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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일기[중초본] 22권, 광해 1년 11월 26일 계묘 5번째기사 1609년 명 만력(萬曆) 37년

삼척 부사 윤청의 파직·내수사 차지 관원의 엄한 처벌에 대해 사헌부에서 요청하다

사헌부가 아뢰기를,

"〈삼척 부사 윤청(尹睲)은 몸에 중한 병이 있어 좌아(坐衙)를 전적으로 폐기하고 있으므로 백성들이 그의 얼굴을 알지 못하고 고을의 일은 날마다 허술하게 되어 가고 있습니다. 파직하도록 명하소서.〉

근래에 위계 질서가 무너져 조정을 높게 여기지 아니하고 기강이 날마다 없어져 국가의 형세가 날로 쇠락해지고 있으므로 식견이 있는 자들이 한심스럽게 여긴 지 오래입니다. 이번에 내수사가 비변사에 회답한 공사(公事)를 보건대, 내용이 매우 사리에 어긋나고 거만하여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대체로 도총섭(都總攝)이란 바로 선조(先朝)의 난리 초기에 묘당이 품지하여 승장(僧將)에게 내려준 칭호입니다. 그 뒤에 폐지하기도 하고 그대로 두기도 하면서 만일 중에게 역사를 시킬 일이 있을 경우 총섭(總攝)을 정하여 역사하는 제승(諸僧)을 관장하도록 해서 지금까지 시행하고 있음은 누군들 모르겠습니까. 그런데 감히 ‘총섭이라는 칭호가 어느 곳에서 나온 것인지 알지 못하겠다.’ 하였으니, 이는 대신(大臣)을 업신여기고 희롱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장성 현감(長城縣監)의 첩보(牒報)를 따른 것이라 하더라도 그들로 하여금 첩보대로 시행하게 한 것은 비국의 논의였습니다. 그런데도 감히 ‘일개 중의 우두머리[髮首]가 지휘하여 갑자기 시행하도록 했으니, 크게 일의 체모를 손상시켰다.’ 하였으니, 이는 대신을 꾸짖으며 욕을 한 것입니다. 성상께서 하시는 모든 응접(應接)을 삼가 보노라면 대신을 공경함이 극진하였습니다. 군상이 공경하는 대신을 저가 어찌 감히 업신여기며 욕보이기를 이같이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삼가 생각건대, 성상께서 처음에 비국의 계사를 열람하시곤 반드시 대단한 기세로 진노하면서 법사에 회부하여 형률에 의거 크게 다스리도록 해서 인심을 쾌하게 하리라고 여겨졌는데, 마침내는 도리어 단지 속(贖)을 바치게 하라는 명령을 하시어 마치 용납하고 비호하는 듯이 하셨습니다. 이에 조야(朝野)의 대소 사람들이 서로 돌아다보며 얼굴빛이 변하여 모두들 ‘여태까지 성상께서 대신을 공경했던 뜻이 지금 어디에 있는가.’ 하면서 놀랍게 여기고 이상히 여기며 한탄하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 그 사건이 사소한 것이라 하더라도 손상되는 바는 매우 크므로 다스리지 않는다면 조정이 조정으로서의 구실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니, 관계되는 바가 잗단 사고가 아닙니다. 하찮은 천례(賤隷)의 일로 이와 같이 논하는 것은 신들의 치욕 또한 심하다고 하겠습니다. 내수사 공사(公事) 차지 관원(次知官員)을 잡아다 국문하고 형률을 상고하여 엄중히 다스려서, 한편으로는 조정의 체면을 조금이나마 부지하게 하고 한편으로는 근시(近侍)의 교만하고 방자한 버릇을 징계하도록 명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아뢴 대로 하라.〉 내가 어찌 내수사의 관원을 비호하겠는가. 다만 그 공사를 보니 어구(語句)를 배치하는 즈음에 망발(妄發)하여 나온 듯하므로 뇌정(雷霆)같은 위엄을 모기와 등에 같은 인물에게 시행할 수 없었기 때문에 우선 가볍게 다스렸던 것이다. 이와 같이 아뢰니 형률대로 적용하여 시행하라. 그리고 잡아다 국문한다 하더라도 찾아낼 만한 숨기는 실정이 어찌 있겠느냐. 나의 견해가 이와 같으니 헌부는 헤아리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8책 8권 126장 A면【국편영인본】 31책 471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재정-상공(上供) / 사법(司法) / 군사-특수군(特殊軍)

○司憲府啓曰: (三陟府使尹暒, 身有重病, 專廢坐衙, 民不見面, 官事日就虛疎。 請命罷職。) 近來廉陛凌夷, 朝廷不尊, 綱紀日蕩, 國勢日替, 有識之寒心久矣。 今者竊見內需司回答備邊司公事, 辭極悖慢, 不覺驚駭。 夫都摠攝, 乃在先朝亂初, 廟堂稟旨, 賜僧將之號也。 厥後或廢或仍, 如有役僧之事, 則定以摠攝, 管役諸僧, 至今行之, 人孰不知? 而乃敢曰: "摠攝之號, 未知出於何處。" 是侮弄大臣也。 雖因長城縣監牒報, 使之依報施行者, 備局之議也。 而乃敢曰: "一髡首指揮, 遽爲施行, 大傷事體。" 是詬辱大臣也。 伏見聖上凡於接應之際, 敬大臣者, 至矣盡矣。 君上之所敬者, 渠何敢侮弄詬辱, 至於此乎? 伏念聖上初覽備局啓辭, 謂必赫然震怒, 付之司寇, 依律大治, 以快人心, 而畢竟反有只贖之命, 有若容護者然。 朝野大小之人, 相顧失色, 咸曰: "向來聖上敬大臣之意, 今安在乎?" 莫不驚怪咨嗟。 其事雖微, 所損甚大, 此而不治, 則朝廷不得爲朝廷, 所關非細故。 幺麽賤隷之事, 如是論之, 臣等之辱, 亦云甚矣。 內需司公事次知官員, 請命拿鞫, 按律嚴治, 一以扶朝廷一分事體, 一以懲近侍驕肆之習。 答曰: "(依啓。) 予豈有容護內司之? 第觀其公事, 似出於措語間妄發而雷霆之威, 不可施於蚊蝱, 故玆姑薄治之矣。 如是啓之, 依照律施行。 雖使拿鞫, 寧有鉤得之隱情乎? 予見如此, 憲府諒之。"


  • 【태백산사고본】 8책 8권 126장 A면【국편영인본】 31책 471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재정-상공(上供) / 사법(司法) / 군사-특수군(特殊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