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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일기[중초본] 2권, 광해 즉위년 3월 21일 무신 4번째기사 1608년 명 만력(萬曆) 36년

왕세자 책봉의 교서를 반하하다

왕세자를 책봉하는 교서(敎書)를 반하하였는데, 그 내용은 이러하다.

"왕은 이르노라. 주기(主器)가 어진 것은 실로 사직(社稷)의 복되는데 관계가 있는 것이어서 서둘러 명위(名位)를 바르게 해야 하는 것이니, 어찌 신서(臣庶)들의 청을 따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생각건대, 소양(少陽)042) 으로 높이는 것은 중명(重明)043) 의 뜻을 취한 것이니, 의당 이극(貳極)의 자리에 두고 널리 사방에 고하는 것이 당연하다.

삼가 생각건대 나의 선부왕(先父王)께서 무술년044) 겨울 12월 원손(元孫)이 처음 탄생한 것을 기뻐하여 군신(群臣)의 진하(陳賀)를 받으셨다. 뛰어나게 숙성함은 하늘에서 타고 났으므로 번거롭게 가훈(家訓)을 받들지 않아도 되었고 끊임없이 공부하여 일취 월장하였으므로 본디 사부(師傳)의 가르침이 행해졌다. 소자(小子)가 갑자기 말명(末命)을 받들게 된 것이 슬프기 그지없지만 아, 원손은 곧 전성(前星)045) 인 것이니, 옛날 도(道)가 있던 때를 우러르건대 진실로 부탁할 사람을 얻은 효험이 있게 된 것이다. 일찍 책봉하여 미리 배양하는 것은 길이 잘 다스려지고 장구히 평안하기를 바라서인 것이니, 성대한 의식은 뒷날 거행하더라도 저위(儲位)는 오늘 차정(次定)하게 된 것이다. 이에 이런 사실을 빈전(殯殿)에 고하고 원자(元子) 모(某)를 왕세자로 삼는다.

아, 억조 창생들이 추대하기를 원하는 것이 이미 간절하고 조종(祖宗)의 영령이 묵묵히 도와주는 것이 바야흐로 깊으니, 의당 말하지 않는 가운데 목을 길게 빼고서 기대하는 뜻에 부합되게 해야 한다. 책봉에 따른 전례(典禮)는 졸곡이 지난 다음 거행하도록 하라. 이런 까닭으로 이에 교시하노니 의당 잘 알고 있어야 한다."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96장 B면【국편영인본】 31책 285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왕실-종친(宗親)

  • [註 042]
    소양(少陽) : 춘궁(春宮).
  • [註 043]
    중명(重明) : 해와 달처럼 현명하다는 뜻.
  • [註 044]
    무술년 : 1598 선조 31년.
  • [註 045]
    전성(前星) : 세자(世子).

○冊封王世子頒敎(曰)。 王若曰: "主器惟賢, 實係社稷之福。 正名爲急, 盍循臣庶之請? 言念少陽之尊, 蓋取重明之義。 宜置貳極, 誕告四方。 恭惟我先父王於戊戌年之冬十二月喜元孫之始生, 受群臣之陳賀。 天成岐嶷, 訓無煩於承家。 日就緝熙, 敎固行於在傅。 痛! 小子遽承末命, 咨! 元孫便是前星。 仰古昔有道之時, 寔付託得人之效。 惟早建而豫養, 庶長治而久安。 雖縟儀當擧於異時, 抑儲位次定於今日。 玆告殯殿, 以元子某爲王世子。 於戲! 億兆之願戴旣切, 祖宗之默佑方深。 肆當不言之中, 庸副延頸之望。 如其冊封之典, 俟諸卒哭而行。 故玆敎示, 想宜知悉。"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96장 B면【국편영인본】 31책 285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왕실-종친(宗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