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원의 사직에 대해 승정원에서 아뢰다
정원이 【좌승지 윤휘(尹暉), 우승지 김상준(金尙寯), 좌부승지 김신국(金藎國), 우부승지 이이첨. 】 아뢰기를,
"대간은 말을 책임으로 삼고 있으니, 말이 비록 광망(狂妄)해도 단지 용납하여 받아들일 것이요, 만약 쓸 수 없는 경우는 내버려 둘 따름입니다. 예전에 주창(周昌)은 한 고조(漢高祖)를 걸(桀)·주(紂)에 비유하였고, 유의(劉毅)는 진 무제(晉武帝)를 환영(桓靈)053) 이라 하였으나, 당시의 두 임금들은 일찍이 아무도 노여워하지 않았으니, 천 년 뒤에까지 그 두 임금의 성덕(盛德)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이 김치원의 계사는 비록 극히 광망하기 짝이 없지만, 그가 사직한 글을 빌미로 하여 갑자기 책망하여 내치는 명을 내리심은, 전혀 성상께서 아랫사람을 인도하여 말을 다하게 하는 도리가 아닙니다. 뒷날 비록 말할 만한 일이 있더라도 우레 같은 상의 위세 아래 누가 기꺼이 전하를 위하여 말을 하겠습니까. 신들은 상의 친밀한 자리에 있으므로 구구한 애군(愛君)의 정성을 그만둘 수 없어서 황공하게 감히 아룁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알았다. 애석하구나. 정원도 역시 당파를 두호하는 습관을 모면하지 못하는구나. 아뢴 글은 마땅히 유념하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책 7권 128장 A면【국편영인본】 31책 447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역사-고사(故事)
- [註 053]환영(桓靈) : 후한 말기 어리석은 군주 환제(桓帝)와 영제(靈帝).
○政院【左承旨尹暉、右承旨金尙寯、左副承旨金藎國、右副承旨李爾瞻。】啓曰: "臺諫以言爲責, 言雖狂妄, 只可容而受之, 如不可用, 則置之而已。 昔周昌以漢 高爲桀、紂, 劉毅以晉 武爲桓、靈, 而當時二君曾莫之怒, 故千載之下, 益見二君之盛德也。 今此金致遠啓辭, 雖極狂妄無倫, 而因渠辭避之章, 遽有譴斥之命, 則殊非聖上導下盡言之道也。 後雖有可言之事, 而雷霆之下, 誰肯爲殿下言哉? 臣等忝在近密之地, 區區愛君之誠, 有不能自已, 惶恐敢啓。" 傳曰: "知道。 惜乎! 政院亦未免護黨之習也。 啓辭當體念焉。"
- 【태백산사고본】 7책 7권 128장 A면【국편영인본】 31책 447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