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주위의 호추 노을가적이 홀라온과 종성 오갈암에서 싸워 대패시키다
건주위(建州衛)의 호추(胡酋) 노을가적(老乙可赤)이 홀라온(忽剌溫)과 종성(鍾城) 오갈암(烏碣巖)에서 크게 싸워 대파시켰다. 처음에 노을가적이 남략이(南略耳)에 【호지(胡地)이다.】 한 부락을 설치하고 산외(山外)와 수하(水下)의 여러 오랑캐들을 꾀어들여 모두 내부(來附)케 하니, 여러 오랑캐들이 홀라온의 침포(侵暴)에 고통받다가 많이들 이에 귀부하여 병세(兵勢)가 점점 성대해졌다. 이에 이르러 거병하여 남략이를 거쳐 곧바로 현성(縣城)에 【호지이다.】 진격한 뒤 큰소리치기를,
"번호(藩胡)를 모두 거두어 둔(屯)치고 농사짓게 하겠다."
하고, 또 말하기를,
"홀적(忽賊)이 번호를 죽이고 약탈하며 조선을 침범하니, 내가 실로 이를 통탄스럽게 여긴다."
하며, 육진(六鎭)의 열읍(列邑)에 행문(行文)하고는 이어 종성 오갈암에 진군하여 홀라온과 만나 크게 싸웠는데, 얼마 후 홀라온이 대패하여 기계(機械)와 우마(牛馬)를 모두 버린 채 도주하였다. 노을가적의 군대는 또 경원(慶源) 성밖에까지 나왔다가 돌아갔다. 노을가적이 이번 싸움에서 말로는 비록 우리를 위해 우환을 제거하는 일이라고 하였으나 군세(軍勢)를 크게 벌여 마치 무인지경을 달려가듯 우리 나라의 변경을 뚫고 지나갔으니, 번호가 강성하게 된 것이 이로부터 시작되었다. 함경 감사 이시발(李時發)이 치계하기를,
"훗날 조정의 우환은 실로 이들에게 있다."
하였는데, 이에 자문(咨文)을 무원(撫院) 총진(摠鎭) 등의 아문에 보내 중국 조정에 전문(轉聞)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8책 41권 1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700면
- 【분류】군사-군정(軍政) / 외교-야(野)
○朔甲午/建州衛胡酋老乙可赤, 與忽刺溫大戰於鍾城 烏碣巖大破之。 初老乙可赤設一部落於南略耳, 【胡地。】 誘納山外水下諸胡, 盡令來附, 諸胡苦忽刺溫之侵暴, 多歸之, 兵勢寢盛。 至是擧兵, 由南略耳路, 直抵縣城, 【胡地。】 聲言: "收取藩胡, 留屯作農。" 且謂: "忽賊殺掠藩胡, 寇犯朝鮮, 我實痛之。" 以此行文於六鎭列邑, 仍進軍於鍾城 烏碣巖, 與忽刺溫相遇大戰。 良久, 忽刺溫大敗, 盡棄器械、牛馬而走。 老軍又從慶源城外而還。 老賊此擧, 雖曰爲我除患, 而盛張兵馬, 穿過我境, 如入無人之地, 藩胡之强盛始此。 咸鏡監司李時發馳啓以爲: "朝廷他日之憂, 實在於此。" 於是, 移咨于撫院、摠鎭等衙門, 使之轉聞天朝。
- 【태백산사고본】 8책 41권 1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700면
- 【분류】군사-군정(軍政) / 외교-야(野)