)을 할 때가 되자 몰래 임시 출사한 날짜를 보고하여 차례를 빼앗아 먼저 승진하였습니다. 그 교묘하게 경쟁하는 습성이 매우 밉살스러우니 발견되는 대로 징계하여 다스림으로써 후일의 폐단을 막지 않을 수 없습니다. 파직하소서.〉"
하니, 모두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9책 9권 51장 B면【국편영인본】 31책 483면
- 【분류】인사-선발(選拔) / 인사-관리(管理) / 정론(政論)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司憲府啓曰: "我國科擧有程式, 監試進士試, 取以詩、賦, 觀其詞藻, 生員試, 取以五經義、四書疑, 觀其論辨, 此蓋欲得才學之儒, 以爲他日之用, 其敎養之制至矣。 一自亂後, 凡爲士者, 惟以剽竊爲務, 全不讀書。 四書乃初學階梯, 而不知門戶者居多, 至於生員試, 四書疑製作者無幾, 一人作之, 百人謄之, 引領窺伺, 轉相謄寫, 有若下吏之傳書朝報者然。 如或不示草藁, 則公然劫奪, 略無羞忌, 考閱試卷, 擧場雷同。 不得已就其中, 雜抽充額, 以故文不解蒙, 未辨魚、魯者, 過半參榜, 或至居魁。 當初設法取士之意, 豈其然乎? 如是取人, 亦何用乎? 人心、士習, 一至於此, 極可寒心。 請命該曹參詳善處, 痛革其弊。 繕工監, 於各司之中, 爲任最苦, 故人皆厭避, 寅緣請囑, 投屬於都監, 本司之官, 餘存者無幾, 觸處生事, 委屬駭愕。 且今者各司官員減省, 時仕者甚少, 而屬於都監者居多, 至如供上進排、晝夜直等 宿本司之務, 專不顧見, 或以醫員、算員, 差假官爲之, 各司之日就虛疎、解弛, 實由於此。 揆以政體, 極爲未穩。 繕工監官員爲監造官者, 爲先汰去, 其他緊關各司之官在都監者, 竝爲遞改。 竊聞‘祖宗朝, 凡都監監造官, 以參下文官塡差, 此規甚好, 可以遵行。 目今三官館參下之官, 甚多積滯, 如欲擇授, 不患無人。 請命都監, 從速擧行。 初入仕之官, 計仕多少, 次第陞遷, 莫敢違越, 乃法典不易之規也。 (繕工監直長閔汝賢, 都目臨時, 陰報假仕, 奪次先陞。 其巧競之習, 極爲可惡, 不可不隨現懲治, 以杜後弊。 請命罷職。)" 竝從之。
- 【태백산사고본】 9책 9권 51장 B면【국편영인본】 31책 483면
- 【분류】인사-선발(選拔) / 인사-관리(管理) / 정론(政論)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